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잘 써야 머리도 잘 쓴다

by 예독흐 posted Dec 0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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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잘 써야 머리도 잘 쓴다"

 
[독일] '학습'보다 중요한 것은 잘 뛰어노는 것
 
강윤주 기자 kangy@uni-muenster.de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독일에서도 '몸 가꾸기'는 대유행 상품이다. 스포츠센터나 스포츠 동호회가 넘쳐나고,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게르만족들도 '조깅족'이 되어버렸다.

 
▲ 봉에 매달려 놀고 있는 아이들 ⓒ MTV-BO

아이들의 운동신경 둔화

그러나 아이들은? 유감스럽게도 아이들의 상황은 다르다. 독일 오스나브뤽 대학의 체육교육학 교수인 레나테 찜머는 아동들의 운동성을 조사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아래와 같은 글을 썼다.

아동기는 당연히 바깥에 나가 뛰어놀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한 시기라고, 많은 이들이 그렇게 '믿고 싶어한다'. 그러나 현실은, 많은 아이들이 나가서 뜀박질하며 노는 대신 집안에 앉아 노는 걸 훨씬 좋아한다. 옛날에는 나가지 말고 집에 있으라고 하는 것이 아이들이 잘못했을 때 주는 벌 같은 것이었으나, 요즘 아이들에게는 그렇지가 않다.

지난 몇 년간의 조사에 의하면, 아이들의 운동신경은 놀라울 정도로 둔화되었다. 이를테면, 공을 잡는 것 같은 간단한 행동 하나도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계단을 빠르게 오르내리기, 담 위에 올라가 균형을 잡으며 걸어가기, 나무 타고 오르기 등, 지금 어른 세대가 어릴 때 수도 없이 했던 '놀이'를 요즘 아이들은 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결과는 '4세에서 6세 아동들의 운동성 조사(MOT 4-6: Motoriktest fuer vier- bis sechsjaehrige Kinder)'에서 나타난 것이다. 이 조사는 지능지수 검사처럼 표준화된 것으로, 소아과나 초등학교 입학 시 행해지는 검사 때에 쓰이는 것이다. 이 검사에서는 균형감, 방향인지력 등 여러가지 능력을 테스트한다.

이 검사는 약 15년 전부터 표준화되었는데,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약 10%의 아동들이 도달해야 할 기준에 이르지 못한다고 한다.

앉아서만 하는 '학습'이 주 원인

그 이유로는, 요즘 아이들이 해야 하는 '학습'의 많은 부분이 앉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적어도 학교를 파한뒤 오후 시간에는 밖에 나가 뛰어 놀았는데, 요즘 아이들은 휴식 시간에도 집에 앉아 텔레비전을 시청한다.

그 다음으로는 컴퓨터에 앉아 게임을 하고, 그 뒤로는 책상에 앉아 숙제를 해야 한다. 학교에서 오전 내내 자리에 앉아 공부를 하고, 오후에도 또한 집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모든 것이 앉은 상태로 진행된다. 이러다 보니 성장 과정 아동에게 필수적인 운동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아동들의 운동 부족이 일차적으로 가져오는 것은 비만과 같은 육체적 현상이다. 지난 10년간 초등학교 입학생 중 비만 아동의 수가 두배로 뛰었다. 5명 중 1명의 아동이 비만이다.

또한 아동 비만은 심리적 문제도 일으키는데, 이를테면 비만 아동들은 자기 몸을 남에게 보이기 싫어해서 체육시간에도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이런 심리는 악순환을 가져와서 비만 아동들은 점점 더 비만해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서 '학습'과 '운동'은 적절한 균형을 갖추어야 한다. 체육시간은 머리를 써야 하는 다른 많은 과목들과 달리 몸을 쓰는 유일한 과목인데, 많은 학교들에서는 체육시간을 점점 더 소홀히 한다.

"몸을 잘 써야 머리도 잘 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머리를 잘 쓰기 위해서는 먼저 몸을 잘 써야 한다는 것이다. 머리 속에 들어오는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정보의 소화를 위해서 빠른 머리 움직임이 필요한데, 빠른 머리 회전은 온몸에 있는 기관의 원활한 순환에서 온다. 1시간의 컴퓨터 수업이 끝나면 1시간의 축구 놀이를 하거나 적어도 운동장을 1바퀴 뛰는 정도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 체육시간에 원형통을 이용해 협동운동을 하고 있다. ⓒ Gestadeck Times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들은 이런 방식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체육시간을 늘이기 위해서는 다른 머리 쓰는 과목들의 수업시간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헤센주의 한 학교는 다른 과목의 교사들이 몹시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90년부터 하루 한 시간의 체육시간을 의무화했다.

그 결과 수업 중 학생들의 집중력은 매우 향상되었고, 비만 아동도 현저하게 줄어들었으며, 학교 안에서 아이들이 싸우거나 놀면서 다치는 경우도 눈에 보이게 감소했다. 확실한 증거 자료로 내세울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이 학교에서 김나지움에 진학하는 학생 수가 15% 정도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아동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환경 조성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부모들의 태도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에 신경쓰는 부모의 자녀는 어릴 때부터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고 일찍부터 스포츠 동아리에 들어가는 수가 많다.

따라서 부모들은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인식하고, 아이들 방이 컴퓨터나 전기 자동차 등으로 꽉 차지 않도록, 아이들이 뒹굴며 놀 수 있는 공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2002.04.15 ⓒ 즐거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