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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주 교수의 홈페이지

이곳에 있는 글들은 KBS Worldnet 에 있는 제 영화 칼럼 "New German Cinema" 에 실린 글들입니다.
자료를 다른 곳에 사용할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오늘은 한 여자에 대한 영화를 소개할까 해요. 이제 마악 독일에서 상영되기 시작한 필름인데요, 제목은 "하이디 엠 (Heidi M.)" 이죠. 40대 후반의 하이디는, 젊은 연인과 새로 가정을 꾸리려는 남편에게 이혼을 당해요. 40대 후반의 이혼... 누구에게도 쉬울 수 없겠죠. 그러나 하이디는 씩씩하게도 구 동베를린 지역에 밤늦게까지 영업을 하는 상점을 열고는 자기와 자기 딸의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해요.

그러다가 그녀는 프란쯔라는, 자기 아들과의 끊어진 관계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남자를 알게 되고 그들은 차츰차츰 서로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하는데, 막상 어떤 결정적인 순간에 이르자 하이디에게는 옛날 남편과의 일이 생각나면서 몹시 망설이게 되죠. 다시 어떤 사람과 사랑할 수 있을까... 이 관계 역시 또다시 엉망이 되지 않을까...

이 영화는 이렇듯 잔잔하게 한 여자의 사랑과 자기 발견에 대해 얘기하고 있어요. 이 영화에는 하이디 말고도 또 하나의 주인공이 있는데, 그건 바로 베를린이라는 도시죠. 감독인 미하엘 클리어(Michael Klier)는 쏘니 센터가 설립되고 날이면 날마다 새 건물이 올라가는 화려한 베를린에 대해서는 이야기하려 들지 않아요. 오히려 이혼한 40대 후반의 하이디처럼 과거로부터의 기억을 끊지 못해 힘들어하고 다소 미적거리며 새 출발을 하는 베를린의 모습을 보여주죠.

어떤 비평가는 이 영화가 파스빈더(Fassbinder)의 "두려움은 영혼을 잠식한다(Angst essen Seele auf)" 라는 영화나 웨인 왕(Wayne Wang)의 "스모크(Smoke)"를 연상시킨다고 하더군요. 두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의 피곤하고 지친, 그러나 질기고 때로는 여유있는 모습들, 기억하시죠? 하이디도 그런 모습을 보이는 여자예요.

주인공 하이디역을 맡은 카트린 자쓰(Katrin Sass)는 대표적인 동독의 여배우였는데, 몇편의 TV 물에 나왔던 것 말고는 지난 10년간 변변히 영화를 찍어본 적이 없다네요. 그녀의 개인사와 하이디의 이야기는 일맥 상통하는 바가 있어보이죠? 제가 보기에도 그녀는 이 절망에 빠진 여자의 모습을 잘 그려낸 것 같아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 같이 느껴질 때, 하이디를 만나보세요.

2001.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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