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문화

독일의 환경 운동 - 프라이부르크의 보봉 생태마을

by 강태호 posted Aug 1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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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5월 22일 한겨레 신문 인터넷 판

[대안 에너지를 찾아서]

 

1. 프라이부르크의 생태마을 보봉-재생가능에너지의 활용

‘웰빙’ 바람이 거세다.

먹고, 자는, 문화를 비롯하여 취미생활이나 놀이에 이르기까지, 빠른 속도로 우리 주변을 잠식하고 있는데 이는 비단 우리만의 변화가 아니다. 파리의 상제리제 거리를 걷다가 무심코 들어간 무명의 화장품가게에도, 웰빙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있을 정도로 세계적 물결이 흐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웰빙 문화는 지독한 ‘돈 냄새’를 풍기고 있다.

내수 불황의 해결책으로 활용되고 있는 기업의 홍보전략이나, 경제적 여유가 있는 소비자의 기호 변화 등 여러가지 원인으로 우리네 웰빙 문화는 값비싼 소비로 국한되는 것이 현실이다. 공기청정기와 드럼세탁기, 아로마 향초 정도는 있어야 웰빙에 입문한 꼴이 되는, 원래의 ‘웰빙’ 의미에서 상당히 왜곡된 문화가 우리의 고정관념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웰빙 문화는 문제의 본질적 해결은 덮어둔 채, 자신만의 편익과 편리를 위해 이루어지는 집단적 이기주의로 발현될 가능성이 높다. 한 예를 들면, 물이 더러우면 물을 깨끗이 하기 위한 환경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수기나 생수를 선택한다.

진정한 웰빙은 나만의 평안과 안식만을 위함을 벗어나, 미래세대와 함께 공존하는 책임감 있는 행동의 발로이어야한다. 그런데 이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마을이 있다. 바로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보봉(Vauban) 생태마을’이다. 보봉은 프라이부르크 중심가에서 약 3Km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다. 우리네 용산 미군기지처럼, 1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의 병영이었고 1992년 연합군이 철수하기 전까지 프랑스군대가 주둔하고 있었다.

프랑스군의 철수 결정에 따라 프라이부르크시는 ‘연합군 철군지역의 활용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고, 이 자리에서 ‘포럼 보봉’이 출범하였는데 이는 주택난에 허덕이던 가난한 학생들과 빈민들이 주축이 된 생태마을 조성을 위한 시민자치모임이었다. 현재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포럼 보봉은 몇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생태마을 조성을 시도하였고, 400여세대로 시작한 보봉 단지는 2006년까지 약 2000세대(6000여명)가 거주를 예정할 정도로 독일 내에서는 유명한 마을이 되어버렸다.

포럼 보봉은 석유, 석탄, 원자력 등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는 에너지 이용을 거부하고, 태양광과 바이오매스(음식찌꺼기나 쓰레기를 발효시켜 에너지로 활용하는 것)를 주에너지원으로 선택하였다. 또 자동차 사용으로 인한 대기오염 배출을 줄이고, 쓰레기 발생과 물 사용을 최소화하여 순환적 생태시스템이 이루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구현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보봉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바로 태양광으로 지붕 전체를 덮고 있는 마을 외곽의 주차장이다. 마을 내부에는 보행자의 권리가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마을 외곽에 주차장을 설치하여 자동차의 진입 방지를 유도하였다. 이로써 교통사고도 감소하고, 자동차 사용을 줄임으로써 대기오염을 줄이는 1석2조의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또 자동차 진입을 막음으로써 아이들이 언제든지 뛰어 놀 수 있는 여건이 확보되어, 곳곳에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로 즐겁게 놀고 있는 아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생태주거단지 보봉마을의 전경.
보봉마을은 주차장을 바깥에 두어 마을안으론 차가 다니지 않는다

마을 내부로 들어서면 우선, 다양한 집 모양에 놀라게 된다. 프랑스 군대가 주둔했던 건물을 그대로 재활용했기 때문에 겉으로는 비슷한 집들의 조화처럼 보이지만, 각각의 집들은 집주인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날 정도로 개성적이다. 

한국의 연립주택과 유사한 건물에 살고 있는 A씨의 집 앞 정원은 푸른 잔디가 전체를 메우고 있지만, 바로 옆집인 B씨의 집은 영국식 정원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을 정도다. 이러한 주택들은 개인의 사생활과 다양한 개성을 존중하는 반면, 포럼 보봉의 원칙에 따라 생태적 주거공간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남향의 커다란 창문은 햇빛을 충분히 흡수하고 북쪽은 단열을 충실히 하여, 기본적으로 건물 내부의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자연형 주택(Passive House)'으로 기능한다.

패스브하우스 잔디 지붕엔 태양열집열기나 태양광전지판이 놓여있다.

또 에너지의 수급을 별도로 하지 않는 ’제로 에너지 주택‘으로 가기 위해 적극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이를 이용한다. 지붕위에 달려있는 태양광이나 태양열 시설, 작은 규모의 풍력 발전기가 설치되었을 뿐 아니라 쓰레기를 발효시켜 얻은 메탄가스로 열병합 발전을 하여 난방열과 전력을 동시에 얻기도 한다.

이처럼 자연이 주는 각종 에너지를 최대한 받아들이면서, 단열과 통풍을 철저히 함으로써 자체적으로 에너지 공급이 가능한 주택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보봉 단지의 또 다른 특징은 재활용을 통한 자원의 리사이클이 매우 잘 되어있다는 점이다. 재활용과 재사용을 위한 철저한 분리 수거함이 곳곳에 비치되어 있으며,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활용하기 위한 퇴비 수거함도 눈길을 끈다. 물품의 재사용을 위한 재활용 가게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아이들의 놀이터도 재활용된 물품으로 안전하게 만들어져 있다.

에너지소비를 최소화하면서 쾌적성을 향상한 태양주택(패시브하우스). 생태건축의 기본형이다.
 

아이들의 놀이터는 주로 나무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곳에 위치해 있다. 보봉 단지를 돌아보는 동안, 많은 놀이터와 마주쳤다. 그만큼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장소가 확보되어 있으며, 나무로 만든 장난감, 넝쿨이나 꽃으로 만들어진 장난감 등 자연과 함께 어울리며 자랄 수 있도록 여건이 마련되어 있었다. 학원 가는 시간으로 메여져있는 우리네 아이들과 오버랩 되어 마음이 편안하지는 못했다.

흔히 사람들은 ‘환경운동’에 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돈이 많거나 삶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 하는, 조금은 덜 급한 사회 운동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본 보봉의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가난한 고학생들과 빈민들이 위주가 되어 생태마을을 건설했던 것이다.

그들은 이미 경제와 환경과의 상관관계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가난할수록, 더 오염되고 더 몸에 해로운 환경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또 빈곤할수록, 우리의 자녀들은 더 나쁜 환경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반면, 경제의 성장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깨끗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정으로 잘 사는 것은 그들처럼, 나를 둘러싼 환경과 미래세대를 위한 삶의 공간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이 진정한 웰빙이 아닐까.

 

작성 : 이버들 (녹색연합), 전국 환경활동가 에너지교육 ‘에너지대안을 찾아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