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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있는 글들은 제가 독일 통신원으로 2001~2년에 [즐거운 학교]의 해외 교육 리포트란에 썼던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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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가는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독일] 갈 곳 없는 청소년을 위한 취업 준비 프로그램
 
강윤주 기자 kangy@uni-muenster.de
 
하노버에 있는 슈테판 재단 교육 센터의 정치 수업 시간이다.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 권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마르셀 엘버르트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한다. "18세가 넘으면 집을 세낼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합니다. 그것도 인간의 기본권에 들어가지요."

 
▲ 취업 준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한 교육 기관에서 금속 기술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 ⓒ BBS Nienburg

교사인 헤닝 쉬어홀쯔는 이 대답에 대해 조금도 놀라지 않는다. 그는 마르셀의 가정 형편이 어떤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마르셀 본인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도 그는 잘 알고 있다.

마르셀은 하우프트 슐레 (독일에서는, 김나지움에 들어갈 수 없는 성적을 받은 학생들이 레알 슐레에 가고, 또 그보다도 못한 성적을 받은 학생들은 하우프트 슐레에 진학한다 - 필자 주 - ) 졸업장도 없고, 기술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자리도 못 얻었으며, 돈도 없고, 미래도 없다.

그의 이런 암담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그는 취업 준비 기간(Berufsvorbereitungsjahr: BVJ)을 보내고 있는 참이다. 이 기간 동안 그는 학교 다닐 때 제대로 배우지 못한 지식을 다시 습득하고 취업을 준비한다.

그러나 그가 원해서 여기서 이런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독일에서는, 18세 이하의 청소년이 하우프트 슐레의 졸업장이 없고, 기술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기회도 얻지 못했다면 의무 교육 기간에서 해제되지 못한다.

평균 한해 8만명의 청소년들이 하우프트 슐레 졸업장을 따지 못한다. 그들은 노동청에서 제공하는 유급 교육을 받게 되거나 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정도의 지적 수준에도 이르지 못하면 취업 준비 기간이라는 이름 아래 조직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

독일 각 주에 따라 이 기간은 조금씩 다르다. 이곳에서 기본적으로 배우는 과목은 독일어와 영어, 수학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거기에 더해서 체육과 종교, 정치를 배우게 되며, 목공일부터 경리일에 이르는 다양한 취업 준비 과목을 듣게 된다.

이곳에 오는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에 오기만 하면 무기력 증세를 보인다거나 튀는 행동을 하고, 약물 중독 상태에 빠져있거나 전과가 있는 등 저마다 다양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일례로, 특이한 머리 스타일에 늘 기타를 매고 다니는 다니엘은, 일종의 고아원에서 성장했으며 약물에 빠졌고 마침내 이곳 슈테판 재단에 취업 준비 기간 프로그램을 위해 들어오게 되었다. 꽤 파란만장할 것 같은 여태까지의 시간을, 정작 본인은 아주 간략하게 요약한다.

"나는 일자리가 없는 탓에 돈도 없다. 난 뭐든 다 갖고 싶지만, 실제로는 아무 것도 없다. 가장 불행하게 느껴지는 건 배고프다는 사실이다."라는 게 그가 공책에 적어 놓은, 그의 삶에 대한 요약이다.

2001년과 2002년 취업 준비 기간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앞으로 몇 주 동안 기술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자리를 제공받게 된다. 슈테판 재단 교육 센터 학생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상하지 못하며 불안해 하기만 한다.

16세의 자클린은 벌써 쌍둥이의 엄마인데, 올 가을에 당장 그녀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막막하기만 하다. 열 다섯 살의 칼라는 교육 기간 동안 너무 자주 빠져서 한해 동안 더 교육을 받아야 한다. 칼라의 상황을 잘 아는 사회 복지 요원인 가브리엘레 메어켈은, "칼라가 게을러서 그런 건 아녜요. 동생들을 돌보느라 자주 결석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라는 말로 그녀를 옹호한다.

교사들은, 취업 준비 기간 프로그램이 이런 청소년들을 취업 가능한 인력으로 양성하는 데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교육청에서는 일반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본 양식을 갖추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 프로그램이 그 두 가지 목적 중 어느 하나도 채우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독일 전역에서 취업 준비 기간 프로그램에 참여한 6만3천명의 학생 중 3만7천백명만이 1999년과 2000년에 이 프로그램의 졸업 시험에 합격해 졸업장을 받았다. 그러나 하우프트 슐레 졸업장을 따내는 학생들은 삼분의 일도 못되며 많은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에 끝까지 참여하지도 못한다.

슈테판 재단 교육 센터에서는 이런 학생들에게 – 하고 싶은 의욕과 능력이 있다는 전제 하에 –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노동청을 비롯하여 지역의 회사들과 긴밀한 연계하에 진행되기 때문에 일자리 찾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문제는, 이곳 학생들이 취업에 필요한 기본적 자세 조차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학생들은 수업 때에 남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정숙해야 한다는 것 조차 익숙해있지 않으며, 일을 하기 시작하면 일자리에 정기적으로, 그리고 제시간에 맞추어 출근해야 한다는 것도, 또한 직업을 찾는 것이 미래를 위해 왜 중요한지조차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학생들은 일종의 과대망상증에 빠져 있기도 하다. "이것 저것 해보다 안 되면 전 미국으로 갈 거예요. 거기서는 세금을 낼 필요도 없으니 어떤 일이든 하면 되는 거죠." 라고 천진하게 떠들어대는 16세의 찌타는 원래 미용사가 되려고 했었다.

그러나 하우프트 슐레 졸업장 조차도 없는 그녀는 미용사 교육을 받을 수 없었고, 그녀가 그 일을 하고 싶어했다는 것의 흔적으로 남아있는 것은 잘 정리된 손톱과 눈썹 뿐이다. 그녀는 스스로가 사회 지원 프로그램에서 교육 받아야 하는 뒤처진 청소년이라는 사실을 힘들게 받아들여가고 있으며 사회 복지 요원들과의 오랜 상담 끝에 판매원 교육을 받기로 했다. 그녀는 지금 한 슈퍼마켓에서 보조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일이다. 많은 교사들이 이런 학생들에게서 결손된 것만을 보고 야단친다. 주변 친지나 이웃 사람들 역시 이들이 멍청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이들이 이들을 무시하고 결국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순간에도 이들은 조금씩 노력해서 작은 성공이나마 이루어 간다.

"가끔씩 거리에서 우리 프로그램을 마치고 나간 아이들을 만나게 되죠. 많은 경우 그 아이들이 사회에서 잘 자리잡은 걸 보고 놀라게 돼요."라고 말하는 한 사회 복지 요원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그들을 포기하지 않는 일이죠"라며, 사회가 이들을 대할 때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기본 자세를 일깨워 준다.

"뜀박질하는 이들로 가득 찬 것 같이 보이는 이 사회에서 느릿느릿 걸어가는 이들을 포기하지 않고 지켜보아 주는 일은 가장 중요하기도 하지만,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2002.05.25 ⓒ 즐거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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