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강윤주 교수의 홈페이지

이곳에 있는 글들은 오마이뉴스에 있는 제 영화 칼럼 [강윤주의 판타스틱 플래닛]과 [강윤주의 작은 영화제]에 실린 글들입니다.
자료를 다른 곳에 사용할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새 페이지 1
토론토의 마사지 살롱을 들여다보면?
<서울 여성 영화제> 캐나다에서 영화 만든 류수경 감독의 <문지르고 당기고>
강윤주 기자
<문지르고 당기고 (Rub & Tug)>. 상당히 묘한 느낌을 주는 이 제목의 영화는 당신이 한 그 연상처럼 다소 은밀한 곳, 곧 마사지 업소에서 일하는 세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업계에서는 베테랑이라 할 수 있는 베티와 남자친구에게 자신의 직업을 속이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귀여움이 넘치는 리아, 불법 이민자로서 하루빨리 캐나다 국적자와 결혼해서 합법적으로 일할 것만을 손꼽으며 온갖 어려움을 참고 일하는 막내 신디가 그들이다.

감독은 캐나다에서 영화를 공부한 류수경씨다. 그녀는 한국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캐나다에서 새로 영화 공부를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유학 결심 순간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어느날 직장에서 파김치가 되어 만원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데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흐르더라구요. 내가 하고 싶은 건 영화인데, 이렇게 살면 안 되는 건데…”

 
▲ 왼쪽부터 신디, 베티 그리고 리아. 등을 보이고 서있는 콘래드.
 
ⓒ2003 Willow Pic

영화는 “마사지 업소 주인=착취자/ 마사지 걸=착취 당하는 자”라는 흔한 선입견을 뒤집는다. 마사지 업소 주인이 새 매니저를 찾느라 면접하는 장면에서, 주인은 첫 마디로 “내가 저 마사지 걸들 때문에 미치겠어”라고 내뱉는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자리를 찾지 못해 여기 매니저로 왔지만 곧 “제대로 된” 직장을 찾아 나가려는 콘래드는 어리버리다. 그는 아니나 다를까 마사지 걸들에게 이리저리 휘둘리고 업소 청소를 주업으로 하며 소일하던 중 사장에게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게 되는데, 그건 바로 마사지 걸들이 “풀서비스”를 하는지 감시하라는 것. 그 뒤로 펼쳐지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이 이 영화의 흐름에 적당한 강약을 준다.

 

▲ 감독 류수경 씨와 콘래드역의 돈 맥켈라
 
ⓒ2003 Willow Pic

마사지 걸들이 착취 당하는 자만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보여주는 정점은 마지막 부분에서야 나오지만 그래도 이들이 살기 위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열심히 노력하는 강한 생활력의 소유자들이라는 건 영화 전반에서 꾸준히 볼 수 있다. 아니, 이들이 착취 당하는 이들로 보여지는 장면은 거의 한번도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들이 이렇게 일관된 성격으로 그려지는 반면, 어리버리 콘래드는 어느 순간 관객을 배신한다. 콘래드라는 인물에 대한 설명으로는 감독 류수경씨의 말이 딱인 것 같다. “동정과 조소는 동전의 양면”이라는… 곧, 어리버리하고 선하기 그지없는 성격으로 마사지 걸들의 입장에서 모든 걸 생각하려는 것처럼 보이던 그가 자신의 이익이 걸린 부분에서는 가차없이 야비한 작자로 돌변한 것이다. 하긴 그게 어디서든 이른바 “배운 자”들이 보이는 흔한 모습이긴 하다.

마사지 걸들이 손님들에게 팁을 많이 받아내기 위해 그들의 욕망을 이용하는 수법은 듣기만 해도 유쾌한 구석이 있다. 왜 언니들은 나보다 늘 팁을 더 많이 받느냐고 순진하게 묻는 신디에게 리아는 대답한다. “방을 일단 좀 덥게 해 두는 거야. 그리고 자연스럽게 말하지. 아, 너무 덥네요. 웃옷을 좀 벗어도 될까요? 그런 식으로 미칠 것 같이 만드는 거지.” 하지만 그들은 절대 “풀서비스”, 곧 성관계는 하지 않는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미성년자가 와서 베테랑 베티에게 한번만 하게 해달라며 응석을 부리자 베티는 그의 등에 올라타서 이랴이랴 거리며 야단을 치고 신디는 성관계를 강요하는 손님을 발로 차서 쓰러뜨린 뒤 다시 마사지만을 받게 한다.

여성 영화제에서 볼 수 있는 영화는 상당히 많은 부분 이른바 “하위 문화”를 다루고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마사지 걸과 같은, 사람들이 밝히기를 꺼리는 직업에 종사하는 자들을 나 자신이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소중한 수확이 될 것 같다.

끝으로 감독의 말을 덧붙인다. “그들의 일을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해야 비로소 그 다음 단계의 변화 모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2003/04/14 오전 10:11
ⓒ 2003 OhmyNews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32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식 스케치(2002.12) 2007.12.02 3234
31 나도 에로물 심사위원 하고 싶어요! 1 2005.02.16 3553
30 여자의 쾌락은 중요하지 않다? 2005.02.16 3592
29 세계의 환경 영화제를 소개합니다. 2005.02.16 3450
28 50돌 맞은 오버하우젠 단편 영화제를 다녀오다. 2005.02.16 3402
27 부쉬가 꼭 봐야 할 워싱턴 환경 영화제 2005.02.16 3479
26 워싱턴 환경 영화제에 소개된 영화 세편 2005.02.16 3411
25 만약에 당신의 아버지가 마피아라면... - 반부패 국제 영화제 2005.02.16 3501
24 8일간의 자원 활동을 마치며 2005.02.16 3347
23 우리를 파괴하는 것을 파괴하는 게 잘못인가? 2005.02.16 3287
22 여성 감독들의 한바탕 국제적 수다 자리 2005.02.16 3458
21 남성의 시선이 배제된 즐거운 놀이마당 2005.02.16 3465
20 낮잠자는 토끼를 깨우는 거북이들 1 2005.02.16 3670
» 토론토의 마사지 살롱을 들여다보면? 2005.02.16 3685
18 우리, 벌거벗고 관계의 진실과 만나자 2005.02.16 3522
17 자원활동가로 뛰어든 서울여성영화제 2005.02.16 3558
16 '빅노이즈 필름'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2005.02.16 3664
15 내전과 독재 정권이 준 상흔의 기록 2005.02.16 3543
14 붉은악마와 영화제 자봉은 닮았다? 2005.02.16 3656
13 서울독립영화제 상영작 두편 소개 2005.02.16 3655
Board Pagination Prev 1 2 Next
/ 2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