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강윤주 교수의 홈페이지

이곳에 있는 글들은 제가 독일 통신원으로 2001~2년에 [즐거운 학교]의 해외 교육 리포트란에 썼던 것들입니다.
자료를 다른 곳에 사용할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새 페이지 41

일하면서 경제학 배우는 '학생CEO'

 
[독일] 고등학생이 꾸려가는 학생회사 VIP²
 
강윤주 기자 kangy@uni-muenster.de
 
여기 한 회사가 있다. 이 곳의 취업계약서는 언뜻 보아서는 다른 곳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언제 일이 시작되는지, 휴가는 얼마 동안인지, 사직하려면 얼마 전에 이야기해야 하는지….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계약서 맨 아래쪽에 고용주와 고용인을 위한 서명란말고 고용인 부모의 동의 서명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VIP² 회사에서 일하는 학생 회사원들의 모습. ⓒ VIP²

그 이유는, 이 회사의 고용인들 대부분이 미성년자이기 때문이다. 이 취업계약서는 드레스덴의 로맹 롤랑 김나지움 학생들이 일하는 학생 회사인 'VIP² 여행사'의 것이다.

이 여행사는 수학여행을 조직하고 학생신문을 발행하며 회사나 관청 등의 웹사이트를 만들어 준다. 2000년 하반기에 드디어 흑자를 기록한 이 회사는 독일 청소년 재단(Deutsche Kinder- und Jugendstiftung: DKJS)의 지원을 받는 백 여 개의 회사 중 하나이다.

학생 스스로 운영하는 '학생회사'

이 회사의 사무실은 35평쯤 되는 공간으로 창문밖에는 학교 운동장이 보이며, 1개의 서류 캐비닛과 2대의 컴퓨터가 놓여진 책상 하나, 그리고 전화기 1대가 사무기기의 전부다. 가운데에는 'ㄴ'(니은)자 모양의 회의용 책상이 있다.

여기서 매주 금요일 오후마다 회의가 열린다. 누가 부서장이 될 것인가, 누가 하반기에 회사를 대표할 것인가 하는 인사 관계 일들도 이 회의에서는 아주 민주적으로(손을 들어 의사 표시를 하는 것으로) 결정된다.

이들은 날마다 오후 2시간씩 일을 하고, 꼭 필요할 때는 주말에도 회사에 나온다. 이들은 학교신문에 내보낼 기사를 쓰고 레이아웃을 하며 광고주를 모은다. 리용이나 파리 혹은 프라하로의 수학여행 계획을 짜기도 하고 기차와 비행기 중 어느 것으로 가는 게 저렴한지 비용을 비교하기도 한다.

독일 청소년 재단의 대표인 해이케 칼은 이들 어린 회사원들을 대단히 자랑스러워 한다. 그녀는 훌륭하게 운영되고 있는 이런 학생회사들의 실적에 만족해 하면서, 한편으로 학생들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는 학교들을 비난한다.

"팀워크와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한 능력 배양이라는 말은 학교에서 늘 외치는 구호 중의 하나지요. 그렇지만 학교에서는 절대로 이런 능력을 배양시켜 줄 수 없을 거예요"라고 그녀는 학교를 과격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학생회사가 대신 이 역할을 맡아 이론과 실습, 학교와 직업 사이에 놓인 간극을 메꾸어 준다는 것이다.

마리아 글래처는 한 팀에서 어떻게 다른 이들과 잘 일할 수 있는지를 회사(VIP²) 에서 배웠다. 17살의 그녀는 몇 달 전부터 이 회사의 대표직을 맡아서 회의를 이끌고 부서장들 사이의 원활한 의사 소통을 돕고 8학년 학생들과 함께 학교축제를 위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그녀가 중시하는 것 중의 하나는 정해진 기간까지 일이 완수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의 이미지를 손상시키게 되죠"라는 게 다부진 그녀의 말이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일인의 83%가 경제 관련 테마가 학교수업에서 좀 더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 중 3분의 2가 학교에서 직업적 미래를 좀더 잘 준비하고 싶어한다. 쾰른의 독일 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의 경제 지식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한다. 일례로 조사 대상 중 반이 넘는 학생들이 생산성과 인플레이션 사이의 관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문제가 되어온 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경제수업에 투자해야 할 것 인가였다. 노조와 경제인연합회 양측은 작년 정식 수업과목으로 경제학을 채택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많은 교육전문가들이 이에 반대했는데, 왜냐하면 새로운 과목의 도입은 다른 과목 수업시간을 줄이거나 없애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현실적이기로는 학생들이 학생회사 같은 곳에서 실제로 경제활동을 함으로써 배우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걸 위한 지원 방안들이 있는데, 보스턴 컨설팅 그룹은 자사의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이 회사 소유주로서 회사를 어떻게 이끌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대기업도 경계하는 학생 사업가

5년 전부터 시작한 쾰른 독일 경제연구소의 한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미니회사를 창립하여 직접 운영해 보도록 지원한다. 단, 그 운영 기간은 1년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그 기간이 지나면 그 회사는 사라지고 그 회사에 대해 책임질 일도 더 이상 없다. 독일 청소년 재단에서 지원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학생들은 이와는 달리, 회사를 떠날 때 자기를 이어 일할 사람을 뽑고 그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을 때까지 보조해야 한다.

