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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주 교수의 홈페이지

이곳에 있는 글들은 제가 독일 통신원으로 2001~2년에 [즐거운 학교]의 해외 교육 리포트란에 썼던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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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하루종일 학교에?

 
[독일] 집처럼 편히 쉬고 놀 수 있도록...반대 목소리도
 
강윤주 기자 kangy@uni-muenster.de
 
초등학생이 오후 4시까지 학교에 있다면?
처음 듣는 사람들은 언뜻 떠올리기를, "아니, 초등학교 때부터 보충수업이나 자율학습이 있단 말이야, 그건 너무 심하군!" 하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독일의 이른바 '(하루)종일학교'는 보충수업이나 자율학습 개념과는 너무나 다른 일과로 짜여져 있다.


 
▲ '종일학교'는 외동이거나 두 명의 형제자매로 이루어진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공동체의식을 심어준다. ⓒ DieZeit

'베어벨린제 종일학교' 교장은 "학교는 부모들로부터 점점 더 많은 교육적 임무를 인계받으라는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환경과 다문화 교육, 폭력과 마약 중독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법, 영어 교육, 컴퓨터교육 등 이 많은 것을 가르치려면 당연히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이들은 오후 4시까지 학교에 머물러 있고, 학교는 더 이상 무엇을 배우기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집처럼 놀고 쉬는 공간이 된다.

독일에서 이 '종일학교'는 부모들의 폭발적인 열망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예외적인 경우에 속한다. 그에 반해 미국과 영국, 프랑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나라들과 네덜란드에서는 '종일학교'가 점점 일반화되어 가고 있다. 앞서 말한 '베어벨린제 종일학교'의 500명 중 절반만이 오후 4시까지 학교에 있을 수 있고, 이 학교가 세워진 86년 이후 수많은 부모들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기다리고 있다.

'종일학교' 체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들의 주장은 "아이들에게 무리하게 너무 많은 걸 가르치려 들면 안 되고,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부모들의 따뜻한 품에서 아이들을 빼앗아 오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도 점점 그렇게 되어가는 추세지만, 독일에서는 대부분이 핵가족으로,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살지 않는 가정에서 엄마 혼자서 아이들의 양육을 책임져야 한다. 엄마가 아이 양육 때문에 자신의 직업적 캐리어는 고사하고 무언가 일을 한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건 아예 언급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독일에서는 몇 달 전부터 '종일학교' 체제를 지원하려는 정치적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심지어 가족주의를 중시하는 기민련에서 다른 주들뿐 아니라 가장 보수적인 주인 바이에른주에도 시범적으로 '종일학교'를 운영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40%에 이르는 부모들이 초등학생이 오후까지 학교에 남아있는 걸 바란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되면 엄마와 아빠 모두가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독일의 3만5000개 학교 중 1만개가 못 되는 학교만이 '종일학교'로 운영된다. 겨우 20명 가운데 1명의 학생만이 이 혜택을 입게 되는 셈이다.

 

▲ 교육개혁 방안으로 거의 유일하게 경제계의 환영을 받은 '종일학교' 체제. ⓒ DieZeit

독일 국민들이 '종일학교'에 거는 기대는 크다. 흥미롭게도 경제계에서도 이 '종일학교' 체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종일학교는 좀더 다양한 교육적 기회를 제공하고 그로 인해 학생들의 학습 능력을 상승시켜 국제적으로도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라는 것이 독일경제연구소와 독일경제인연합회의 의견이다.

(최근 독일 학생들은 국제 학력 경시 대회에서, 상위권을 맴도는 한국과 일본 학생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저조한 성적을 보여 독일인들을 충격에 빠지게 했다. 한국의 교육 현실을 아는 필자로서는 그 학력 평가라는 게 과연 의미있는 잣대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지만 말이다.)

이러한 경제계의 반응에 오히려 교육계는 놀라고 있다. 지금까지 '전인 교육'이나 '효과적인 여가 선용' 등 새로운 교육 개혁안을 들고 나올 때마다 경제계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철부지 교육학자들'이라며 비난해왔기 때문이다. 경제계에서 교육개혁안에 이렇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거의 처음이다시피 한 일인 것이다.

'종일학교'의 장점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주로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제시한다.

첫째, 공동체 교육이다. 핵가족 시대에 가정에서 아이들은 많아야 한 명, 혹은 두 명의 형제 자매와 자라게 된다. 어떨 때에는 또래 집단이 아닌 부모가 유일한 상대가 된다. '종일학교'에서는 가정에서 얻을 수 없는 공동체 경험을 놀면서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둘째, 놀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대도시에서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은 지극히 제한되어 있다. 학교의 운동장, 농구장, 테니스 장 등을 활용하면 아이들은 집에서보다 훨씬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셋째, 어릴 때부터 사회적 존재로서의 책임을 익힌다. 아이들도 일을 도와야 했던 농가에서와는 달리 아이들이 부모를 도울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 동생을 돌보거나 이웃 할머니의 우유 심부름 등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책임감은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말이다. '종일 학교'에서는 자연스럽게 상급생이 하급생을 돌보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넷째, 외국 문화와의 접촉이다. 외국 아이들은 그들만의 영역에 갇히지 않고 독일 아이들과 어울려 놀면서 언어 능력을 향상시키고, 독일 아이들은 특별한 경계심 없이 외국 아이들과 접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배우고 익히게 된다.

이렇듯 다양한 장점을 가진 '종일학교' 체제로의 이양은 그러나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교사들은 이 새로운 방식의 학교를 위해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 제대로 된 교사 교육 없이 운영되는 '종일학교'는 마치 탁아소처럼, 아이들을 학교에서 '봐 주는 기관'이 될 터이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재정적 지원이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집처럼 편안하게 놀고 쉬려면 교실과 식당 등 거의 모든 공간이 다시 꾸며져야 한다. 또 '종일학교' 운영을 위해서는 현재 교사 인원보다 삼십 퍼센트쯤 더 많은 교사가 충원되어야 한다.

독일경제인연합회에서는 '종일학교'의 혜택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게 되는 부모들이 재정 충당에 중요한 몫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금 각 주나 지역에서 세금으로 '종일학교'를 위한 재정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가뜩이나 높은 세금 때문에 불만이 가득 찬 독일 국민들이 이에 순순히 따를 지는 미지수라는 점에서, 부모들이 바라는 '종일학교' 체제는 요원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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