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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주 교수의 홈페이지

이곳에 있는 글들은 KBS Worldnet 에 있는 제 영화 칼럼 "New German Cinema" 에 실린 글들입니다.
자료를 다른 곳에 사용할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통신원으로서의 사명감에 불타는 저, 오버하우젠 국제 단편 영화제에 대한 기사를 적고 나서 생각해보니 아무리 제 갈 길이 바빠도 꼭 이곳에 가서 생생한 정보를 물어와야 한다, 싶더군요. 그래서 토요일인 5월 5일, 한국에서는 자녀들의 손에 손잡고 어린이 대공원 놀러갈 그때, 제 남편 손 잡고 냅다 오버하우젠으로 달려갔습니다.

오버하우젠이란 도시는 인구 이십만이 조금 넘는 소도시인데, 이 단편 영화제 때문인지 어제는 도시 전체가 떠들썩한 게, 축제 분위기더군요. 곳곳에 영화제를 알리는, 단순하면서도 깔끔한 플래카드들이 걸려 있어서, 이 영화제가 이 도시에 얼마나 중요한 행사인가를 실감케 했습니다.

영화제 티켓에 영화제의 모토로 뭐라고 써있는지 아세요? "Filme fuer Ungeduldige"예요. "참을성 없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라는 뜻이죠. 긴 영화를 참을성 있게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짧은 영화, 라는 식의 해석, 참 재미있죠?

 

영화제는 두시간 단위로 되어 있는 섹션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제가 본 섹션은 "국제 경쟁 부문"의 영화들이었는데 브라질, 스웨덴, 프랑스, 일본, 아르헨티나, 호주, 레트란트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감독들이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고 있었어요. 각각의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그 영화를 만든 감독들이 직접 무대에 나와서 간단하게 인사들을 했는데, 확실히 무대에 익숙해진 프로 감독들이 아니라서 그런지 다들 조금씩 수줍어 하더군요. 영어권에서 오지 않은 감독들은 특히나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Enjoy the film!" 뭐 이런 간단한 말 한 마디하고 곧 자리에 앉아 버리구요.

(사진 설명: 호주 감독 Deborah Strutt 가 만든 "Bare" 라는 영화의 한 장면. 게이 한쌍과 레즈비언 한쌍이 이웃에 살면서 서로를 훔쳐보는 상황을 위트있게 그려냈죠. 쫌 야해요~)

워낙 상영되는 영화들이 많아서 그런지 한 극장에서만 상영되는 게 아니라, 시내 중심가의 서너개 극장에서 다양한 영화들이 상영되고 있더라구요. 그러니까 결국 한 사람이 볼 수 있는 영화들은 한계가 있는 셈이죠.

 

얼마 전 전주 영화제가 끝났죠? 영화제 끝난 뒤의 "말.말.말"을 읽어보니 출품된 영화가 극장의 기술적 문제 때문에 상영되지 못하여 관객들의 거센 항의를 받은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라면서요? 근데 한국의 열혈 영화 관객 여러분,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전주 영화제는 이제 겨우 올해로 두번째를 맞는 거잖아요. 올해로 47번째를 맞는 오버하우젠 단편 영화제에서도 조직상의 문제들이 있더라구요. 물론 저는 겨우 하루, 아주 짧은 기간만 보았을 뿐이지만 그래도 벌써 그 문제들이 보이더라구요.

첫째, 두시간 동안 상영된 7개의 영화 중에 두세개의 영화에 자막이 없었어요. 자막이 없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에 대해서 조직 위원회에서도 상영되는 그 순간까지 몰랐다는 거죠. 이건 사실 큰 실수 아니예요? 왜냐하면, 이걸 알고 관객들에게 미리 이야기를 해주었더라면, 영화제측에서 대여해주는 통역 헤드폰을 가지고 들어가서 자막 없는 영화들을 볼 수 있었거든요. 그 헤드폰, 무지하게 좋아보이는 것이던데,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관객들 태반이 그런 헤드폰이 있다는 것에 대해 알지도 못했고, 심지어 조직 위원회측에서도 그 섹션에는 그게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상영 순간까지도 몰랐으니 이런 실수가 어딨겠어요?

둘째, 각각의 영화 직전에 영화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하고 감독을 소개하는, 일종의 사회자 역할을 하는 사람들의 미숙함. 기왕 일어나서 영화에 대해 소개하고 감독을 인사시키려면 좀 정식으로, 알찬 정보를 짧게 축약해서 이야기해 주면 좋을 텐데, 사회자도 거의 내용없는 말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자리에 앉아버리고, 그래서 영화제 전체의 분위기를 매우 안 professional 하게 보이는데 일조를 하더라구요.

제가 본 영화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싶으시다구요? 흠... 그걸 얘기하자면 너무 길어질 것 같네요. 궁금하신 분들이 게시판에 질문 올리시면 제가 그때 대답하는 것으로 하지요.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건, 이 영화제에서 돌아가는 필름들 중 수상작이나 괜찮은 작품들은 독일의 TV 방송인 아르테(ARTE)와 드라이쟈트(3SAT)에서도 방영이 된다는 거지요. 혹 우리나라에서도 잘 된 단편 영화들을 텔레비젼에서 보여주는 경우가 있나요? 단편 영화들은 그 자체로 독립된 장르인 동시에, 한 나라의 영화 산업에 건강하고 신선한 기반을 제공해 준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텔레비젼에서 어떤 단편 영화제의 영화들을 방영해 주는 게 대단히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세요?

2001.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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