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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주 교수의 홈페이지

이곳에 있는 글들은 제가 독일 통신원으로 2001~2년에 [즐거운 학교]의 해외 교육 리포트란에 썼던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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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힘'으로 유아교육 질 향상

 
[독일] 칼자루 쥐게 된 유치원생 부모들
 
강윤주 기자 kangy@uni-muenster.de
 
영어로 유치원은 'Kindergarten'이다. 곧, '아이들의 정원'이라는 뜻의 독일어를 그대로 옮겨와 쓰고 있는 셈이다. 독일 유치원 시스템이 그만큼 잘 되어 있음을 반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독일의 유치원 가운데 평균수준에 이르고 있는 유치원은 세 개 가운데 두 개 정도인 것으로 밝혀졌다. ⓒ Franz Ewert

독일의 주간지 <디 짜이트>(Die Zeit)에 따르면, 독일의 유치원들은 한마디로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한다.

부모들이 만족하는 유치원, 10% 불과

<디 짜이트>에서 "과연 독일에 좋은 유치원들이 있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으로 기사를 시작한 필자 수잔네 마이어는 자못 심각한 어조로 다음과 같이 말을 이어나간다.

독일에서는 300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그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 중에는 분명히 의욕에 찬 유치원 보모들과 그들 아래에서 행복한 아이들이 대단히 창조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곳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유치원들은 어디에 있나? 부모들이 그런 유치원을 찾으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함부르크에서 지난 20년간 보모 교육을 해왔고 교육생들에게 취업을 알선해 준 앙케 슈텡켄에게 들어보자.

 

▲ 독일의 유치원은 최근 현저히 숫자가 줄어 학부모들의 선택권이 높아지고 있다. ⓒ Franz Ewert

"독일의 유치원 중에 아마 부모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유치원은 10퍼센트 정도 일 것"이라는 게 그의 대답이다.

유감스러운 대답이다. 더욱 유감스러운 것은 누구도 유치원의 수준에 대해 정확한 대답을 줄 수 없다는 사실이다.

부족하나마 믿을 만한 대답을 해줄 수 있는 연구는, 4년 전부터 교육학자 볼프강 티쩨가 해온 '유치원 시설 평가'이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세 개의 유치원 가운데 두 개쯤이 간신히 평균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한다.

이 연구는 보모들이 유치원생들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조사 결과 10개의 유치원 중 3개의 유치원에서만 보모들이 유치원생들의 말에 귀기울이고 대화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한다.

공동의 놀이, 음악적 재능의 개발, 미술적 재능을 발굴해 주는 일을 해내는 유치원은 채 7퍼센트도 안 된다고 한다. 한창 언어 능력이 배양될 이 시기의 아이들이, 어떤 유치원에 있느냐에 따라 천양지차를 보이게 된다는 건 더 말할 필요도 없겠다.

특별히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유치원들은, 부모들이 반나절이라도 자기 시간을 가지기 위해 그토록 자기 아이를 보내고 싶어하는 '종일 유치원'이다. 이 유치원들은 가장 기본적인 예절에 속하는, 만나고 헤어질 때 인사하는 법조차도 제대로 교육시키지 않았다는 게 연구결과 나타났다.

 

▲ 유치원생 부모들은 정부로부터 지급받은 '자녀양육 보조비'로 자신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유치원에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 Franz Ewert

보모들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자각하고 있는 걸까? 부모들은 보모들이 뭘 하는지 알고 있나?

도무지 그걸 평가하고 감시할 수 있는 기준과 권리가 부모들에게 주어져 있기나 한 걸까?

줄어든 유치원, 이제는 골라 보낸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유치원의 평가기준은 매우 단순했다. 얼마만한 공간에 몇 명의 유치원생들이 수용되어 있는가, 아이들이 잠자는 공간과 놀이방 등이 화재에 대비해 잘 갖추어져 있는가 등이 그 기준점들이었다.

