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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주 교수의 홈페이지

이곳에 있는 글들은 KBS Worldnet 에 있는 제 영화 칼럼 "New German Cinema" 에 실린 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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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기왕 공포 영화로 문을 열었으니 다시 한번 공포 영화 이야기를 해볼까요?

프릿쯔 랑(Fritz Lang) 이라는 감독 이름은 한번씩들 들어보셨죠? "메트로폴리스(Metropolis)"니, "마부제 박사(Dr. Mabuse, der Spieler)"니 하는 유명한 영화를 만든 감독이잖아요?

오늘은 이 사람이 만든 영화 중 찌릿찌릿한 공포 영화 한편을 소개해 드릴께요. 그게 뭐냐면요... 엠... 엠... 바로 "M"이란 영화에요. "M" 은 부제를 달고 있는데, "Eine Stadt sucht einen Moerder" 곧, "도시가 살인자를 찾고 있다"라는 뜻이죠. 이 영화가 만들어졌을 때의 시대 상황을 알면 영화가 더 흥미있게 느껴지실 거예요. 1930년도에, 지금은 일본 사람들이 너무 많이 살아 흔히들 일본의 식민지라고 부르길 좋아하는 도시 뒤셀도르프 (Duesseldorf)에 페터 퀴르텐(Peter Kuerten) 이라는 연쇄 살인범이 있었대요. 퀴르텐은 무려 마흔한명을 살인하려고 시도했었고 그중 아홉명은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네요. 근데 이 살인범을 두고 참 여러가지 일들이 벌어졌던 모양이예요. 이백명이 넘는 사람이 자기가 바로 그 살인자라고 나섰고, 삼백명쯤 되는 사람이 퀴르텐을 도와주겠다고 했대요. 이 상황이니 도시 전체가 공포에 떨지 않을 수 있었겠어요? 더 황당한 건 퀴르텐이 너무나 잘 차려입은 친절한 신사 스타일이었다는 거죠. 결국 이 신사는 체포당한 그 이듬해인 1931년 쾰른에서 사형당했대요.

프릿쯔 랑은 자기 영화 "M"이 퀴르텐을 모델로 한 게 아니라고 한사코 부인했었대요. 그렇지만 이 영화가 첫 상영된 게 1931년 5월이었으니, 나라도 그렇게 생각하겠다, 뭐...

(영화 "M"의 도입부에 나오는 장면이예요. 맨 오른쪽 장면에 살인범의 그림자, 보이시죠? 그가 말하죠. "어이 꼬마야, 너 어디서 이렇게 예쁜 공을 구했니?" 어이~ 섬뜩...)

진짜 영화 스토리도 뒤셀도르프의 연쇄 살인범 이야기와 정말 유사하거든요. 배경은 뒤셀도르프가 아니라 베를린으로 바뀌었지만 시간적 배경도 1931년이구요. 한 어린이 연쇄 살인범이 있죠. 이 놈이 워낙 나쁜 짓을 많이 한 터라 경찰 뿐 아니라 강도 조직까지도 이 놈을 쫓아요. 음으로 양으로 쫓기던 이 놈, 강도들에게 쫓겨서 은행 건물에 갇히게 되는데 거기서 강도들의 재판을 받고 거의 죽게 되었다가 마지막 순간에 경찰에게 "구출" 당해 - 이것도 구출이라고 해야 하나?- 넘겨진다는 이야기죠.

이 영화는 여러가지로 볼 때 영화사에 남을 만한 요소들을 가지고 있는데, 첫째는 프리쯔 랑이 처음으로 음향을 도입한 영화였다는 점, 게다가 그 음향을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이죠. 그는 이 영화에서 적당한 때에 소리를 길게 넣었다가 또 어떤 때에는 전혀 소리가 안 나게 만들었다 하는 식으로 분위기 조성을 정말 잘 해줘요.

둘째로는, 매우 현실적으로 보이는 사실들을 영화에 도입해서 "실감성" -이런 말 있나요?-을 높혔다는 점이죠. 이 말이 무슨 말인가 하니, 앞서 말한 실제의 연쇄 살인범 퀴르텐 사건이 났을 때 지방 신문이니 뭐니가 그에 대해 떠들썩하니 기사를 썼을 거 아니겠어요? 프리쯔 랑은 이런 식의 보도 기사 등도 영화에 도입했고, 경찰에서 범인을 추적할 때 어떤 방식을 쓰는지, 또 범죄 심리학자에게 가서 범인의 심리가 어떤지 뭐 이런 것들을 상세히 조사했다는 거죠. 그런 방식을 통해서 이 영화는 그 당시 사회상을 섬세하게 잘 그려낸 수작이 되었대요.

또 이 영화는 연쇄 살인범이 수명의 사람들을 살인하기까지 흔적조차 잡지 못했던 경찰을 비판하는 시선도 슬며시 비추어서 가끔씩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웃음이 터져나오게 만들기도 하지요.

이 영화의 주인공인 연쇄 살인범 역을 맡은 페터 로레(Peter Lorre)는 너무 이 역할을 잘 해내서 그 이미지를 떨쳐 버릴 수 없었던 탓에 그 몇년 뒤에는 "에이, 그 역 괜히 했다"고 후회했을 정도라네요.

(옆에 보이는 사람이 주인공 페터 로레예요. 눈동자가 장난 아니죠?)
200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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