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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주 교수의 홈페이지

이곳에 있는 글들은 제가 독일 통신원으로 2001~2년에 [즐거운 학교]의 해외 교육 리포트란에 썼던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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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학당한 학생의 앙심 품은 살인극

 
[독일] 아비투어 불합격에 앙심… 보복 살인으로 추정
 
강윤주 기자 kangy@uni-muenster.de
 
▲ 공포에 질려 교실에 갇혀 있었던 학생들은 '도와주세요'라는 뜻의 "Hilfe"라는 문구를 써서 창문에 붙였다. ⓒ Reuters TV

"이런 일은 미국에서나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어요!"라는 한 조문객의 말은, 지난 금요일 독일 튀링엔주 에어푸르터에 있는 구텐베르크 김나지움 (Gutenberg-Gymnasim)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독일인들이 받은 충격을 단적으로 대변해 준다.

독일 시각으로 4월 26일 오전 11시경 학교에 침입해 사냥용 공기총으로 교사와 학생들, 그리고 경찰관까지, 모두 합쳐 17명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자살한 학생의 이름은 로버트 슈타인호이저(Robert Steinhäuser). 그는 이미 몇 주 전에, 사건 당일 학교에서 치뤄지고 있었던 아비투어(독일 대학 입학 고사)를 볼 수 있는 자격을 박탈당하고 퇴학당한 상태였다고 한다.

그는 그 이전에 아비투어를 두번 보았는데 모두 불합격했었다. 경찰을 비롯한 학교 당국은 그가 이 일에 앙심을 품고 보복하기 위해 이런 엄청난 일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 특수 부대가 투입되기 직전에 찍은 사진 ⓒ AP

그는 독일 사격 클럽 (Schützenverein)에 속해 있었고, 그런 이유로 합법적 무기 소지가 가능했는데 평소 그를 알고 지냈던 친구들은 그의 성격이 공격적이거나 거칠지는 않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언젠가 내 이름을 다 알게 되었으면 좋겠어"라는 식의 말을 했다고 전언했다.

독일 심리학자들은 이런 식의 광기적 살인 행위는 범인이 자살하는 것으로 끝맺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는 불과 20여분 동안 40여발의 총알을 발사하여 17명의 인명을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었다.

사망자들은 각각 13명의 교사와 한명의 비서, 두명의 학생과 경찰관 한명이라고 한다.

사건이 일어난 당시 학교에는 아비투어를 보고 있었던 180여명의 학생들과 53명의 교사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오후 3시반경 건물을 빠져나왔다. 경찰이 자살한 범인의 시체를 발견한 것은 11시 40분경이었는데, 또 다른 공범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경찰이 안전을 위해 건물 전체의 수색이 끝날 때까지 이동을 미룬 것이다.

 

▲ 쇼크 상태에 빠져 오열을 터뜨리고 있는 학생들 ⓒ AP

대부분의 사람들은 앞으로 채 한달이 지나지 않아 이 사건을 잊게 되겠지만, 현장에 있었던 학생들과 그 소식을 듣고 달려온 학부모들, 그리고 이 학교 교사들은 평생 이 사건의 기억에 고통스러워 할 것이다. 현장에 있었던 학생들의 증언으로 그 당시 끔찍했던 상황을 상상해보자면 한 반에 한 명씩 전문 정신 상담의를 배치하기로 결정한 주정부의 판단이 필수불가결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1층 복도와 화장실에 시체들이 흩어져 있었어요. 네명의 부상자가 피를 흘리며 한 구석에 숨어 있었구요." 또 다른 학생은, "저희 선생님이 상황을 살피기 위해 복도 쪽으로 고개를 내밀었죠. 삼초 뒤 선생님은 머리에 총을 맞고 피를 흘렸어요." 이 교사는 아직도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다.

한편, 학교에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비를 세우자는 의견에 학생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학생 대표인 미햐엘라 자이델은 "아무리 이런 사건이 벌어졌다 해도 우리 학교는

▲ 쇼크 상태에 빠져 오열을 터뜨리고 있는 학부모 ⓒ Sascha Fromm/ Thueringer Allgemeine Zeit

기념관이 아니라 배움을 위한 학교이며, 언젠가 우리 학교의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일상적인 학교의 분위기로 돌아와야 합니다."라고 주장하며 추모비는 그 사건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을 더욱 힘들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한 "범인을 증오하지도 않지만, 동정하지도 않습니다. 그는 증오도 동정도 받을 가치가 없는 대상이고, 불행하게도 아무도 제때에 알아보지 못한 병든 사람이었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말로 범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요약했다. 그녀는 사건이 일어나기 몇분 전 집으로 돌아갔었다.

일단 이 학교에서는 수업 대신 가까운 식물원 등에서 학생들이 쇼크를 진정시킬 수 있도록 여유를 줄 계획이라고 한다. 중단되었던 아비투어 시험은 몇 주 뒤로 미루어졌다.

글머리에서 언급했다시피 많은 독일인들은, 이런 사건이 독일에서 벌어졌다는 일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 학교에는 조문객들이 두고 간 수많은 꽃다발과 촛불, 그리고 테디베어 등의 동물 인형들이 죽은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쌓여있다. 그 중 하나의 꽃다발에는 "왜?"라는 물음이 크게 적혀져 있다. ⓒ AP

말로 드러내어 표현하지는 않지만 미국에 비해 독일은 뿌리깊은 정신적 전통과 역사가 있음을 자랑하는 많은 독일인들에게는, 자국 청소년의 정서적 황폐가 이렇게까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음을 인정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터이다. 이미 많은 심리학자들이 미국 리틀톤에서 벌어졌던 유사한 사건을 예로 들며 모방 범죄의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사건이 생기면 늘 거론되곤 하는 것이, 총기 소지에 대한 더욱 엄격한 통제와 범인의 심리 분석이다. 현재 독일 정치인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모르겠다"라는 발언만을 반복해서 내놓고 있는데, 사건 하나가 생기면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분석하고 대책을 세우는 독일인들이 이 일에 대해서는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지 필자는 자못 궁금하다.

2002.04.28 ⓒ 2002 Yah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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