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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주 교수의 홈페이지

이곳에 있는 글들은 제가 독일 통신원으로 2001~2년에 [즐거운 학교]의 해외 교육 리포트란에 썼던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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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수학교사의 돋보이는 실험정신

 
[독일] "옛날 방식으론 안 돼...새로운 수업 시도해야"
 
강윤주 기자 kangy@uni-muenster.de
 
여기 독일의 한 젊은 교사가 있다. 그는 낡은 방식의 수업이 학생들의 학습력을 저하시킨다고 믿는 탓에 혼자서 나름대로 많은 시도를 해보지만, 그런 시도들이 늘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 것만은 아니다. 동료들이 바라보는 시선 또한 곱지 만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새로운 실험을 그치지 않는 이 독일 교사의 사는 방식을 소개하고자 한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한국의 교사들의 상황과 상당히 유사해 보이기 때문이다. <필자주>


 
▲ 소그룹 토의에 열중인 김나지움의 학생들. 리퍼 교사의 수업시간은 대부분 이런 식의 토론으로 진행된다. ⓒ immense Gymnasium

펠릭스 리퍼는 "학교라는 건 정말 의미가 없어"라고 내뱉을 때가 있다. 물론 그러고 난 뒤, 그는 금방 후회한다. 왜냐하면 그는 수업을 듣는 학생이 아니라 수업을 해야 하는 교사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가 생각하기에 학교수업은 뭔가 문제가 있다. "제 생각에는 11학년부터 13학년까지의 수학과 물리 수업에서 애들이 배우는 게 없는 것 같아요. 또한 모든 것이 너무나 추상적이에요."

코트부스의 퓌어스트 퓍클러 김나지움에서 28세로 최연소 교사인 그는, 물리와 정보 기술(Informatik) 그리고 수학을 가르친다. 이제 막 7개월이 된 그의 교사 경력은 매우 짧지만, 그는 그동안에 이미, 자신이 학창시절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수업 방식을 다양하게 실험해 보였다.

그의 수업 시간은 교사 혼자 교단에 서서 이야기하고 설명하고 질문을 받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이 학생들의 그룹별 토의를 통해 이루어진다. 반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나와서 다른 아이들에게 수학 공식을 풀어 설명하고 그는 뒤쪽에서 그 설명을 듣는다.

이해하기 까다로운 이론적인 부분도 결코 아이들에게 암기하라고 강요하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논의를 통해 게시물을 만들어 나가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수학 시간에 어떤 문제를 하나 내놓고 다른 수많은 이전 사람들이 풀었던 방식대로 그 문제를 풀게 하는 것은 아이들을 질리게 만들 뿐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수학이란 정말 창조적인 학문이란다" 라고 말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저 교사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하는 표정으로 그를 멀뚱히 쳐다본다.

또한 그는 이런 관습적 수업을 과감하게 바꾸어보고 싶은데, 동료들의 반응은 전혀 좋은 방향이 아니다. "제 수업 때는 꼭 뭔가가 잘 안 되지요. 아마 보통 교사들이 하듯이 전통적인 수업 방식을 따랐다면 지금 수업 준비 때와는 달리 수업안을 짜는 게 훨씬 수월했을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더 어려운 방식을 택한다.

아이들이 내놓는 엉뚱한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기도 하는 그는 얼마 전에 새로 나온 유로화(Euro) 동전이 옛 독일 마르크 동전과는 달리 숫자면이 훨씬 더 자주 위로 올라오게 바닥에 떨어진다는 주장을 한 학생으로부터 들었다.

그래서 그는 한가지 실험을 했다. 반의 모든 학생들이 유로화 동전을 백번씩 던져서 그 결과를 기록했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수학 시간이 끝나기 전에 결과는 나왔다. 그 결과 내용은? 유로화 동전과 마르크화 동전이 바닥에 떨어지는 양상은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동료들은 아마도 그런 시간 낭비를 왜 하냐고 그를 비난할지도 모르지만 리퍼는 미소지으며 대답한다. "한 학생도 감자칩을 먹으며 졸거나 바깥을 쳐다보지 않고 모두 몰두해서 함께 했어요. 그게 중요한 거죠."

그의 방식은 동료들로부터 호응이나 지원을 받지도 않고 방해 받지도 않는다. 그의 생각에, 교사들은 모여서 수업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보다는 너무 쓸데없는 수다들로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그래서 그는 특별히 다른 물리 교사들과 한 모임을 만들어 수업에 대해 생각을 교환하고 그의 수업 방식을 위해 좋은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얼마 전 독일 교육계를 강타했던 피사 보고서는 독일의 젊은 교사들에게 상당히 큰 충격을 주었다. 리퍼도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자신의 수업을 평가하도록 해보았다. (다른 교사들은 그 보고서 결과 발표 뒤에 오히려 수업 시간에 그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까봐 꺼려했다는 후문이다.)

리퍼는 12학년 학생들에게 왜 독일 학생들이 수학에서 형편없는 성적을 보였는지 설명함과 아울러 앞으로 수학 시간에는 더 이상 공식 따위를 배우지 않고 수학의 기본부터 다시 출발할 것임을 밝혔다. 학생들은 그 이야기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

"12년이나 수학을 배웠는데 또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라니 부담스럽죠" 하고 말하는 여학생도 있고, 그의 새로운 방식 때문에 자기 성적을 걱정하는 학생들도 많다.

그러나 리퍼는 피사 보고서가, 얼마나 많이 배웠느냐가 절대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밝혀준 확실한 증거라고 생각한다. 대학 입학 평가 시험(아비투어)의 적정 수준에 못 미치는 것 아니냐는 주변 사람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는 수학에의 이해도를 평가할 수 있는 시험 문제를 아비투어에 낼 작정이다. - 그의 학교가 속한 브란덴부르크시에서는 교사들이 직접 아비투어 문제를 낼 수 있다. <필자 주> -

수업에서 일상적으로 닥치는 수업 방식과 내용에 있어서의 어려움은, 그처럼 젊은 교사만이 아니라 이미 20년 경력을 갖춘 교사들에게도 마찬가지로 힘든 문제이다.

"가끔 나는 도대체 왜 내가 대학에서 공부를 했나 하고 물어보죠. 5년의 대학 생활동안 저는 한번도 학교 안을 들여다 볼 기회가 없었어요. 또한 제가 배운 전문 지식의 0.5%도 수업에 도움이 안될게 뻔합니다."

대학에서 배운 그 높은 수준의 이론적인 수학과 물리적 지식이 수업에 얼마나 도움이 안 되는지, 그는 이미 1년간에 걸친 교생 기간 동안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그때 이미 자기 나름대로의 수업 방식을 개발했지만 돌아온 것은 교생 지도 교수의 질책뿐이었다. 그때가 자기 인생의 가장 '끔찍한 시간'이었다고 그는 회고한다. 원칙이 확고한 지도 체제 아래에서 보내야 했던 그 교생 기간은 김나지움 때보다 더 엄격했다.

피사 보고서의 연구 결과와 관련하여 "나이든 교사들로부터 개선책을 기대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라고 용감하게 한 신문에 쓴 뒤, 그는 많은 동료 교사들로부터 '젊어서 뭘 모른다'는 식의 공개 편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오늘도 "어쨌든 뭔가를 끊임없이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모토 아래 열심히 더 나은 수업을 위해 학생들과 실험하고 있다.

2002.04.22 ⓒ Die Z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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