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강윤주 교수의 홈페이지

이곳에 있는 글들은 제가 독일 통신원으로 2001~2년에 [즐거운 학교]의 해외 교육 리포트란에 썼던 것들입니다.
자료를 다른 곳에 사용할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새 페이지 19
 

"선생님들은 우리를 쉽게 포기하지 않아요!"

 
[독일]소외된 아이들의 '재도약을 위한 학교'
 
강윤주 기자 kangy@uni-muenster.de
 
"제가 이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던 건 제 삶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어요."라고, 19살의 마르쿠스는 서슴없이 이야기한다.
도대체 어떤 학교에 다니기에 한 학교에의 입학이 그에게 그토록 중요한 의미를 주었다는 걸까? 이른바 엘리트 대학교? 아님 영재들을 위한 학교? 둘 다 아니다.


'재도약을 위한 학교'

 
▲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모여 '재도약'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 ⓒ Interface

마르쿠스가 다니고 있는 학교는 엘리트 학교와는 오히려 정반대의 위치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는, 일반 고등학교에서 졸업장을 따지 못한 아이들을 위한 '재도약을 위한 학교 (Schule der Zweiten Chancen)'이다.
독일 전역에서 고등학교 중퇴자-여기서 말하는 고등학교는 인문계뿐 아니라 상업, 직업 학교까지 모두 포괄한다-는 9%. 이들은 졸업장이 없기 때문에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

이 학교 운동장에서는 터어키인, 이태리인, 독일인 들과 그밖의 여러 나라 학생들이 모여서 왁자지껄 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복도에는, "우리 학교에는 50여개국의 학생들이 함께 공부합니다"라는 학교 소개의 글이 자랑스럽게 걸려 있다.
그러나 그 학생들 사이에 분쟁은 없을까?

"놀랍게도, 우려할 만한 분쟁은 없습니다"라는 게 이 학교 교장인 베르트 펠쩌 씨의 말이다. 이 학교가, 마치 맨하탄의 할렘가처럼 일종의 '게토적' 성격을 띤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펄쩍 뛰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학교를 세운 이유가 바로 외국인 학생들이 독일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데에 있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국인 학생들만 학교에 있어서는 안 되지요. 그래서 정책적으로 독일인 학생들의 비율을 일정 수준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독일인과 외국인 학생의 비율은 거의 반반쯤 된다고.

교사들 역시 국적 다른 학생들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단히 노력한다. 이 노력은 독일 학생이 외국인 학생에게 조심해야 한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 터어키 여학생은 얼마 전 교사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네가 만약 독일 친구들도 함께 앉아있는 식탁에서 네 친구와 터어키어로 이야기한다면 그것 역시 인종 차별주의가 되는 거야."

엄격한 규율, 신뢰할 수 있는 선생님

1995년, 당시 유럽 공동체 교육 담당이었던 에디트 크레송이 제안한 '재도약을 위한 학교'는 유럽 전역에 퍼져 나가 독일뿐 아니라 프랑스와 영국, 핀란드, 덴마크, 스페인과 그리스, 이태리에 세워졌다. 베르트 펠쩌 씨가 교장으로 있는 독일 쾰른 뮐하임 지역의 이 학교는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로 1997년에 건립되어 4백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이 학교 학생들은 대개 직업이 없거나 실업 수당에 의지해서 사는 16살에서 24살까지의 청소년들이다. 사회적으로 소외당하고 가정에도 여러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이들이 어떻게 학교 안에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잘 지낼 수 있을까?

이 학교는 운영 방침상 다른 학교에 없는 엄격한 규율을 하나 가지고 있다. 학생들은 입학 때에 이 규율을 지키겠다는 서명을 해야 한다. 이 규율은 다른 게 아니라, 모든 종류의 학내 폭력, 마약 거래나 장기 결석 혹은 지각이 즉각적인 퇴학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학교가 운영되어 나갈 수 없습니다"라는 게 교장의 말이다.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유로운 독일의 사회적 풍토에서 사는 학생들이 어떻게 이렇게 엄격한 학교 규율에 동의할까? 이에 대해 학생들은 입을 모아 "교사들의 태도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다른 학교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적은 한 학급당 20명의 학생수, 교사 평균 연령 40살, 이런 것들이 이 학교의 분위기를 말해 주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학생들의 개인차를 인정하고 그에 맞춰 수업한다는 방침 아래, 한 학생이 어느 과목에서 다른 학생들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면 그 학생을 위한 개인 교사가 즉각적으로 투입될 정도로 이 학교 학생들은 나름대로 특권을 누리고 있다.

"선생님들은 우리를 쉽게 포기하지 않아요. 그들은 우리를 위해 싸워주죠!"
교사들에 대한 신뢰감으로 가득찬 마르쿠스의 말이다.


이 학교는 그 성격상 교육청 직속 학교가 아닌 탓에 교사들을 뽑는 데 있어 교장의 권한이 다른 교육청 소속 학교에 비해 크다. 이 학교 교사가 되려면 마치 보통 회사에 취직하려는 사람처럼 입사 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아야 한다. 교사 선정의 중요한 조건 가운데 하나는 그 교사가 사회적으로 소외된 청소년들을 가르치는 일에 특별히 매력을 느끼고 있는가 하는 점과 그런 청소년들을 가르칠 수 있을 만한 능력을 교사 개인의 삶 속에서 쌓아왔는가–이런 것들은 대학에서 가르쳐 주지 않으니 말이다– 하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것말고도 이 학교의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는 졸업 뒤 학생들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가능성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주일에 하루, 이 학교에서는 면접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사회에 어떤 직업들이 있는가 등을 강의한다.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이런 시간을 통해 이 학교 학생 86%가 졸업 뒤 무엇을 할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 학교가 보여주는 긍정적인 결과는, 학생들이 교사에 대해 강한 신뢰감을 가질 수만 있다면, 사회적으로 소외되었다는 패배감과 엄격한 규율 등에도 불구하고 다른 일반 학교 학생 못지 않은 청소년들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45 해리포터 신드롬과 독일의 아동-청소년 문학 2007.12.03 946
44 12살부터 중국어, 아랍어 공부해요! 2007.12.03 833
43 도대체 뭐가 지나친 노출입니까? 2007.12.03 825
42 부모의 힘으로 유아교육 질 향상 2007.12.03 832
41 아기를 위해 금연하렴 2007.12.03 776
40 초임교사 초봉을 인상해 달라! 2007.12.03 930
39 이슬람 문화, 근본부터 들여다보자 2007.12.03 754
38 독일사람도 영어 때문에 골치 아파! 2007.12.03 1037
37 자신감 없는 아이일수록 분노 표출 2007.12.03 910
36 학생들이 매기는 교사의 성적 2007.12.03 773
35 노년교사, 화려한 날은 갔나? 2007.12.03 742
34 팔레스타인 역사 교과서 유대인 부정적으로 묘사 2007.12.03 881
33 합법적 부등교를 위한 끝없는 투쟁 2007.12.03 836
32 교직이 얼마나 매력있는 직업인데! 2007.12.03 793
31 홈페이지에서 교사 모욕한 학생 처벌 2007.12.03 862
» 선생님들은 우리를 쉽게 포기하지 않아요! 2007.12.03 756
29 영화로 만나는 써머힐의 공상 과학 2007.12.03 906
28 대졸 부모 밑에서 대학생 자녀 나온다? 2007.12.03 764
27 발암 물질 나온 학교 건물 철거 2007.12.03 788
26 청소년선생님과 노인학생 2007.12.03 78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