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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주 교수의 홈페이지

이곳에 있는 글들은 오마이뉴스에 있는 제 영화 칼럼 [강윤주의 판타스틱 플래닛]과 [강윤주의 작은 영화제]에 실린 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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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독립영화제 개막식 스케치
 
강윤주 기자
 
 
ⓒ2002 강윤주

12월 20일, “충돌”이라는 모토를 단 “서울독립영화제”가 열리는 서울 아트시네마로 가는 길. 낮기온 영상 9도를 기록한 서울의 날씨는 봄날처럼 따뜻했다.

영화제를 소개하는 기사에 글쓰는 사람의 개인적 정치 성향을 암시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그 전날 대선 결과로 어깨가 절로 으쓱거리는 나의 기분에 그 날씨는 딱, 맞았다.

영화제 소개를 부탁하느라 만난 “서울 독립 영화제” 집행위원장 조영각씨는, “대선 있던 날 밤 열시까지 게스트들에게 전화도 못 돌렸습니다. 누가 당선되면 영화제에 참석하지 않겠노라고, 나라를 떠나야 할 상황에 무슨 영화제냐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라며 영화제와 대선의 직접적 연관성에 대해 반농담조로 이야기했다.

“반”농담조란 결국 나머지 반은 진담이었다는 뜻이겠는데, 실제로 영화제의 분위기는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정치적 성향을 분명히 짐작할 수 있도록 떠들썩하게 들떠 있었다.

 

▲ 영화제를 위해 부지런히 일하는 자원 봉사자들. 활기에 가득차 있다.
 
ⓒ2002 강윤주

말 나온 김에 영화제 개막식 분위기를 먼저 잠깐 스케치할까 한다. 어느 영화제나 그곳에 가면 영화만이 아니라 사람을 만날 수 있어 가게 되기는 마찬가지지만, “서울 독립 영화제”의 분위기는 더더욱 그런 것 같다.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이 아니라 사람을 보러 온 사람들이 더 많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예의차리지 않은 반가워하는 인사들이 오가고 개막식 분위기 역시 “공식적”인 느낌은 찾아보기 힘들다.

 

▲ 사회를 맡은 권해효씨와 구성연씨. 두 사람은 시종일관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며 개막식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어 주었다.
 
ⓒ2002 강윤주

영화배우 권해효씨와 영화 “뽀삐”에 출연한 사진작가 구성연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개막식에서는 “그룹 32-28-39”의 흥겨운 춤 공연이 열렸다. 모두 이 그룹 이름의 숫자가 뜻하는 바를 궁금해 했는데, “몸 사이즈가 아니라 단원들의 나이”라는 권해효씨의 익살스런 설명에 한바탕 웃기도 했다.

 

▲ 개막 축하 공연을 해준 "그룹 32-28-39"의 화려한 춤.
 
ⓒ2002 강윤주

이어 영화진흥위원회 대표 자격으로 무대에 오른 영상원 교수 김홍준씨는 “이 영화제는 영진위가 주최하고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집행하고 있다. 이 말인즉슨 영진위가 돈을 대고 한독협에서 맘대로 한다는 뜻이다”로 사람들을 유쾌하게 만들더니만 “작년까지 ‘한국 독립 단편 영화제’라는 이름으로 열렸던 이 영화제가 ‘서울 독립 영화제’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제서야 제대로 된 이름을 단 듯한 느낌이다”라며, “독립 영화는 그 명칭부터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온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부터 만들어진 이름이다. 이 독립 영화의 실체가 좀더 강해지고 넓어지길 기원한다”라는 덕담으로 인사를 마쳤다.

 

▲ 개막 축하 인사를 하고 있는 영상원 교수 김홍준씨.
 
ⓒ2002 강윤주

김홍준씨의 말처럼 올해부터 새로운 이름을 달게 된 “서울 독립 영화제”는 이미 그간 서너번 이름을 바꾸어 단 경력을 가지고 이제 28회째를 맞고 있다.

