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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주 교수의 홈페이지

이곳에 있는 글들은 KBS Worldnet 에 있는 제 영화 칼럼 "New German Cinema" 에 실린 글들입니다.
자료를 다른 곳에 사용할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이런, 여러분께 또 약속을 지키지 못했네요. 11월 26일을 마지막으로 기사를 업하지 못했으니... 이런... 쯧쯧... 거의 한달반만에 쓰게 되는 독일 영화 소개네요. 죄송합니다.

참, 잊기 전에...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시구요. 올해도 독일 영화 많이 보아 주세요!

오늘은 분단 국가인 한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특별히 더 인상깊게 다가올 영화 "Berlin is in Germany" 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제목이 특이하죠? 베를린이 독일에 있다는 건 삼척동자라는 것도 다 알 만한 사실인데 말이지요. 그러나 이 영화의 주인공 마틴 슐쯔에게는 자기가 살고 있었던 베를린이라는 도시가 독일에 속해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지게 됩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 바로 그 해 7월에, 그 몇달 뒤에 오게 될 역사적 사건에 대해 전혀 예상치 못한 채 감옥에 들어가 11년 후 통일이 된 독일 사회로 복귀하게 된 옛 동독 주민 마틴. 그가 가지고 있었던 주민 등록증이며 운전 면허증 등은 출소하면서 돌려받아도 아무 의미없는 휴지 조각들이 되어 버렸죠. 어리둥절한 그에게 직업을 찾을 길은 보이지 않는데, 그보다 그에게 더 어려운 건 헤어진 부인 마누엘라와, 그가 감옥에 있을 동안 태어난 그의 아들 로코와 재회하는 일입니다. 용기를 내어 마누엘라와 그녀의 지금 남편 볼프강을 만난 자리에서 마틴은 긴장감을 떨쳐내기 위해 마신 술이 과했던 지라 결국 추태를 보이며 그 자리를 떠나게 되지요.

이리저리 직장을 찾아 헤매던 그는 택시 운전수가 되기로 마음먹고 마누엘라의 격려에 힘입어 시험 준비를 열심히 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동독 사람으로 베를린 거리를 주욱 꿰고 있다시피한 그가 통일 후 새로운 거리 이름을 알지 못해 힘들어하는 걸 보면서 씁쓸한 미소를 짓게 되지요. 마틴이 새 거리 이름을 외우며 고개를 흔드는 건, 사회주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거리 이름이 변했다는 것 때문이 아니라, 도무지 전혀 해로울 것 같지 않은 거리 이름들조차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 때문입니다. 산천은 무구하나 거리 이름은 간데 없다...

영화는 마틴의 새 출발이 이제 코앞에 다가온 것 같은 희망을 주다간 갑자기 다시 절망 상태로 빠뜨립니다. 그가 감옥에 있었다는 전적은 시험조차 보지 못하게 만들거든요. (전과자가 사회에 자리잡기 힘든 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인가 보네요.)

재미있으면서도 슬프고, 센티멘탈하면서도 다큐멘타리 같은 느낌을 주며 동시에 동화적이기도 하다... 는 게 독일의 일간지 "베를리너 짜이퉁"의, 이 영화에 대한 평가였습니다. 특히 주인공인 요크 쉬타우프 (Joerg Schuettauf) 의 연기는 "세계 최고"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죠. 요크 쉬타우프는 켐니쯔에서 태어난 동독 출신의 배우로 베를린 구 동독 지역의 유명한 막심 고리끼 극장에서 연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통독 이후 구 동독 배우와 감독, 예술인들 전반이 통일 이전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하는 건 사실이죠.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면 어떻게 전개될지 그것도 궁금해지더군요.

이 영화에는 통일 즈음에 있었던 동독에서의 데모나 통일을 둘러싼 여러 가지 사회적 현상, 이를테면 극우주의자들의 부상들 같은 것도 자세히 보여줍니다. 독일 통일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면 반드시 한번 보아야 할, 여러 가지 사건들을 한눈에 종합해서 볼 수 있는 통일 종합 선물 셋트 같은 영화죠.

언젠가 한국도 통일이 되어 "Seoul is in Korea" 라는 영화가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2002.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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