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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주 교수의 홈페이지

이곳에 있는 글들은 제가 독일 통신원으로 2001~2년에 [즐거운 학교]의 해외 교육 리포트란에 썼던 것들입니다.
자료를 다른 곳에 사용할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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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없는 학교만들기

 
[독일] 인기 록그룹 '죽은 바지'의 캠페인
 
강윤주 기자 kangy@uni-muenster.de
 
정치적인 노래와 발언 등으로 자기 색깔을 뚜렷이 하면서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 그룹은 지난주에 'Buber-Rosenzweig-Medaille(부버-로젠쯔봐이크-메달)'을 받았다. 이 메달은 1968년 이래 유대인 철학자인 마틴 부버와 프란쯔 쯔봐이크를 기념하여 유대인과 기독교인 사이의 유대 증진에 기여한 사람과 단체에게 수여한 상이다.

극우 나치주의자 움직임도 일지만

 
▲ 독일의 인기 록그룹 'Die Toten Hosen' 보컬 캄피노의 공연 모습. ⓒ Die Toten Hosen

독일에 살면서, 2차 대전 당시 독일과 같은 전범 국가인 일본의 태도를 관망하다 보면 독일과 일본의 태도에 뚜렷한 차이가 있음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최근 일본의 교과서 왜곡 사건이나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우리의 비위를 건드리는 일본 장관들의 망언은, "그건 오로지 일본 정부 내 우익 집단들의 생각이 불거진 것일 뿐이다", 라고 눅여 받아들이려 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이다.

물론 독일도 통일 후 극우 나치주의자 움직임이 갈수록 더 큰 우려이긴 합니다. 높아만 가는 실업률, 통일 뒤 눈에 뻔히 보이는 동-서독의 경제 발전상의 차이 등,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섞여서 동독의 많은 직업 없는 청년들을 부추기고 그 결과는 히틀러의 부활을 외치는―이 시점에서 박정희 기념관을 떠올리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연상 작용이 아닐까 한다 ―신나치주의적 움직임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독일의 최근 극우주의적 경향을 정리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 경향을 정리하자면 박사 논문 하나로도 부족하고 몇 달 연재를 하지 않고는 힘들다.

이번 글의 목적은 독일의 이름난 록그룹 'Die Toten Hosen'의 발언을 소개하려 것이다. 독일의 록그룹이 극우주의와 무슨 관련이 있냐고? 관련이 있어도 꽤 깊은 관련이 있다. Die toten Hosen이라는 말은 단어 그대로 번역하자면 '죽은 바지'라는 뜻이다. 독일에서는 이 말을 관용적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래서 황폐한' 정도의 의미로 쓴다.

'인종 차별 없는 학교만들기' 나선 락 그룹

수 년 전부터 정치적인 노래와 발언 등으로 자기 색깔을 뚜렷이 하면서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 그룹은 지난주에 부버-로젠쯔봐이크-메달을 받았다.

 

 

이 메달은 1968년 이래 유대인 철학자인 마틴 부버와 프란쯔 쯔봐이크를 기념하여 유대인과 기독교인 사이의 유대 증진에 기여한 사람과 단체에게 수여한 상이다.

Die Toten Hosen은 이번에 '인종차별 없는 학교 만들기' 운동에 크게 기여한 공로로 이 상을 받았는데, 이 그룹의 리드 싱어인 캄피노는 수상식에서 꽤 긴 수상 소감을 발표했다. 대중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이렇게 정치적 의식이 확실한 그룹이 독일에 있다는 게, 필자는 솔직히 매우 부럽다.

한낱 대중 가수의 수상 소감 발표로 치부될 수도 있었던 것이 <프랑크푸르트 룬트샤우>(Frankfurt Rundschau)라는, 독일의 유수 일간지에 그 전문이 소개되었다는 것도 부럽다. 그래서 부러움에 못 이겨, 그 리드 싱어가 발표한 수상 소감을 편집해서 이곳에 싣는다. 참고로, '인종차별 없는 학교 만들기'라는 운동은 1988년 벨기에에서 시작된 이래 유럽 전역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계속되고 있는 캠페인이다.