독일 청소년 재단이 1994년 처음으로 작센 주에 5명의 학생이 일하는 학생회사에 대한 허가를 맡으려 했을 때, 그에 대한 반대가 매우 심했다고 하이케 칼은 전한다. "학교에까지 자본주의가 밀려들어온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게 교사들과 부모들의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사이 이런 말을 하는 이들은 이제 사라졌다. 학생회사에서 일했던 젊은 회사원들이 졸업 뒤에 구 동독 지역에서 더 나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이, 사람들의 반대가 사라진 이유 중의 하나다. 그뿐 아니라 서독지역의 교사들과 부모들이 이 학생회사 설립에 관해 알아보려고 독일 청소년재단 본부가 있는 베를린까지 오고 있다.

마리아 글래쩌는 회사를 통해 은행구좌를 어떻게 열고 온라인뱅킹이 어떻게 돌아가며 연말정산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배웠다. 2000년 하반기에 낸 수천마르크의 흑자 중 일부를 이 회사 학생들은 회사와 재단에 기증했고 나머지는 함께 일한 학생들이 나누어 가지거나 새로운 컴퓨터를 사는 식으로 회사에 재투자한다.

독일 청소년 재단이 하는 일은 회사에 자문하는 것으로 제한되어 있다. 회사 운영을 보조하는 교사들의 역할 역시 그 정도이다. "그들이 하는 역할은 주된 것이 아닙니다"라고 하이케 칼은 강조한다. 운영에 대한 아이디어는 학생들에게서 나와야 한다. 그들의 사업계획이 좋아 보이면 재단은 1만2000마르크(한화로 약 720만원)까지 지원한다.

한해 매출은 6만마르크를 넘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 이상이 되면 이 학생 회사가 영리목적의 회사로 취급되어 세금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며 실제 시장에서 다른 일반 회사들의 경쟁 회사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VIP2 역시 일정 정도의 수입을 벌어 들이는 데에서 그친 것이다.

수입의 액수는 사실 중요한 게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경험은 책임감을 느낀다는 거였어요. 내가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지내며 그들이 잘 일할 수 있도록 끌어갈 수 있는가 하는 거죠"라고 회사의 한 학생이 말하자 다른 학생도 이에 동의하며 덧붙인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감을 가진다는 거죠. 루프트한자(항공사) 같은 큰 회사에 전화를 걸어 무언가를 상담해야 할 때 자신감이 없으면 안 되거든요."

학교를 졸업하면 이들은 무얼 하려 할까? 그들 중 소수만이 졸업 직후에 회사를 창립하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은 이 젊은 창설자들을 벌써부터 경계하는 눈치다. 이를테면 맥도날드가 그 예가 될 수 있다.

드레스덴의 한 학교에서 교내에 음료수와 음식물 판매를 사업 내용으로 하는 한 학생 회사를 창립했다. 그들은 회사 이름을 "맥스쿨"이라고 지었다는데 맥도날드측은 이러한 시도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회사 이름을 바꾸라고 요구했다 한다. "맥스쿨"은 이제 "코크 앤드 스쿨(Coke and School)"로 이름을 바꾸었다. 코카콜라는 맥도날드 만큼 강경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65 독일의 교육 체계와 교사 양성 과정 2007.12.03 1080
64 독일 튀빙엔의 어린이 대학 2007.12.03 1030
63 "방학 때도 보충수업 해야 돼!" 2007.12.03 1088
62 독일 교육의 미래는 여전히 어둡다(?) 2007.12.03 1099
61 느리게 가는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2007.12.03 1028
60 에어푸르트시 사건으로 되돌아본 독일 교육의 문제점 2007.12.03 1158
59 퇴학당한 학생의 앙심 품은 살인극 2007.12.03 1052
58 젊은 수학교사의 돋보이는 실험정신 2007.12.03 1006
57 몸을 잘 써야 머리도 잘 쓴다 2007.12.03 925
56 미성년자에겐 담배를 팔지 않습니다. 2007.12.03 1104
55 듣기 교육으로 즐거운 수업…집중력도 쑥쑥 2007.12.03 1030
54 갑작스런 성경험…그래도 피임은 한다! 2007.12.03 1207
53 지역 내 모든 극장이 영화수업 교실 2007.12.03 1125
» 일하면서 경제학 배우는 학생CEO 2007.12.03 1024
51 영화 "반지의 제왕"으로 수업하기 2007.12.03 1084
50 일반교과도 영어로 가르치고 배운다. 2007.12.03 1168
49 선생님의 무기력 이해는 하지만... 2007.12.03 1042
48 교사간 수업방식 교환 네트워크 절실 2007.12.03 1058
47 부자 부모 둬야 김나지움 간다? 2007.12.03 1150
46 한국은 1위, 독일은 20위 2007.12.03 115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