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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주 교수의 홈페이지

이곳에 있는 글들은 제가 독일 통신원으로 2001~2년에 [즐거운 학교]의 해외 교육 리포트란에 썼던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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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튀빙엔의 '어린이 대학'

 
[독일] 미래를 꿈꾸는 아이들
 
강윤주 기자 kangy@uni-muenster.de
 
독일 남부에 있는 튀빙엔 대학은 10살 또래의 어린이들을 위해 대학의 문을 개방하고 그들을 위한 강의를 열고 있다. 이는 독일에서 처음 하는 시도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학에 강의가 없는 방학 때에 우리나라에서도 시도해 볼 수 있을법한 이 실험적 '어린이 대학'을 소개한다.

 
▲ 튀빙엔 대학의 문화학과 바우징어 교수와 어린이 대학생들. ⓒ Anne Faden

루카스는 방해 받기 싫다는 듯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자기 무릎 위에 펼쳐 놓은 책에만 집중한다. 얼굴을 찡그릴 만한 것이, 500여명의 아이들이 대강의실에서 강의실용 의자를 폈다 접었다 하며 장난을 치고 있으니 그 소음이 오죽하랴. 그래도 기자는 "뭘 읽고 있냐"고 물어본다. 루카스는 고개도 들지 않고 "알프레드 히치코크"라고 짧게 대답한다.

도대체 누가 아이들이 독서하지 않는다고 했나. "근데 책 제목이 뭐지"라고 묻는 말에 그는 "3개의 물음표와 사라진 보물"이라고 짜증스럽게 답한다. 뒤이을 질문에 미리 대답해 버리려는 듯, 자기 나이가 11살이라는 것과 매주 '어린이 대학'에 오고 있다는 묻지 않은 말까지 하고는 고개를 다시 책 속으로 들이민다.

이번 여름에 독일 남부 도시 튀빙엔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이 '어린이 대학'은, 건립 525년 이래 처음으로 강의실로 물밀듯이 들어오는 어린이들로 복작거린다. 튀빙엔 지방지 '슈베비셰 신문'과 '튀빙엔 대학'이 공동으로 어린이들을 초대하여 그들이 알고 싶어하는 테마에 대한 강의를 연 것이다.

우리는 왜 '왜'라고 물을까? 학교는 왜 따분한가? 회교도들은 왜 카펫 위에서 기도를 할까? 사람은 왜 꿈을 꾸는가? 전쟁은 왜 일어나나? 어른들은 왜 아이들이 못하는 일을 해도 되는 걸까?

작열하는 태양 아래 야외 수영장에 가서 놀 수 있을 그 시간에, 500명에서 900명의 어린이 대학생들은 매주 화요일 오후 5시 빌헬름 거리의 신축 대강의실에 모인다. 진짜 대학생들처럼 펜과 공책을 팔 아래쪽에 끼고 '어린이 대학 학생증'을 의젓하게 보여주면서.

그들에게 이 경험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피사 보고서 이후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부모들이 이제 아이들을 곧장 대학으로 보내려는 것이냐, 이건 무슨 또 상업적 속셈이 숨어있는 쇼냐, 하는 몇몇 목소리들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도대체 루카스는 왜 여기에 와 있니?" 바보 같은 질문이라는 표정으로 그는 역시 짧게 대답한다. "관심 있으니까." 무엇보다도 화산에 대한 첫번째 강의가 마음에 들었다. 불장난은 왜 재미있는지, 왜 불장난이 위험한지에 대해 그때 들었다. 강의를 해주신 교수님이 화산 위에서 침낭을 펴고 잤었다는 이야기는 정말 '짱'이었다. 왜 세상에는 부자와 가난한 자가 있는가? 하는 두번째 강의에 대해서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그때 대학 총장님이 상자 하나 가득 초콜릿을 가지고 와서 나누어 주었다는 것밖에는.

"물론 저 역시 아이들이 정말 대학 강의에 흥미를 느낄까 하는 점에 대해 자신이 없었죠"라고, 정년퇴임한 문화학 교수이자 이 날의 강의를 담당한 바우징어 교수는 말한다. 사람들은 왜 재담을 들으면 웃을까? 하는 그의 테마에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까 하는 점에 대한 걱정도 했었다.

