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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주 교수의 홈페이지

이곳에 있는 글들은 오마이뉴스에 있는 제 영화 칼럼 [강윤주의 판타스틱 플래닛]과 [강윤주의 작은 영화제]에 실린 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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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자는 토끼를 깨우는 거북이들
[서울 여성 영화제] 상영작 <거북이 시스터즈>
강윤주 기자
거북이와 토끼가 경주를 했다. 자신만만했던 토끼는 결국 나태한 낮잠에 빠져들었고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 자신의 승리를 향해 혀를 깨물며 오기와 끈기 하나만으로 버텼던 거북이가 먼저 결승골에 도달했다.

 
 
 
ⓒ2003 wffis

<거북이 시스터즈>는 낮잠자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너무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많은 토끼들에게는 여전히 백일몽처럼 희미하게 들리는 우리 사회 거북이들의 외침, 곧 장애인들의 권리 선언이다.

고덕동 한 집에 모여 사는 세 명의 1급 장애 여성들. 그 작은 집이나마 방에서 마루로 나가는 것조차도 큰 노동일 만큼 그들의 장애는 심각하다. 그들 중 한 사람은 그래도 걸을 수 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전동 휠체어없이는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영화는 이 세 거북이 여성들의 사는 모습을 아주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주인의 말에 다른 집을 구해보다간 결국 포기하고 (포기의 이유는 다름아닌 계단 때문이다) 어렵사리 주인이 올려달라는 돈만큼을 대출받아 그 집에 머물러 있기로 하는데, 집 수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 이사나 다름없는 과정, 곧 온 집안의 짐을 빼냈다가 며칠 후에 다시 집어넣는 일을 하게 된다. 그 사이 갈 데가 없어진 그들은 급기야 모텔 신세까지 지게 된다.

 

 
 
ⓒ2003 wffis

이 영화는 음식점 위생 검사나 소방 화재 시설 검사와 같은 장애인 편의 시설 검사 보고서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결코 지루하지 않은, 우리에게 새로운 각도로 이 사회의 여러 시설물들을 보게 하는 영화다.

지하철에 있는 (그나마 모든 역에 설치되어 있지도 않은) 장애인 리프트를 타다가 떨어져 죽은 장애인의 수가 한둘이 아니다. 영화에서도 나오듯이 그들은 '영화를 보러 가기 위해서, 친구를 만나러 가기 위해서, 볼 일을 보기 위해서' 목숨을 걸어야 한다.

그런 일들을 할 때 목숨까지 걸고 나가는 상황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데모를 했다. 그랬더니 전경들은 전동 휠체어에 앉아 있는 20대 후반의 꽃 같은 처녀를 사과 궤짝 들 듯이 난짝 들어올려 옮겨 버렸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그녀에게, 자신의 얼굴 높이로 숨막힐 듯 다가오는, 자신을 둘러싼 건장한 전경들의 하체 부분은 또 얼마나 불쾌했을 것인가. 팔다리 사지를 버둥거리지도 못하고 그저 휠체어에 앉아 고개를 흔들며 갸날픈 팔을 휘두를 수밖에 없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 일은 저절로 분노의 눈물을 흘러내리게 했다.

부동산에 들어가 이야기를 하려 해도 문턱 때문에 들어가질 못해 부동산 문 앞 땡볕에서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하다못해 음식점에 들어가서 밥을 먹으려 해도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단 한 번이라도 자신이 드나드는 식당이나 까페에 휠체어 탄 장애인이 들어올 수 있을까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대부분의 식당이 수많은 계단과 높은 턱으로 '장애인 출입금지'를 암묵적으로 명시해 두었다.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고개를 내두를지 몰라도 이는 분명한 '미필적 고의'다.

거북이 시스터즈는 시내 한가운데에서 그녀들을 오랜만에 찾아온 지우를 만나서 맛있는 밥 한끼를 먹으려 해도 결국 자신들이 사는 집 앞에 있는, 휠체어로 통행이 가능한 식당을 찾아 고덕동으로 와야 했다. 언제가 되어야 그들은 남들처럼 '음식 메뉴를 보고 식당을 고를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게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분노와 슬픔의 기록만은 아니다.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절묘한 순간에 공감의 폭소를 터뜨릴 수 있게 만든다. 그것도 작위적이거나 의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자연스럽게… (이 웃음의 순간들은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터라 이 순간을 글로 묘사하는 헛된 노력은 생략하겠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은 사람인가? 아니다. 거북이다. 발언의 강도를 다소 낮추자면 거북이 사람 정도 된다. 원래 사람인 장애인을 거북이로 만드는 건 다름 아닌 이 사회다.

그들이 토끼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같이 가자고. 혼자 줄창 뛰어가다 낮잠에나 빠져 경주에 지는 것보다는 거북이와 이야기 나누며 걸어가다가 공동 우승하는 게 더 즐겁지 아니한가?

세상의 불의에 민감한 거북이 장애인들, 그 불의와 사회의 장벽에 맞서 싸우기 위해 독립한 영화 속 세 명의 장애인 여성들은 어쩌면 낮잠에 빠져 있는 우리 토끼들을 이미 이긴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결승점을 목전에 두고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향해 소리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깨어나, 깨어나라고. 아직 늦지 않았으니….
 


2003/04/16 오전 10:25
ⓒ 2003 OhmyNews
  • 임영희 2005.02.16 10:47
    '생각할 수 있어서 인간' 이라는 말이
    이런 장애인들의 슬픔 앞에서는
    참으로 무색하게 생각될 때가 많습니다.
    평범한 우리에게도 이런 무례함이 있지요,
    소극적으로는
    장애인을 위한 길이나 주차장에 서슴없이
    다니고 있는 우리들의 매일의 일상이 부끄럽습니다.
    한 하늘에 있는 사람들이 친구가 되고 ,
    타인의 아픔을 나의 부담으로 만들길 꺼리지 않는
    사랑의 시민의식이
    내게,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돈이 되지 않는 것을 위해서도
    화려한 플래시를 받을 수 없는 방향에 대해서도
    내가 해야한다는 당위성만을 갖고
    창작력을 쏟는 분들에게
    감사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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