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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주 교수의 홈페이지

이곳에 있는 글들은 제가 독일 통신원으로 2001~2년에 [즐거운 학교]의 해외 교육 리포트란에 썼던 것들입니다.
자료를 다른 곳에 사용할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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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학교'에 반대한다!

 
[독일] 소홀한 가정, 불안증 보이는 어린이 늘어
 
강윤주 기자 kangy@uni-muenster.de
 
지난 주에 주간 신문 <디 짜이트(Die Zeit)>지에 실렸던 '종일 학교'에 대한 기사를 정리해서 낸 바 있다. 이번 주에는 그 '종일 학교'에 반대하는 기사가 다시 실렸는데, '종일 학교'에 관심을 가졌던 이들에게 흥미로운 기사가 될 수 있을 듯해 소개한다.

 
▲ 건강 관리부터 기초 언어 습득은 학교가 아닌 부모들의 책임이나 독일에서는 최소한의 책임마저 미루는 부모가 늘어나고 있다. ⓒ Die Zeit

독일의 교사협의회는 최근, '부모들은 각성하라' 정도로 들리는 발표문을 작성했다.
"제대로 된 교육은 오로지 집에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제대로 양육할 때에만 가능하다"라는 것이 그 주제인데 -이는 사실 매우 당연한 모토인데도 독일에서는 이 당연한 일이 현실적으로 잘 이루어지지 않는 데에 그 문제가 있다.- 집에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위해 챙겨야 하는 일의 목록으로 교사협의회가 나열한 것을 보면 다음과 같은 것이 들어간다.

1. 등교 전, 제대로 된 아침 식사
2. 학교 숙제
3. 아이들의 숙면을 위한 환경 조성
4. 적당한 운동
5. TV보는 시간의 조절


이것 말고도 몇 가지가 더 있지만 하나같이 정말로 당연한 일들의 나열이다. 하지만 이 기본적인 사항들이 얼마나 지켜지지 않았으면 교사 협의회에서 이런 일들을 요구하고 나왔겠는가?

독일에는 학교에서 불안정한 정서 상태를 보이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십년 전만 해도 한반에 정서 불안 아동은 많아야 하나둘 정도였는데, 요즘 통계에 따르면 대여섯명의 아이들이 그런 증세를 보인다고 한다. 육체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잘 양육되지 못한 것 같은 증세 말이다.

부모의 무관심으로 정서질환 앓는 아동 늘어

언어 교육학자들은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20 퍼센트가 언어 장애를 보인다고 지적하고, WHO (Health Behavior in School-Aged Children Survey 1997/98: 취학 연령 아동의 건강 상태 조사) 발표에 따르면 독일 아동들은 유럽에서 심리-육체적으로 가장 안 좋은 상태를 보이는 군에 속한다고 한다.

오랜 TV 시청 시간, 운동 부족과 우울증이 그런 상황을 만든 이유로 분석되었다. 특히 평균 일일 세시간반에 이르는 TV 시청 시간은 아동들로 하여금 점점 독서를 적게 하도록 한다는 데에 그 문제가 있다. 92년에만 해도 자녀들을 독서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는 가정이 50% 가까이에 이르렀는데, 지금은 그 절반밖에 안 되는 가정만이 자녀에게 독서 교육을 시키기 위해 힘쓴다고 한다.

이 글을 쓴 가쉬케(Gaschke)는 건강 관리부터 기초 언어 습득까지는 공적 기관인 학교에서 책임질 수 없는, 부모들의 책임 영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학교에서도 학생들의 건강 관리와 기초 언어 습득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이 노력이 학교의 본 업무인 수업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정서 불안을 보이는 아동들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통계에 따르자면 대학 교수 같은 지식인 계층의 자녀들 중에도 가정에서 잘 양육되지 못해 그런 문제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무책임한 방임을 반권위주의 교육으로 착각

가쉬케의 분석에 따르자면 구 서독 지역에서는 무책임한 방임을 반권위주의 교육으로 생각하여 아이들을 그저 내버려 두었기 때문에 이런 경우가 종종 생기고, 구 동독 지역 사람들은, 역시 교육은 국가 기관인 학교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부모들은 자녀가 숙제를 해가지 않았다면 이는 흥미를 유발시키지 않은 교사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자기 아이가 다른 애를 때렸다면, 그건 맞은 애가 자기 아이를 욕했기 때문이고, 성적이 형편없으면 먼저 과외 선생을 탓한 다음, 그것으로 성이 안 풀리면 과외 선생이나 학교를 고소할 생각부터 한다.(어쩌면 독일에서만 관찰되는 현상은 아니겠다.) 부모들의 휴가 계획에 안 맞으면 아이들이 학교를 빠지면 그만이다.

가쉬케는, "종일 학교에 대한 요구는 부모들의 자녀 방임을 합법화시키고, 종일 학교가 일으킬 수 있는 문제들– 부모들의 더 큰 자녀 방임-을 간과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에서 오랜 기간 동안 1300개의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해 온 연구를 인용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낯선 이의 손에 키워진 아동이 더 강한 공격성을 보이는 사실이 뚜렷하게 증명되었다"고 한다.

"어떤 잘 갖추어진 학교도 부모를 대치할 수는 없다. 좀 더 나은 교육 체계보다는 좀더 나은 양육 체계가 필요한 것이 지금 독일의 현실이다"라는 것이 가쉬케의 마지막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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