강의실은 숨막힐 듯이 덥다. 아이들은 물병을 두고 싸우고, 강의실 한 구석에 있는 세면대로 달려가 머리와 팔을 식히고는 따라 들어온 부모들을 강의실 밖으로 내몬다. 드디어 '어린이 대학'을 생각해낸 신문 편집장들이 들어와 강의실 의자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한다.

또한 대학에서는 교수님 강의가 끝나면 박수를 치는 것이 아니라 주먹으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는 것이라는 것도 알려준다. (독일 대학에서는 강의를 잘 들었다는 뜻으로 흔히 책상을 가볍게 두드린다.) 누가 벌써 학생 식당에서 '어린이 대학 학생증'으로 식사를 해보았는지도 묻는다. 재담에 대한 강의가 끝나면 재담 대회가 열릴 것이라는 것도 공고된다.

"존경하는 신사 숙녀 여러분", 이라고 바우징어 교수가 강의를 시작한다. 그는 역사상 가장 재미있는 재담은 아니었지만, 최초의 재담이었던 이야기 하나를 들려준다. "짱이다!" 루카스가 웃음을 터뜨린다. 바우징어 교수는 계속해서 남한테 나쁜 일이 생겼을 때 느끼게 되는 상대적 기쁨이나, 엉뚱한 것을 보았을 때 터지는 웃음, 그야말로 그냥 웃기는 것을 보았을 때, 섹스나 금기시 된 것을 보았을 때 웃게 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어린이 대학'의 주창자인 울라 슈토이어나겔은 "튀빙엔은 대학 교수들과 아이들로 가득 차 있어요. 그 두 집단을 한번 묶어보아야지, 하는 생각을 했던 거죠"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특별히 관심 있어 하지만 학교에서는 완벽하게 대답해 주지 못하는 그런 테마에 대해서 부모 역시 아이들을 돕지 못할 때, 왜 대학 교수가 나서지 못하나?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실험이다. 학문적인 의미에서 교수들에게 큰 도전이 되는 것이 사실이거니와, 교수들은 자신의 교습법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기회를 갖는다. 왜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이 있는가, 라는 주제로 강의를 해야 했던 경제학 교수이자 튀빙엔 대학 총장인 에버하르트 샤이히에게 이는 커다란 도전이었다.

"이 질문은 간단히 대답하기 매우 까다로운 것이지요. 처음엔 그렇다는 걸 잘 몰랐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오랫동안 고민해야 했지요." 빌 게이츠를 예로 들자면, 그는 왜 부자인가? 많이 배웠기 때문인가, 아니면 복권 당첨이 되었기 때문인가, 아님 증권 때문에? 그것도 아니면 그저 운이 좋아서? 그렇다면 똑똑하고 성실하지만 가난한 난민의 자녀는 왜 그런가? 샤이히 교수는 빈부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것과, 부자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 꼭 실제로 부자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는 이 강의를 위해 주말을 전부 바쳐야만 했다. 보통 수업을 준비하는 데에는 토요일 하루면 된다. 아이들로 꽉 찬 강의실이 몹시 낯설었다고 고백하는 그는 "체계적 지식이 없는 대상에게 강의를 한다는 것이 절대로 애들 장난 같은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것 또한 그에게는 미래를 위한 중요한 깨달음이었다. "어느 대학 교수든 이런 강의를 한번 해 보고 나면 아마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의견이다.

30세의 광물학자인 그레고아 마르클은 화산 강의를 마치고 난 뒤 말했다. "원래 제 강의에 들어오는 학생들에게도 이 어린이들에게 보여준 그림을 가지고 강의를 합니다. 단지 조금 다른 단어들을 쓸 뿐이지요."

인간은 왜 죽어야 하는가, 라는 주제의 강의를 준비하기 위해 병리학 교수인 에드윈 카이저링은 일반 강의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바쳤다. 벌어진 해골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하얀 가운을 입은 아이들에게 현미경으로 세포를 관찰하게 했던 이 강의는 대단히 흥미있는 시간이었다. 결국 그는 자기가 키워 왔던 애완 동물들에 대해서까지도 신이 나서 설명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이런 강의를 들으며 자신의 미래를 꿈꾼다. 재담가, 사인(死因) 분석가….

강의가 끝나자 아이들은 작은 주먹으로 책상을 두드린다. 루카스는 이제 학생 식당에 가서 소시지와 감자 튀김을 먹을 작정이다.

2002.07.13 ⓒ Die Z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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