 

 

 

Die toten Hosen의 부버-로젠쯔바이크 수상 소감
 
보컬을 맡고 있는 캄피노.  

"나는 반인종주의 운동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오늘 제가 부버-로젠쯔봐이크-메달 수상 소감을 발표할 수 있게 된 것은 두 가지 면에서 큰 영광입니다. 첫째로는 우리 그룹이 지난 몇 년간 해온 반인종주의적 노력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졌다는 점에서, 둘째로는 '인종차별 없는 학교 만들기'라는 캠페인의 중요성이 인정되었다는 점입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너무나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한 가지 사건이 지나 가면 곧장 다른 사건이 터져서 도무지 그 새로운 사건들을 오래 생각해 보고 정리할 시간이 없지요. 그렇게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우리는 수많은 사건들에 무감각해져 결국 "바뀌는 건 하나도 없어. 어차피 내가 뭘 한다고 변할 수 있는 것도 없잖아"하는 식의 냉소주의에 빠지게 되지요.

그렇습니다, 현실은 냉혹하지요. 인종차별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이제 너무나 진부한 일이 된 것처럼 여겨집니다. 큰 뉴스가 될 만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사람들은 그 단어를 듣는 것만으로도 지겨워합니다.

심지어 저명인사들이나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하는 이야기에도 사람들은 귀를 막고 그래서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허다하지요.

여기에 더해서 "이제 독일은 가득 찬 배와 같아서 더 이상 누구도 태울 수 없다", "게르만 민족의,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우수한 민족 문화" 등등의 어리석은 말들이 떠돌아 독일에서의 다문화 사회(multikulturelle Gesellschaft) 형성을 가로막습니다.

그런 말들이 바로 사람들이 우리 눈에 뿌려서 눈 못 뜨게 하려는 모래먼지입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른바 '민주적 중도파'라는 정당들이 그런 주장을 한다는 것이지요.

이런 식의 주장들, 사람들이 대놓고 싸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주장들이 일상에서 스물스물 기어나와 우리들의 생각을 흐립니다. 우리는 이와 싸워야 합니다! 바로 이것이 '인종차별 없는 학교 만들기'의 주된 생각입니다.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어떤 교육학자도, 어떤 선생님도 따로 가르치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그저 각자 인종차별에 대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선입견을 받아들이고 그에 따라 개별적으로 행동합니다. 학생에 의한 학생을 위한 캠페인! 줄기찬 토론을 통해서 학생들은 인종차별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어떻게 하면 자기가 의식적으로 그것과 싸울 수 있는가를 알게 됩니다. 인종차별과 싸우는 것은 우리 개인의 자유를 지키는 일입니다.

"난 외국인에 대해 나쁜 감정 없어"라는 이 말, 우리는 쉽게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는 안 됩니다.

"나는 외국인이 우리 사회에 오는 것을 매우 환영한다"라는 자발적이고 확신에 찬 목소리, 우리에게는 이것이 필요합니다. '인종차별 없는 학교'라는 이름을 달기 위해서는 해마다 새롭게 심사 받아야 합니다.

여차하면 진부한 테마로 굴러 떨어지는 위험을 막기 위한 방법입니다. 이를 통해 '인종 차별 없는 학교 만들기'의, 진부해지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성격을 세계에 알리는 일이 이 운동의 목적입니다.

인종차별은 패자들의 이데올로기입니다. 어떤 특정한 민족이나 피부 빛깔에 대한 자랑스러움으로 자기와 조금이라도 다른 이들을 압살하는 패자들의 이데올로기입니다. '인종차별 없는 학교'-이 이름이 달린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야말로 자부심을 가질 만합니다. 이 이름만큼 쿨(cool)한 명예는 없습니다!

강윤주 기자 kangy@uni-muenster.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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