영화진흥공사 시절 “금관 영화제”나 “한국 청소년 영화제”라는 이름으로, 현재와 같은 경쟁 영화제가 아니라 “대종상”과 같은 영화 시상식으로 존재했던 이 영화제는 99년부터 한국독립영화협회의 후원과 더불어 그 모습을 바꾸어 가기 시작했다.

다른 작은 영화제들에 비해 “서울 독립 영화제”는 한결 나은 재정적 위치에 서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하는 만큼 안정적이라 할 수 있는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으며, 작년부터는 “CJ 엔터테인먼트”에서 주는 지원까지 더해 스폰서를 구하러 뛰어다녀야 하는 일은 없다. 또한 작년부터 상영관도 두개로 늘었고 올해부터는 영화제 데일리 “독립 신문”도 만들기 시작했다.

자타가 공인하듯이 3년 만에 급성장한 셈인데, 독립 영화 진영에서 가장 큰 영화제로서 혹 작은 영화제들의 연대에도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까 하여 던진 질문에, 조영각씨는 “이론적으로는 작은 영화제들끼리의 연대가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시도해 본 결과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아직까지는 각 작은 영화제들이 자신의 개성과 컨셉을 좀더 강하게 키워나가야 하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제에 다른 영화제의 기획 섹션을 넣어서 소개하는 것이 현 상태에서는 가장 바람직한 연대 형태라고 본다”고 주장했는데, 98년 “한국 독립 영화제”에서 “십만원 영화제” 기획전을 마련해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이 그 좋은 예라고 한다.

 

▲ "서울 독립 영화제" 집행위원장 조영각씨.
 
ⓒ2002 강윤주

올 영화제의 특징으로 그는 중편 영화들의 선전과 장편 영화들의 부진을 들었다. “서울 독립 영화제”에서 말하는 중편 영화란 길이가 25분 이상 60분 미만인 것들로, 이 정도 길이의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은 대개 단편 영화를 이미 많이 만들어본 경험을 가진 이들로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는 작품들을 만든다고 한다.

그런데 이 정도 길이의 작품을 상영해 주는 영화제들은 또 많지 않아서 “서울 독립 영화제”가 좋은 창구 역할을 해주는 셈이라고 했다. 반면 응모한 작품들 중 장편 영화들은 마치 올해 독립 장편 영화들의 전반적인 부진을 말해주기라도 하는 냥 아주 좋은 작품들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고 털어 놓는다.

끝으로 특히 조영각씨 개인에게 다사다난한 한해였던 올해를 마치며 독립 영화판에서 장기적으로 일해온 소감을 물었다.

(개막식 사회자 권해효씨는 조영각씨를 소개하며 “오랜 소원이었던 월급쟁이 생활을 단기간에 마친 불운한 인물”이라고, <죽어도 좋아> 사건으로 영화 등급 위원회를 탈퇴한 그를 위로했었다.)

그는 자신이 한마디로 “너무 게을러서” 충무로 판에는 어울리지 않을 인물이라고 자평했으며 “그냥 편하게” 일하고 싶은데 요즘 독립 영화판에 산재된 복합적 문제들을 수용하고 해결해야 하느라 머리가 아프다며 사람들이 자신을 “조영각이야 만만디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지” 라고 평가하는 것처럼, 그런 식으로 계속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심정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그의 말, “독립 영화판에 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부족해요. 꾸준히 자리잡고 일하는 기획자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독처럼 빛은 못 볼지 몰라도 수백편의 영화들 중 미래의 대감독 작품을 발견해내는 기쁨 또한 만만치 않거든요.”

내년에는 모쪼록 그가 더 자주 그런 기쁨을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영화제와 관련된 구체적인 정보는 오마이뉴스 영화란에 실려 있는 곽기환 기자의 기사 "서울 독립 영화제 2002 개막"을 보면 얻을 수 있다.

2002/12/21 오후 6:38
ⓒ 2002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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