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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주 교수의 홈페이지

이곳에 있는 글들은 제가 2001~2년에 주부넷의 영화칼럼과 오마이뉴스의 영화란에 썼던 것들입니다.
자료를 다른 곳에 사용할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제가 지난번 "레스 페스트" 말씀드릴 때, 우리나라에 정말 많은 영화제가 생겼다고 말씀드렸었죠? 그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영화제는 바로 부산 국제 영화제입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부산 영화제가 개막되었다, 정도는 알고 계실 거예요. 신문, 방송에서 좀들 떠들어댔어야죠. 특히 부산 사시는 분들 중 시끌벅적한 걸 싫어하는 분들은, 아, 영화제 끝나는 17일까지는 남포동과 해운대 근처를 얼씬도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계실지도 모르죠. 그거, 현명한 결정이세요. 주말이었던 10일과 11일 남포동을 걸어가는 일은 사람들 물결을 헤치고 지나가는 것 그 자체로 대단한 노동이었으니까요.

저는 부산 영화제 개막식 전날부터 부산에 와서 둥지를 틀고 앉았습니다. 여러분께 부산 영화제 소식도 알려드리고 제 생업인 논문 쓰는 일에 필요한 자료를 모으기 위해서죠.

개막식 소식 들으셨어요? 11월 9일에 개막식이 있었던 터라 제가 지금 올리는 기사는 김빠진 맥주처럼 맛없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전 신문이나 방송에서 떠들어댄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개막식에 대해 스케치해드릴까 해요. 또 개막작으로 보여진 영화 "흑수선"을 보고난 소감도 말씀드리구요.

부산 영화제 개막식은 11월 9일 저녁 7시 반부터 시작되었죠. 개막식 장소는 부산 해운대의 BEXCO 라는, 5천명 수용이 가능하다는 커다란 홀이었어요. 5천명이 들어가고 나가는 데에만 해도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한 터라 6시 반부터 벌써 입장이 시작되었죠. 선착순으로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는 탓에 제가 BEXCO에 도착한 4시 반경에도 벌써 많은 사람들이 긴 줄에 늘어서 있었어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와 있더군요. 우리 같은 주부, 할머니, 할아버지, 다섯살박이 꼬마, 하지만 주류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 같았습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제를 중시하는 인구가 많았던가... 하는 생각에 놀랐습니다. 부산에서 온 사람들만도 아닌 듯, 대구 찍고 대전,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이 개막식에 맞춰 오느라고 갖은 고생을 한 이들의 대화가 여기저기서 들려왔습니다.  

                                  

그런데 개막식이 시작되고 나니, 아하, 이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이 개막식장까지 고생고생하면서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일이 있더군요. 제 오해일지 모르겠지만, 그건 바로 스타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데에 있었어요. 아 이 사람아, 여태 그걸 몰랐어? 하고 질책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지만, 스타를 좋아하기는 커녕 알레르기 반응까지 일으키는 저로서는 쉽게 짐작할 수 없는 이유였거든요.

사농공상의 전통 때문인지 정경유착의 전통 때문인지 - 제가 지금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겁니까? ^^ - 늘 그런 대로 처음에 부산 시장님을 비롯한 모모 국회 의원님 등 정치인들이 홀 한가운데 펼쳐진 빨간 카페트 위를 걸어 입장하고 그 뒤로는 올 부산 영화제에 중점적으로 소개되는 타이 영화 홍보를 위해서인지 타이 국왕 내외 등이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그 뒤로 드디어 관객들이 기다리던 스타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개막작 "흑수선"의 출연자들인 안성기 씨, 이미연 씨, 정준호 씨, 이정재 씨 등이 나타나자 질서정연하게 앉아있던 관객들은 일제히 일어나서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고 키 작고 몸 작은 저는 그 군중 너머로 그들 보기를 포기하고 무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그 장면을 감상하고 있었죠.

유명 게스트들의 입장이 끝나고 드디어 시작된 개막식 행사 사회는 배우 송강호 씨와 방은진 씨가 맡았었습니다. 외국에서 산 것이 아닌데도 꽤 좋은 발음의 영어까지 하면서 여유를 보였던 방은진 씨와는 달리, "결혼식 사회 보는 거 말고는 사회 맡아본 적이 없다"고 고백한 송강호 씨는 대단히 긴장한 듯이 보이더군요. (나중에 들어보니 개막식 시작하기 전에 무대 뒤에서 정말 긴장한 모습으로 대본을 보고 또 보고 했다고 하네요.)

조금 따분했던 행사 이야기를 여기서 다 늘어놓을 필요는 없겠죠? 제가 늘 실망하는 건, 이런 행사 때 배우들이 하는 말들이예요. "흑수선" 출연진이 앞에 나왔을 때, 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데에 대한 소감이나 영화 찍고 난 뒤의 감상 등을 묻는 질문에, 어쩌면 그렇게 하나같이 진부한 대사들을 늘어놓는지요. "오랜 공동 작업으로 친구가 된 배창호 감독과의 작업은 언제나 좋다"라는, 80년대 초부터 90년대 초까지 계속 배창호 감독과 작업을 하다 십년 만에 다시 같이 영화를 찍게 된, 그래서 공감이 가게 만드는 안성기 씨의 소감이 끝나자, 나머지 배우들은 한결같이 "좋은 감독님과 좋은 배우들을 만나 일하게 되어 정말 기뻤다"라는, 비슷한 말을 조사만 조금씩 바꾸어 늘어놓더군요. 좋은 말도 세번 들으면 지겨운 법 아닙니까? 좀 위트 있고 유머 있는 소감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자... 개막식 이야기는 이쯤 하기로 하구요, 다음 기사에서는 개막작이었던 "흑수선" 이야기를 할께요. 클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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