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문화

독일의 환경 운동 - 태양 정부 청사 구역

by 강태호 posted Aug 1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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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6월 8일 한겨레 신문 인터넷 판

[대안 에너지를 찾아서]


5. 태양의 시대를 이끌어 가는 베를린 ‘태양 정부 청사 구역’

 




△ 태양전지가 설치된 정부 청사 건물.


지난해 노무현 정부 출범에 즈음하여 필자는 한 신문을 통해 청와대와 국회의사당 지붕에 태양광 전지판을 올리자는 제언을 한 적이 있다. 독일의 대통령 궁과 연방의회를 예로 들며 새 대통령이 먼저 ‘지속 가능한 발전’ 시대의 변화의 물꼬를 틀라는 요지의 내용이었다. 당시 필자는 아쉽게도 베를린 정부 청사구역을 직접 가보지는 못했었다. 때문에 이번 에너지 기행을 통해 베를린 ‘태양 정부 청사 구역’을 직접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이 아주 특별하게 다가왔다.



△ 유리지붕과 태양전지가 설치된 연방의회 지붕.


주지하는 대로 독일 정부는 2005년까지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1990년을 기준으로 25% 감축하는 목표와 함께 재생가능 에너지 비율을 2030년까지 30%, 2050년에는 50%로 증가시키려고 하고 있다. 독일의 목표는 현실에서 속속 진행되고 있다. 태양광 발전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인 ‘10만 태양지붕 프로젝트’는 조기 달성되었고, 풍력발전 또한 환경부장관이 2010년까지 전기 수요의 15% 공급을 확신할 만큼 급속한 성장을 하고 있다.

이 계획의 실현을 위해 독일 정부가 앞장서서 모범을 보이고 있는 현장이 바로 베를린 ‘태양 정부 청사 구역’이다. 재생가능 에너지 이용의 최대화를 위해 의회에서도 만장일치로 통과된 일명 ‘태양 정부 청사 구역’ 계획은 새로 만들어지는 모든 정부 건물에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의무화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새로 건설되는 정부 청사는 열소비량이 신축 건물에 적용되는 한계치보다 30~40% 낮아야 하며, 전기 소비량은 제곱미터 당 연간 최대 20~50킬로와트시로 낮추어야 하며, 재생가능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소비의 15%를 차지해야 한다.

우리는 베를린 ‘태양 정부 청사 구역’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자 며칠 동안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그 중에서도 연방의회 유리 돔은 ‘태양 정부 청사 구역’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 채광효과를 극대화 한 연방의회 유리돔 (위). 연방의회 전경 (아래) - 유리 돔 앞 건물 지붕위로 태양전지와 채광을 위한 유리천장의 구조물이 보인다.


연방의회 지붕에 있는 유리 돔은 옛 제국의회 지붕을 뚫어 건축한 것으로 영국인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통일 독일의 상징적 건물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연방의회 앞에는 날마다 수많은 관광객들의 방문이 끊이질 않는다. 우리가 찾아간 날도 방문자들이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어서 2시간 넘게 추위에 떨며 기다린 끝에야 연방의회 건물로 입성(?)할 수 있었다.

의회 현관에서 한 차례의 검색을 거쳐 엘리베이트를 타고 들어간 유리 돔은 나사선 경사로를 따라 꼭대기로 올라가도록 되어 있다. 그 경사로를 따라 위로 올라가며 바라 본 바깥 전경은 거대한 태양광장 그 자체였다. 연방의회 지붕의 남쪽을 덮은 태양광 전지판과 우측에 늘어선 의원회관 건물은 아예 광전지판으로 뒤덮여 있었다. 수상청 다음으로 최대 규모인 120킬로와트 용량의 태양발전을 하고 있는 의원회관 지붕이 그것을 웅변하고도 남을만 했다. 연방의회는 남쪽 지붕위에 광전지판을 깔아 태양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유리 돔으로 들어오는 태양빛을 간접광으로 바꾸어 돔 바로 밑에 있는 본회의장으로 보내지도록 설계하여 태양광 발전과 채광효과를 동시에 살리고 있다. 그날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지하 기계실에는 식물성 연료를 사용하는 열병합발전기가 설치되어 있어 의회 건물에서 쓰는 전기와 난방 에너지까지 모두 자립한다고 한다.

연방의회 우측 맞은편에 위치한 수상청 역시 태양광 전지판이 드넓게 깔린 지붕의 모습을 한 채 마주보고 있었다. 수상부 청사는 최대 발전용량 151킬로와트, 일년 12만 킬로와트시 생산으로 정부 시설 중 가장 많은 태양 발전의 용량을 자랑한다. 수상청 건물은 대규모의 광전지판을 지붕에 깔았음에도 불구하고 푸른 지붕과 유리건물이 어우러져 마치 수상의 선명성을 과시하는 듯한 느낌을 줄만큼 시원스러워 보였다.

