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 교육으로 즐거운 수업…집중력도 쑥쑥

by 예독흐 posted Dec 0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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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 교육'으로 즐거운 수업
…집중력도 쑥쑥
[독일] 아동듣기클럽의 '귀기울여(ganz Ohr)' 프로젝트
 
강윤주 기자 kangy@uni-muenster.de
 
"안녕하세요, 저는 귀예요. 제 소리가 들리세요?"

아마도 많은 '귀'들이 독일 시인 에른스트 얀들의 시에 나오는 이런 말을 하고 싶어할 듯하다. 점점 소음의 강도가 강해지고, 사람들은 여유가 없어져서, 뭔가를 제대로 듣는 일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게 현실이므로.

 
▲ '아동 듣기 협회'의 프로젝트인 '귀기울여(ganz Ohr)'의 여러가지 수업 방식. 라디오 게임, 인터뷰하면서 상대방 말 귀기울여 듣기, 악기 소리 들어보기 등등 다양한 방식의 실험들이 행해진다. ⓒ LMU Muenchen





































'듣기의 중요성' 실천하는 교육현장

청소년층과 성인층 모두 다양한 소리의 차이를 잘 구별하지 못하고, 그 소리가 어느 방향에서 오는지 조차도 잘 감 잡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의 4분의 1쯤이 심각할 정도로 잘 듣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뭔가를 들을 때 집중력이 떨어져 수업 시간에 주의가 산만해지며, 그 결과로 특히 외국어를 배우는 속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잘 듣지 못해 말하기를 배우는 속도가 떨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르겠다.

주의를 집중해서 잘 듣게 하기 위해 결성된 프랑크푸르트의 한 '듣기 협회'에서는 학계, 언론계와 힘을 합쳐 학생과 부모가 듣기의 중요성을 알 수 있도록 하는 운동을 펼치려 한다. 이 운동의 일환으로 생겨난 것이 '아동듣기클럽(Hoerclubs fuer Kinder)'이다.

오늘은 뮌헨의 한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시립 도서관에서 아동문학 작가인 안드레아스 피셔-나겔을 인터뷰하는 날이다. 인터뷰 장은 매우 조용한 편이다. 38개의 신발 중 단지 2개만이 바닥을 두드리고 있고, 3명의 학생만이 바지 엉덩이로 다소 신경 쓰이게 나무 의자를 긁어대고 있다.

'아동듣기클럽'에 속한 19명의 초등 학생들은 '귀기울여(ganz Ohr)' 햄스터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이 '귀기울여'는 독일 전역에 있는 50개의 '아동 듣기 클럽'이 벌이고 있는 프로젝트의 이름이기도 하다.

"학교에서는 읽기와 쓰기를 가르치지요. 하지만 듣는 걸 가르치는 학교는 없어요. 아직까지도 교육청 사람들 중 듣기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한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라고, 듣기 협회의 코디네이터로 일하는 카챠 베르그만은 말한다.

독일 3개 주에서 듣기교육으로 집중력 향상

독일 전역에서 듣기 교육을 시키는 주는 니더작센과 슐레스비히-홀스타인으로, 98년부터 '미학 교육' 중 하나의 목표로써 듣기 훈련을 시작했다. 바이에른 주에서도 2001년에 '귀기울여 듣기'를 학교에서의 교육 과제 일환으로 삼았다고 한다.

"소리에 대한 교육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정숙한 상태로 침묵을 즐기는 법을 강요하면 좋아할 애가 없지요. 하지만 녹음기를 하나 주면서 주변의 소리들을 채집해 오라고 하면, 아이들은 소리와 더불어 생각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라고 뮌헨 대학에서 이 프로젝트를 분석하고 있는 크리스티아네 헴머-샨쯔는 말한다.

'아동 듣기 클럽'은 라디오로 하는 실험만 하는 것이 아니고 산책하면서 소리 만들기, 소리 퀴즈 맞추기 등을 하며, 이야기를 듣기 위해 특수 방음처리가 된 방에 모여 편안한 자세로 뒹굴기도 한다. 어떤 학교에서는 컴퓨터나 체육 수업보다도 이런 수업이 더 활성화되어 있기도 하다. 교사들은, 조용하고 참을성 있는 학생들일수록 이런 수업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이 프로젝트가 진행된 후 처음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 매우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아동 듣기 클럽'에 소속된 아이들이 귀기울여 듣고 이해하며 집중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그에 따라 수업 분위기도 좋아졌다.

성인들도 '귀기울여 듣기' 재교육 필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듣기 훈련이 1주에 2시간 동안 진행하는 수업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수업 방식을 바꾸어서 아이들이 귀기울여 듣는 일에 익숙해 지도록 끊임없이 자기 연구를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듣기 협회는 4월 중순에 재단을 설립하여 독일 전역으로 이 프로젝트가 퍼져 나가게 하려고 한다.

유년기에 귀기울여 듣도록 훈련시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목적이지만, 또 다른 하나의 목적은 귀기울여 들음으로써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주는 심리적 효과를 알게 하는 일이다. 성인들도 이런 의미에서 귀기울여 듣기를 재교육 받아야 한다는 것이 협회의 주장이다.

귀기울여 듣기의 중요성은 '아동 듣기 클럽'의 일원인 9살짜리 막시가 더 잘 아는 것 같다. "아빠가 엄마 말을 잘 듣지 않을 땐 엄마가 화를 내요. 다른 사람과 인터뷰를 할 때에는 얼마나 귀기울여 잘 들어야 하는지를 내가 말해줘야 할까 봐요."

<모모>의 작가 미카엘 엔데의 나라인 독일. 이곳에서 '귀기울여 듣기' 교육을 시작한다는 것은 왠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진다.

2002.03.16 ⓒ Die Ze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