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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주 교수의 홈페이지

이곳에 있는 글들은 제가 2001~2년에 주부넷의 영화칼럼과 오마이뉴스의 영화란에 썼던 것들입니다.
자료를 다른 곳에 사용할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오늘 소개하려는 영화는 "Anniversary party (기념 파티)" 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소개하기 전에 제가 서론 비슷하게 말씀드려야 할 게 좀 있네요. 일단, 이 영화는 현재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는 영화가 아닙니다. 2001년에 만들어져 이제야 막 이런저런 영화제에 소개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저 역시, 어느 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무슨 영화제였냐구요? 주부넷 뜰 때 "레스페스트" 라는 영화제에 대한 작은 소개 박스 뜨는 거 보셨죠? 바로 그 영화제가 어제 개막되었고 개막작으로 이 영화가 상영되었습니다.



먼저 이 영화제 소개를 잠깐 할께요. 요즘 영화제 정말 많아졌죠? 부산 영화제, 부천 영화제, 전주 영화제 등등, 도무지 우리 주부들이 그 흐름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영화제들이 생겨 이제는 큰 영화제가 한다고 해도, 흠, 그렇구나, 또 영화제가 하는구나, 하고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게 되기 일쑤죠. 하지만 "레스페스트"는 우리가 여태까지 이름을 많이 들어온 영화제들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기존의 영화제들이 주로 장편 극영화를 중심으로 판이 짜여져 있다면, "레스페스트"는, 장편 영화들도 상영하지만 주로 단편, 그것도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서 찍은 영화들을 상영하는 영화제거든요.

디지털 카메라가 뭔지는 알고 계시죠? 왜 요즘은 캠코더들이 디지털, 이라는 이름을 달고 많이 나오잖아요. 디지털 캠코더가 그 이전의 아날로그 방식 캠코더와 다른 점은, 간단히 말해서, 화질이 훨씬 좋아졌으며 카메라로 찍은 뒤 컴퓨터에서 이런저런 방식으로 편집하기가 쉬워졌다는 점입니다. 아,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인터넷 상에 곧장 업로드시켜 온라인 상에서 그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이지요.

그러니까 여러분도 이번 기회에 "레스페스트" 싸이트에 가셔서 현재 온라인 상영되고 있는 영화들을 한번 보세요. 단편들이라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고 무료예요. 영화를 보고 나서 어떤 게 마음에 든다, 하고 투표하시면 경품도 준대요. 국내 단편 영화들을 보고 싶으시면http://isee.info21.org/index.asp?main=../resfest/sub5_post.asp 로 가시구요, 해외 단편 영화들을 보고 싶으시면http://isee.info21.org/index.asp?main=../resfest/sub5_post.asp 로 가세요. 영화 사진들 밑에 보면 56K 와 300K 혹은 500K 라는 말이 써있는데, 둘 중의 하나를 눌러 시험해 보세요. 그 숫자는 사용자가 어떤 속도로 화면을 볼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인데, 사용하고 계신 모뎀 종류에 따라 다르지요. 전용선을 집에 깔고 계신 분들은 300K나 500K 로도 무난히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말 나온 김에 디지털 영화가 영화 산업에 어떤 영향을 가져왔는지 잠깐 말씀드릴까요? 디지털 영화는 영화 산업에 그야말로 "혁명적"인 기운을 몰고 온 셈인데요, 왜냐하면 디지털 캠코더로 영화를 찍게 되면서부터 이전까지 그저 관객의 입장으로만 머물 수밖에 없었던 많은 아마츄어 영화인들이 프로 영화인들과 대등한 입장에 -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 설 수 있게 되었거든요. 비디오 카메라가 예전에도 있지 않았느냐구요? 하지만 아날로그 방식의 비디오 카메라는 맨 처음 찍을 때는 몰라도, 한번, 두번, 세번의 복사를 하면서부터는 점점 그 화질이 떨어지고 그 탓에 가족끼리 몇번 돌려보는 수준을 벗어날 수가 없었거든요.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는 백번이고 천번이고간에 복사가 가능하고 그 화질이 생생하게 그대로 남아있으니 그 영화 자체가 좋다면 아무리 저예산으로 찍은 영화라 해도 대중들을 향해 쏜 화살이 될 수 있는 거죠.