이를 넘어선 기준, 곧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서의 유치원, 다른 말로 하자면 보모들의 자질 등에 대한 연구는 아예 없었다. 역으로 말하면 그 점에서는 전혀 체계가 잡혀 있지 않았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독일 공립 유치원생의 부모들은 대개 고단한 계층에 속한 사람들인지라 아이들을 너무 늦게 데려다 주고 또 늦게 데리러 오면서도, 까다롭게 질문을 해대는 이들이었다. 사립 유치원생 부모들은 반대로 요리사, 보모 보조, 정원사 등으로 무료 봉사를 해왔다.

공립 유치원은 저렴하거나 무료인 대신 체계가 잡혀 있질 않고 시설 면에서 떨어지는 반면, 사립 유치원은 체계와 시설 면에서 공립 유치원보다 현저히 나았기에 사립 유치원생 부모들은 그렇게 해서라도 자기 아이가 그곳에 남아 있길 바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많은 전문가들은 보모의 교육능력을 질높은 유치원의 우선조건으로 꼽고 있다. ⓒ Franz Ewert

그러나 유치원들 사이의 경쟁 체제가 시작되면서 이 모든 상황은 뒤집어졌다.

지난 몇년간 유치원생의 숫자가 현저히 줄어들면서–통계에 따르면 20퍼센트 이상 줄었다고 한다–부모들은 이제 유치원을 '고를 수 있게' 된 것이다. 부모들이 거꾸로 힘을 가지게 된 것이다.

부모들이 힘을 가지게 된 상황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제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이는 것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지금까지 유치원 등의 기관에 지급되던 재정보조금을, '자녀양육 보조비'(Kindergeld)처럼 부모에게 직접 지급케 하려는 것이다.

부모들은 물론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유치원에 그 돈을 지불한다. 이 제도적 개선을 통해 부모들은 유치원에 직, 간접적인 압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좀더 음악 수업을 늘렸으면, 컴퓨터나 영어 수업은 어떨까…. 따위의 제안도 이제 좀더 강도높게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볼프강 티쩨는 각 유치원을 전문가들 그룹의 평가에 맡겨 점수를 매기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행해지고 있는 이 제도는 간단히 말하자면, 마치 호텔처럼 별점을 매겨 누구나 그 유치원의 수준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독일에서 취학전 아동교육을 위한 통일된 교육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점수를 매기기 힘들다는 점이다.

유럽 공동체와 독일이 유아교육에 쏟는 애정

독일은 오스트리아와 함께 취학 전 아동들의 교육을 위해서는 표준화된 교육방침이 있을 수 없다고 믿고 있는, 유럽에서 몇 안 되는 나라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유치원에 따라 상업학교 졸업장만 가지면 보모가 될 수도 있고 심지어 그런 졸업장이 없이도 보모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 이제는 유아교육도 국가가 나서서 책임져야 할 때다. ⓒ Franz Ewert

유럽의 다른 나라들이 보모의 자격으로 대학 졸업장을 요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우, 곧 초등학교 교사의 대우를 해주는 것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유럽 공동체에서는 1996년, 10년 계획으로 공동체 내 국가들의 세 살에서 여섯 살까지의 아동들 중 90퍼센트, 그리고 세 살 아래 아동 중 15퍼센트가 모두 탁아시설이나 유치원에서 양육될 수 있도록 국공립 탁아시설 건립을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수학, 생물, 자연과학, 기술 그리고 환경친화적 컨셉과 음악, 미학적 컨셉으로 아이들을 기르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 현재 독일의 탁아시설 중 16퍼센트가 하루종일 아이들을 맡아서 양육하고 있다.

더 많은 아이들을 더 좋은 시설에서 양육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 해에 600억의 돈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한 연구기관의 발표이다. 유럽 공동체 국가나 독일이나 아직 가야할 길이 멀지만, 탁아시설에 대한 우리 정부의 미온한 관심에 비해서는 그 상황이 훨씬 희망적으로 보여서 솔직히, 매우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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