연방의회 뒤쪽으로 펼쳐져 있는 정부 시설들에는 곳곳에 태양광 발전 시설들이 설치되어 있다. 유리 돔에서는 연방의회를 방문하기 바로 전 날 빗속에서 찾아 갔던 경제부 등의 청사 지붕들이 내려다 보인다. 작은 운하를 끼고 있는 경제부 건물은 남쪽을 향한 지붕 전면에 광전지판이 깔려 있었다. 지붕에 올려진 경제부의 태양 전지판 규모를 보면 전체 전력의 4%를 태양에너지로 이용한다는 교육부 못지 않는 기능을 하지 않을까 가늠되기도 했다.

유리 돔에서는 우리 일행이 수시로 이용했던 레터(Lehrter)역(일명 중앙역)도 바라 볼 수 있었다. 중앙역은 두개의 유리 지붕을 씌운 채 2006년 완공을 목표로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통일 독일 후 교통의 요충지가 된 중앙역은 공사 중이지만 승객들의 승하차가 가능하다. 우리가 중앙역을 찾아갔을 당시에는 두개의 유리 지붕 중 하나의 유리 지붕위에 태양광 전지판이 깔리는 중이었다. 유리 지붕에는 지금까지 독일 여러 곳에서 보아왔던 어떤 광전지판보다도 세련된 전지판이 투명한 유리위에 밀착된 채 붙어 있다. 유리를 뚫고 광전지판으로 햇빛이 투과되도록 만들어진 태양 지붕은 역사 안에서 바라다보면 마치 건축적 미를 위해 설치한 듯이 태양전지와 유리 지붕이 조화를 이루었다. 이 태양광 전지판이 완전히 가동되게 되면 무려 330킬로와트나 되는 태양 발전을 해내게 된다. 100가구가 충분히 쓰고도 남을 만한 양이라고 생각하니 공사 중의 소음과 어수선함도 전혀 싫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대통령 궁은 연방의회 유리 돔에서는 잘 보이지 않아 여러 차례 차를 타고 지나다니면서 멀리서 바라보는 데 만족해야 했다. 눈으로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대통령 궁도 44킬로와트 용량의 태양 전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 연방의회 전경 - 유리 돔 앞 건물 지붕 위로 태양전지와 채광을 위한 유리천장의 구조물이 보인다.


대통령 궁은 전체 전기 수요의 20%를 태양에너지로 충당하는데, 정부 청사 시설 중 가장 먼저 태양 발전시설을 세운 곳이다. 태양 정부에 대한 상징적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대통령 궁을 보면서 새삼 독일 정부의 의욕을 실감했다.

지난 10여일간 독일 남부의 환경도시 프라이부르그와 벌판 곳곳에서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던 북부지역을 거쳐 돌아온 베를린 ‘태양 정부 청사 구역’은 이번 에너지 기행의 결정판이다. 독일 곳곳에서 보여지는 태양광 시설과 풍력발전이 특정 지역의 사례가 아니라 독일 정부의 정책적 의지 아래 실현되고 있는 것을 다시 확인했기 때문이다. 물론 독일이 오늘과 같은 모습을 한 데에는 독일 자연환경보호연맹(BUND)의 틸만 호이저 말대로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강력한 반핵운동의 힘과 재생가능한 에너지 사업에 대한 시민실천 등이 밑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 폐쇄 결정은 물론 기후변화와 화석연료 고갈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이를 통해 재생 가능한 에너지 사업의 세계 선두주자가 되려는 독일 정부의 야심찬 계획의 현장을 보는 감동은 벅차지 않을 수 없었다.

몇 년 전 미국의 재생 에너지 사업 견학차 세계 유수의 에너지 연구소와 몇몇 주정부를 방문한 때와는 사뭇 다른 감회이다. 당시 미국 쪽 관계자들은 재생에너지의 경제성과 미래성에 대한 가능성만 얘기할 뿐 모든 걸 시장 경제 논리에만 맡기는 식이었다. 자원은 하나도 없으면서 재생 가능한 에너지 사업을 얘기하면 아직도 허황된 소리로 치부하는 우리의 현실이 꼭 미국을 닮아 있다. 재생 에너지 사업이 핵발전과 화석연료를 대신하는 동시에 새로운 고용 창출에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고 말이다.



△ 유리 돔에서 바라본 수상청 전경 - 지붕 위에 태양전지가 설치되어 있다.


유리 돔 안에서 필자는 오로지 핵발전에만 몰두하는 한국의 현실이 돔 너머로 보이는 태양 광장과 대비되어 떠올라 마음 한켠이 무거워짐을 숨길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태양에너지를 한껏 이용하고 있는 연방의회 유리 돔으로 비치는 태양 빛이 단순한 햇빛으로만 여겨지질 않았다. 개혁과 변화를 모르는 우리 국회의 지붕과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에도 독일의 대통령 궁이나 수상청과 같은 태양광 전지판이 깔릴 수 있다면, 거기서부터 태양 시대의 가능성이 열리게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작은 바램도 가져보면서 말이다.

그날 나는 오래도록 유리 돔에 남아 태양빛의 세례를 받고 싶었다. 우리에게도 태양광장이 현실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도록 만들었던 탓이다.

 

정리· 김혜정 (공익환경법률센터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