흠, 골치 아픈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 버렸군요. 이제 영화 얘기를 본격적으로 할께요. 이 영화는 여섯번째 결혼 기념일을 맞이한 한 부부가 친구들을 초대하여 기념 파티하는 하루 스물네시간을 그리고 있습니다. 제게는 언뜻 옛날에 보았던, 우디 알렌과 배트 미들러가 주연한 "결혼 기념일"이라는 영화가 떠오르더라구요. 그 두 사람이 함께 산 시간은 6년보다 훨씬 긴 무려 60년인데 6년 된 부부나 60년 된 부부나 싸우고 화해하고 다시 싸우고, 하는 얘기는 비슷하더군요. 이 두 영화를 한꺼번에 빌려서 비교하며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말씀드렸다시피 "Anniversary party"의 줄거리는 남편과 부인 두 사람이 기념 파티를 준비하고 진행하고 마무리하는 동안 불거져 나오는 갈등 요소, - 아이를 애타게 기다리는 남편에게, 아내는 2주 전에 낙태했다는 고백을 이날 하게 되죠- 그것을 다시 극복하게 만드는 외부적 요인, 그 둘을 둘러싼 주변인들의 - 그 중에도 부부가 많죠 - 이야기, 혹은 수다이기 때문에 굳이 그 대화들을 일일이 이곳에 소개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그저,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특히 결혼한 이들은, 아, 그래, 결혼 생활이란 저런 거야, 특별히 희망적이지도, 특별히 절망적이지도 않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죠.

그래서 영화가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심심하고 재미없냐구요? 그렇지는 않아요. 일단 이 영화의 호화 캐스팅이 스타들 보는 재미를 갖게 해주죠. 각본을 쓰고 감독을 하고 게다가 주연 배우로까지 연기하는 두 사람인 Jennifer Jason Leigh, Alan Cumming은 얼굴 보시면 다 아실 유명 배우들이구요, 특히 여배우인 Jennifer Jason Leigh는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나 "캔자스 시티", "위험한 독신녀" 등에서 독특한 캐릭터를 보여준 좋은 배우죠. 이들말고도 우리가 중고등학교 때 이름을 날렸던 피비 케이츠가 마치 자신의 현재 상황처럼 이제는 연기를 그만둔 여배우로 케빈 클라인의 아내 역할을 하고 - 케빈 클라인 역시 자신의 실제 상황처럼, 나이가 꽤 든 배우 역할을 합니다 -, 기네스 팰트로우가 잘 나가는 젊은 여자배우 역할을 맡았죠.(왼쪽 사진이 Jennifer Jason Leigh 구요, 아래 사진은 그녀와 기네스 팰트로우입니다.)

영화를 보시면 제가 영화 보고 나서 했던 말과 비슷한 말을 하시는 분들이 꽤 될지도 몰라요. 어? 저게 왜 디지털 영환데? 화면상으로는 그 차이가 크게 느껴지질 않을 겁니다. 저도 사실 잘 모르겠더라구요. 하지만 영화를 찍을 때 분명히 그 차이가 있었나 봐요. 두 감독은, 출연자들의 바쁜 스케쥴 때문에 이리저리 일정을 조정하다가 결국 디지털 영화의 빠른 편집 가능성 등을 십분 활용하여 19일만에 이 115분짜리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답니다. 놀랍지 않은가요?

웹싸이트를 미리 보시면 영화 분위기를 더 쉽게 짐작할 수 있겠죠. 잔잔한 피아노곡이 흐르는 차분한 웹싸이트예요. http://www.theanniversaryparty.com/

참, 영화를 보면서 한가지 배운 점이 있어요. (이건 영화평과 상관없는 건데요. ^^) 파티에 온 친구들이 여섯해 동안 같이 살아온 친구 부부를 축하하기 위해 각자 축하의 말 한 마디,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은 짧은 공연을, 혹은 노래를 준비해 오더라구요. 독일에서도 그런 것들을 많이 봤었죠. 이제 정말로 많이 서구화된 우리나라 사람들, 그런 문화를 나름대로 소화시켜서 한국적 파티 문화를 만드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어요. 누구 집에 초대받아 가면 짧은 시간에 먹을 거 왕창 먹어버린 뒤에 남자들은 모여서 고스톱 치고 여자들은 또 따로 모여 아이들 이야기나 하고... 좀 따분하잖아요...? 남자건 여자건 함께 모여 즐길 수 있는 파티 문화, 이런 거 한번 만들어 보았으면 좋겠다는 거지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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