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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있는 글들은 제가 독일 통신원으로 2001~2년에 [즐거운 학교]의 해외 교육 리포트란에 썼던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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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부업 되면 안 되죠!

 
[독일] 어른세계 엿보기, 청소년의 부업 바람
 
강윤주 기자 kangy@uni-muenster.de
 
슈투트가르트 김나지움 10학년인 질비아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에 슈퍼마켓에서 일을 한다. 아직 학생인 17살의 그녀는 독일법상 한달에 630마르크 (한화로 약 38만원)를 넘게 벌 수 없는 탓에 한달에 35시간 정도까지만 일할 수 있다.

 
▲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 한 학생. 이들은 보통 시간당 12 마르크(한화로 약 7200원) 정도를 받게 된다. ⓒ Mendener Blatt

16살이 된 뒤로 그녀는 매달 560마르크쯤을 벌어 베네똥이나 시슬리 등에서 자기가 사고 싶은 청바지를 사기도 하고 운전 면허 시험에 드는 비용으로 썼다. 그녀는 학생이지만 슈퍼마켓에서 정식 직원으로 일하는 다른 어른들처럼 여름 휴가비도 받고 크리스마스 보너스도 받으면서, 그 세계에서는 스스로 마치 성인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질비아처럼 수업이 끝난 뒤, 혹은 주말에 일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바이에른주의 어문학과 교사 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10학년 이상 학생들 중 삼분의 일이 정기적으로 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살 학생들 중에서는 18%가 일을 하고 아비투어(대입 시험)를 준비하는 13학년 학생들은 무려 50%가 일을 한다. 조사에 응한 학생들 중에는 심지어 여러 개의 일을 하고 있는 학생들도 꽤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법에 따르자면 13살 이상의 아동은 신문 배달이나 베이비 시팅 같은 가벼운 일들을 8시에서 18시 사이, 주중 2시간 동안 할 수 있다. 15살 이상의 청소년들은 방학 동안 일년에 4주까지 일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한 연구 결과를 보면, 독일 전체 학생들 중 80%가 부업의 경험을 가졌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사회는 이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 않다. 미국의 경우에는, 학생들의 부업이 학업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아 여태까지 한주에 48시간 일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 법을 고쳐 30시간으로 줄이자는 의견이 논의 중이다.

부업을 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에게는 학교에 오는 일이 오히려 부업이 되어 버렸다.

바이에른이건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이건 이런 현상은 공통적이다. 부업은 학생들이 학교 숙제를 해야 하는 시간과 시험 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을 앗아간다.

"고학년 학급에서는 늘 10%쯤의 학생들이 부업 때문에 수업에 참석하질 않는다"는 것이 어문학과 교사 연합 소속 한 교사의 이야기다.

문제는 이러한 부업 활동이 생계 유지를 위한 것 같은 중대한 목적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더 좋은 옷, 더 좋은 휴대폰, 혹은 다른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기 위해 차를 사는 것 같은, 소비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실제 학생들의 부업 상황을 한번 알아보자.

바이로이트의 슈테판은 한달에 40시간을 양조용 맥아를 푸대에 담는 일로 보낸다. 시간당 12마르크씩 받는 이 일로 그는 그가 원하던 폭스바겐의 폴로를 샀다. 17살 때부터 이 일을 해왔는데 이제 19살인 그는 곧 아비투어를 봐야 하는 탓에 40시간에서 19시간으로 일을 줄였다고 한다.

그의 친구 토마스는 슈퍼마켓에서 매주 월요일과 토요일 일하고 한 달에 500마르크쯤을 번다. 통장에 차곡차곡 모은 그 돈으로 그는 새로운 컴퓨터 부품을 사고 나중에는 아우디 A3 자동차를 사려고 한다.

"물론 별로 중요하지 않은 수업은 가끔 빠질 때가 있죠. 하지만 아비투어를 치르는 데는 아무 문제 없어요"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펠릭스의 경우 그의 부업은 앞서 말한 학생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화려하다. 그는 컴퓨터 전문가로서 1시간에 60에서 100 마르크의 돈을 벌고 심지어 두 명의 친구와 함께 자기 회사를 차렸다.

곧 아비투어를 앞둔 그는 일하는 시간을 다소 줄였다. 그의 학교 성적은 실제로 아비투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좋고 그 역시 현재 버는 돈 때문에 아비투어를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다.

"여러 번 회사로부터 취직하라는 제안을 받기도 했죠. 하지만 전 우수한 아비투어 성적을 받아서 꼭 전산 정보과에 들어갈 겁니다"라는 게 자신감 넘치는 그의 말이다.

앞의 질비아 경우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부업을 가진 학생들은 청소년과 성년 사이의 경계에 서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학교에서는 여전히 청소년이지만 부업을 통해 그들은 어른의 세계를 엿보게 되고 그를 통해 부모를 더 이해하는 방향으로 나가기도 한다.

부모들은 벌써 돈을 벌어 자기 것을 장만하는 자녀들을 대부분 대견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교사들은 부모들과 달리, 특히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부업으로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우수한 학생들은 부업을 하더라도 학업과 부업의 시간 분배에 있어 현명하게 운용하는 반면, 중하위급 학생들은 갈수록 학업을 등한시하게 되는 게 일반적인 경향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부업을 하면서 어른이 됐다는 느낌과 함께 학교 수업의 중요성을 무시하려는 쪽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법적으로 학생들의 부업을 막을 길은 없기 때문에 교사들은 그저 대책없이 이 현상을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학생이 너무 자주 수업에 빠지고 결석의 이유가 도대체 믿을 수 없는 것일 때는 교육청에서 그 학생에게 벌금형을 내릴 수는 있다. 그러나 결국엔 학생 본인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게 교사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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