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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주 교수의 홈페이지

이곳에 있는 글들은 제가 독일 통신원으로 2001~2년에 [즐거운 학교]의 해외 교육 리포트란에 썼던 것들입니다.
자료를 다른 곳에 사용할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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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 부등교'를 위한 끝없는 투쟁

 
[독일] 학교 안 가고 집에서도 창의력, 학습능력 '쑥쑥'
 
강윤주 기자 kangy@uni-muenster.de
 
여기에 한 가족이 있다. 각각 아홉살, 열한살, 열세살인 세 아이와 엄마와 아빠. 이 세 아이는 방학이 아닌데도 학교에 가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방학이 없다. 학교에 가지 않으니 방학이라는 개념도 없다.

 
▲ 교육청을 상대로 '합법적 부등교'를 위해 싸우고 있는 임마누엘, 제미온, 유리 삼남매. ⓒ Die Zeit

그렇다면 이른바 '홈-스쿨' 가정이냐고? 그렇지도 않다. 엄마와 아빠가 집에 있기는 하지만 이들이 자녀들에게 일정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가르치질 않으니 '홈-스쿨'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

"학교 폭력이 싫어요!"…자발적 등교거부

막내인 유리가 말문을 연다. "전 수업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딱 한번, 여섯살 때 학교에 가본 적이 있는데, 세시간도 채 못 되어 집으로 돌아왔죠."

둘째 제미온은 말하길, "제가 한번 학교에 갔을 때는 웬 깡패 그룹이 있었는데, 그 안에 소속되어 있지 않으면 못 견디게 괴롭히는 거예요." 제미온은 맏인 임마누엘과 그 학교에서 반년을 견뎌냈다. 그 학교가 그 둘에게는 마지막 학교가 되었다.

셋의 공통점은 나름대로 학교에서 작건 크건, 물리적으로건 심리적으로건 폭력적인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그 경험 이후로 그들은 등교하기를 거부했고, 직업이 유치원 보모인 엄마는 그들의 의견을 존중했다.

그들은 모두 책을 읽을 수 있고, 글을 쓸 수 있다. 이야기 창작도 좋아한다. 맞춤법에 딱 맞게 글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건 그들에겐 별로 중요하지 않다.

하루종일 형제 자매들끼리만 논다. 지루해 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들에게는 집안에서 해야 될 일이 할당되어 있고, 땅값 싼 동네에 사는 덕택에 넓은 정원과 같이 놀 수 있는 개가 있으며 집 바로 옆에 큰 숲이 있어 하루종일 숲을 헤매고 다닐 수도 있다.

읽기·쓰기·창의력 뒤쳐지지 않아

로빈슨 크루소를 방불케 하는 이런 생활을 이들이 처음부터 아무런 제재없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세 아이는 경찰차를 자주 타보았다. 이 집안 식구들은 엄마부터 시작해서 모조리 맨발로 다닌다.

맨발로 걸어다니는 세 아이가 경찰 눈에 자주 뜨인 탓에, 또 학교에서 수업 받고 있어야 할 시간에 거리를 돌아다닌 탓에 이들은 경찰차로 집에 돌아온 적이 많았다(독일에서는 의무 교육을 받아야 할 연령의 아이들이 등교하지 않고 경찰에게 '발각'된 경우 '연행'되어 학교로 이송된다).

이들의 엄마인 서른일곱의 크리스티아네는 회고한다. "큰아이가 태어났을 때 저는 몬테소리 교육법에 푹 빠져 있었지요. 아이들은 자기들이 뭘 원하는지 가장 잘 알고 있다, 이상적인 육아법, 뭐 그런 것들이요. 그런데 갑자기 어느날부터 아이가 학교 가는 걸 거부하고 어떤 과목에도 흥미를 보이지 않는 거예요."

그 당시 몬테소리 교육법에 관련해서 알게 된 교육학자는 크리스티아네에게 권하기를, 아이가 싫어하더라도 여섯주 동안 강제로 등교시키라고 권했다. 그러나 엄마의 생각으로 그건 옳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엔 아이가 아프다고 학교에 핑계를 댔고 그 뒤로는 계속해서 다른 이유를 꾸며댔다. 그러나 그들이 작센-안할트 주로 이사왔을 때는 더 이상 그런 핑계를 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부등교는 명백한 '범법'…인정할까 말까

99년 시월 말, 맏인 임마누엘이 열두살쯤 되었을 때 교육청은 그들을 발견해 냈고 관청 사람들에게 이런 경우는 명명백백한 '범법 행위'였다. 온갖 관청에서 그들에게 전화를 해왔고 자녀 하나당 결석한 날짜를 따져서 총 680 마르크의 벌금을 내라는 편지가 날아왔다.

끝없는 토론과 끊임없는 우편물 교환 끝에 세 아이들이 시험적으로 한 학교에 등교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그러나 아이들은 체육 시간말고는 수업 참가를 거부했다. 정부에서 파견된 교사가 가정 방문 형식으로 찾아왔지만 아이들은 그것도 거부했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이 세 아이가 어느날 찾아온 교육청 사람을 자신들의 창의력과 학습 능력으로 감동시킨 것이다. 그들은 스스로,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학교에 다니는 다른 아이들이 배운 여러 가지 것들을 다른 방식을 통해 배웠음을 자연스럽게 보여주었다.

이 '사건' 이후로 교육청에서는 세 아이의 엄마가 자녀 교육을 위하여 가진 열정을 참작하여 벌금을 상징적인 액수인 150 마르크로 내렸다. 교육청에서는 세 아이가 등교하지 않는 상황을 '어느 정도' 받아들인 듯이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크리스티아네에게 편지를 보내고 담당자를 보내 설득하려고 한다. 그러나 크리스티아네 역시 '합법적인 부등교'를 위해 물러서지 않고 교육청을 상대로 계속 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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