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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주 교수의 홈페이지

이곳에 있는 글들은 KBS Worldnet 에 있는 제 영화 칼럼 "New German Cinema" 에 실린 글들입니다.
자료를 다른 곳에 사용할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오늘은 이미 한국에 개봉되었던 "글루미 썬데이-사랑과 죽음의 노래 (Gloomy Sunday: Ein Lied von Liebe und Tod )"라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해요, 좀 색다른 방식으로요.

한국의 인터넷 싸이트를 뒤져보니 "글루미 썬데이"에 대한 정보가 꽤 많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그 싸이트들의 힘을 좀 빌리기로 했습니다. 제 글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시기 전에 아래 두 싸이트에 꼭 가셔서 줄거리와, 나오는 사람들과, 또 이 영화에 얽힌 글들을 읽어주세요. 긴 글들도 아니고 또 흥미있는 이야기이니 금방 눈에 들어올 겁니다.

http://www.movist.co.kr/movies/movie.asp?mid=402

http://www.intercine.co.kr/plan/gloomysun/gloomysun_main.htm

자, 어떠세요, 노래에 얽힌 흥미있는 이야기가 있죠? 하지만 제가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 싸이트에 나오지 않는 뒷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분위기나 광고를 보았을 때 사람들은 대부분 아, 이건 삼각 관계를 다룬 전형적인 사랑 이야기구나, 하고 생각할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제가 보기에 이 영화는 상당히 정치적인 영화입니다.

일단 주인공들의 국적을 살펴볼까요? 레스토랑 주인인 자보는 유대인입니다. 그의 아내 일로나는 헝가리 인, 피아니스트인 안드라스 역시 헝가리 사람이죠. 거기에 독일인 한스가 끼어들게 됩니다. 유대인인 자보는 "돈"을 상징하고 영화 곳곳에서 보여지듯이 그의 성격 또한 사업가답게 통이 클 때는 크고, 계약을 맺을 때는 또 대단히 집요한 인물이죠. 피아니스트 안드라스는 "예술", 그것도 유대인 자보의 힘이 없이는 자기 예술을 상업적으로 팔아먹지 못하는 배고픈 예술인의 전형을 보여주죠. 독일인 한스 역시 기본적으로 장사꾼이라는 면에서 자보와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는 한 발자국 더 나아가서 "정치 권력"을 잡죠. (오른쪽 사진 설명: 일로나가 안드라스에게서 "글루미 선데이"라는 곡을 선물 받은 그녀의 생일날 밤, 둘은 사랑을 나누죠.)

그들이 죽음을 맞는 순서를 한번 볼까요? 먼저 가장 힘없어 보이는 피아니스트 안드라스가 자살이라는 방법으로 생을 마감합니다. (안드라스의 죽음은 나찌 독일에 의한 헝가리 점령이라는 정치적 사실과도 연관시켜 볼 수가 있다고 봅니다.) 그 다음 유대인 자보가 스스로의 돈의 힘에도 불구하고 한스의 정치 권력에 어쩔 수 없이 당하게 되어 아우슈비츠로 끌려갑니다. 세 인물 중 가장 늦게 죽음을 맞는 이는 천수를 다한 것처럼 보이는 나이 80 에,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레스토랑에서 세상을 하직하는 독일인 한스입니다. 저는 이 세 인물의 죽음의 힘의 권력 관계를 살펴 보았죠. 예술은 돈의 후원없이는 지탱할 수 없습니다. 예술이 시장에 나와 직접 몸을 팔기 전에 예술가들은 귀족 후견인들의 도움없이는 살아갈 수 없었죠. 그러나 돈은? 물론 경제 논리가 세상을 지배하는 지금 시기에는 경제인들이 정치 권력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여 그에 대해 여러가지 논리가 있습니다만, 2차 대전 당시에는 한스가 가졌던 나찌 정치 권력이 유대인의 금권을 여지없이 눌러버렸죠.

이 영화를 광고할 때 가장 대표적으로 나오는 아름다운 여자 일로나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안 했죠? 제가 좀 실망했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영화 속 여성상의 전형적인 모습을 또한번 보여줬다고 해야 할지, 하는 부분이 바로 이 일로나에 대한 겁니다. 이 얘기를 하자면 영화의 결론 부분을 말씀드리는 게 되어 좀 망설여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왕 얘기 꺼낸 김에 털어놓자면, 한스의 죽음은 심장마비 같은 병사가 아니라 타살이었다는 겁니다. 일로나는 한스가 그 레스토랑을 방문했던 80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살아있었고, 한스가 그곳에 온다는 것을 알고는 그의 음식에 독을 타서 그를 살해한 거죠. 그 일을 돕는 것은, 관객으로서는 약간 아리송한 부분인, 일로나의 아들 - 자보의 아들인지 안드라스의 아들인지 확실치 않은 - 이구요. 일로나의 아들이 자보의 레스토랑을 맡아서 하고 있었거든요. 갑작스런 죽음을 맞은 한스의 관을 내보내고 레스토랑 문을 닫은 뒤 축배를 드는 일로나와 일로나의 아들, 아마도 이게 상징하는 바는 예술과 금력과 정치 권력을 뛰어넘어 가장 힘이 센 것은 생명을 생산해 내어 세상을 이어가는, 그래서 끝까지 살아남는 여성의 생명력이다, 가 아닐까 싶은데, 이는 너무 전형적으로 보이지 않나요? (윗 사진 설명: 왼쪽에는 예술의 혼인 안드라스를, 오른쪽에는 금권을 가진 사업가 자보를 안고 있는 일로나. 아름다움의 상징인 일로나까지 합치면 셋은 말하자면 완벽한 트리오인가요?)

자, 이제 골치아픈 분석은 그만 끝내기로 하구요, 한가지 덧붙이자면 저는 이 영화를 통해 나찌가 "공식적"으로만이 아니라 "비공식적"으로 얼마나 많은 유대인들의 재산을 수탈했나, 하는 것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한스는 자보의 유대인 친구들에게서 막대한 돈을 받고 그들을 헝가리 밖으로 나가게 해주거든요. 영화 속에서는, 그 일을 통해 한스가 마치 쉰들러처럼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것으로 나오지요. (어쩌면 쉰들러 역시 그런 장사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죠.) (왼쪽 사진 설명: 아직 나찌 장교가 되기 전의, 다소 멍청한 인상을 주는 독일인 한스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게 가장 인상깊었던 대사 한마디를 이 자리에 옮기죠:

Jeder Mensch moechte am liebsten beides: Etwas satt macht und etwas hungrig macht. Etwas fuer Leib und etwas fuer Seele.

안드라스가 일로나와 처음 사랑을 나누고 자보와 담판을 하러 왔을 때 자보가 한 말입니다. "누구나 두 가지를 다 갖길 원하지. 풍족한 느낌을 주는 것(돈)과 안타까운 느낌을 주는 것(예술). 육체를 위한 것과 영혼을 위한 것." 자보는 자신이 일로나에게 줄 수 있는 것과 안드라스가 일로나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고, 일로나가 그 두가지를 모두 갖기 원한다는 사실에 대해 이해했던 거죠. 현실적으로 힘들겠지만, 제가 보기엔 세 남자 중 정말 일로나를 이해하고 사랑했던 건 결국 자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Sara McLahlan의 목소리로 Gloomy를 듣고 싶으신 분은 여기를 눌러주세요.

2001.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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