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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주 교수의 홈페이지

이곳에 있는 글들은 제가 독일 통신원으로 2001~2년에 [즐거운 학교]의 해외 교육 리포트란에 썼던 것들입니다.
자료를 다른 곳에 사용할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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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도 선택 가능한 자유일까?

 
[독일] '적극적 안락사'에 대한 논쟁중
 
강윤주 기자 kangy@uni-muenster.de
 
한 환자가 심장마비로 앰뷸런스에 실려왔다. 응급 처치를 시작하려던 의사, 막막한 얼굴로 다른 이들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한다. "암 말기라 오래 고생하는, 이 사람 우리 병원 사람들 모두 아는 사람이잖아!" 그래서 어떻다는 말이냐고, "그러니까 응급처치를 말아야 하겠느냐?"고 당장 반문해 올 독자들이 있을 터이다. 말할 것도 없이 이 상황에서 의사는 응급처치를 했고 환자는 다시 살아났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인도주의적 상식 수준에서 간단히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 상황은 훨씬 복잡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

동독 지역 안락사 찬성 80%

 
▲ <슈피겔>지가 지난 2월 22일부터 3월 6일까지 2,094명의 사람들에게 실시한 안락사 설문 조사결과 67%가 찬성, 16%가 반대한다고 밝혔다. ⓒ DerSpiegel

네덜란드에서는 지난주에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이 통과되었다. 네덜란드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여러 가지로 직,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독일(구제역에서도 그랬듯이)에서는 이 법의 통과가 마치 자국의 일처럼 논란이 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 통과시킨 안락사 법의 실체를 일단 알아보자.

죽고 싶어한다고 의사가 무조건 편안하게 죽음에 이르는 주사를 놔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환자가 여러 번 안락사를 요청한 기록이 있고, 그 환자의 병이 어떤 시술로도 치료 불가능하다는 것이 의사와 법조인, 윤리학자로 구성된 3인의 위원회에서 인정되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사람이 하는 일에는 언제나 틈이 있는 법이다. 첫째, 환자의 병을 완치할 수 없다는 것을 100% 확신할 수 있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 반대하는 의료인들의 주장이 있다. 병원에서 포기했다가도 기적과 같이 살아난 환자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종종 듣게 되지 않는가?

이 첫 번째 이유보다 더 심각하게 들리는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죽음의 경제성'이라는 점이다. 병이 나을 것이라는 희망도 품을 수 없고, 환자 본인도 고통에 시달리는데, 병원비는 자꾸만 들어간다. 다행히 가족들이 병원비를 계속 댈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많은 경우 중환자가 집안에 있으면 그 한 사람 때문에 집안의 가계가 풍비박산 나게 된다.

그걸 뻔히 아는 환자는 '빨리 이 세상을 뜨는 게 모든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이다'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안락사라는 합법적 장치가 생기면서 어쩌면 가족들도 은근히 그걸 기대하게 되지 않을까? 또 가족들의 그 은근한 기대 때문에 안락사를 택하는 환자들의 죽음을 어떻게 그들의 '자유 의지'로 택한 죽음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바로 이 점이 안락사 합법화의 그늘진 부분인 것이다.

이제 안락사에 대한 독일 각계의 입장을 한번 들어보자.

"기가 막히게도 부활절 전 주에 그런 법을 통과시키다니… 이 일은 네덜란드의 댐이 무너진 것과 유사한 일이다."- 분노에 찬 기독교계.
"독일에서는 절대로 그런 법이 통과될 일이 없을 것이다." - 연방법무장관은 연일 강조했다.
"안락사는 이야기조차 되어선 안 될 금기 항목" - 야당인 기민련과 집권당인 녹색당.


그러나 이러한 종교계와 정치계의 입장은 국민들의 의견과는 거의 정반대에 서 있다. 서독 지역에 거주하는 국민들 중 64%와 동독 지역 거주민들 중 80%가, 환자가 심한 고통에 시달려 안락사를 원한다면 그것은 허용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집단학살 역사 기억하는 사회지도자급은 적극 반대

공적인 위치에 있는 정치가들이나 종교계 인물들이 안락사에 대해 완강한 입장을 보이는 데에는 또 다른 배경이 있다. 바로 독일의 나치 시절 히틀러가 자행한, 안락사를 가장한 집단적 죽음의 역사 때문이다.

'게르만 우월주의'는 유대인종을 학살한 것에 그치지 않고, 독일인 가운데에서도 환자나 신체장애자들을 죽음으로 유도했다. 필자도 이 안락사에 관련된 나치의 프로파간다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불치병에 시달리는 아내를 보다 못한 의사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기 때문에' 죽인다는, 매우 로맨틱한 포장에 싸여있는, 안락사 합리화를 위한 영화였다.

이렇듯 '건강하고 우수한 게르만 민족 형성'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의해 죽어간 환자나 신체장애자들의 수는 10만이 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나치의 우수 종족 솎아내기는 심지어 갓 태어난 생명에까지 손을 뻗쳐, 그 시대 독일인 산파들 중의 많은 이들이, "건강하지 못한 아기가 태어나거나 순수 게르만 혈통이 아니면 태어나자마자 그 아기를 몰래 죽였다"고 증언을 한 바 있다.

이렇듯 끔찍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탓에, 독일인들은 공적인 자리에서 안락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조차 금기시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독일의 의료인들 중에는 안락사를 '금기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는 이들도 있다.

"원칙만을 강조하는 사람이 되기는 쉽습니다"라고 입을 연 쾰른 대학 병원 암전문인 뤼퍼는, "암 말기의 고통이 어떤가는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그 상황을 옆에서 지켜보다 보면 정말 저렇게 사는 것이 과연 인간다운 삶인가, 인간다운 죽음을 택할 수 있는 권리가 인간에게 없단 말인가, 하는 질문을 던져보게 되지요"라는 말로 안락사의 필요성을 은근히 옹호한다.

필자가 알기로, 한국에서는 작년 2월부터 뇌사를 공식적으로 인정함으로서 이른바 '소극적 안락사'를 인정한 셈이 되었다.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이 '적극적 안락사'의 바람. 한국에도 언제 불어닥칠지 모르는 일이다. 의료계를 비롯하여 각계각층에서 미리 생각해 볼 일이 아닌가 싶다.

2001.04.15 ⓒ 즐거운뉴스
기사 원문은 http://www.spiegel.de/druckversion/0,1588,128185,00.html에 실려 있다.

☞ 소극적인 안락사와 적극적인 안락사란?
소극적 안락사란 예컨대 의식을 잃고 인공호흡장치로 목숨을 이어가는 식물인간이나 뇌사로 판정된 사람에게서 생명보조장치를 제거하는 것처럼 비활동적인 생명의 인위적 연장을 중단하는 것이다. 적극적 안락사는 회복할 가망이 없이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환자에게 독극물이나 가스를 투여해서 죽음을 빨리 맞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안락사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사회는 거의 없지만, 대부분의 사회에서 소극적 안락사는 가족의 동의를 얻어 관행적으로 이뤄진다. 한국에서도 지난 2월부터 새 장기이식법이 시행돼 뇌사가 공식적으로 인정되었으므로, 부분적으로는 소극적 안락사가 합법화되었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관습적으로 인정되는 소극적 안락사에도 여러 가지 미묘한 문제가 개입한다..--<한국일보> 2000년 7월 30일 기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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