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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주 교수의 홈페이지

이곳에 있는 글들은 제가 독일 통신원으로 2001~2년에 [즐거운 학교]의 해외 교육 리포트란에 썼던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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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교과도 영어로 가르치고 배운다.

 
[독일] 지리, 역사, 체육시간 등에 영어로 수업
...대학입시도 2개국어로
 
강윤주 기자 kangy@uni-muenster.de
 
선생님은 화산의 단면도를 벽에 붙여 두고 학생들에게 묻는다. "What is this?" 독일의 한 북부 도시 브라운 슈바이그의 김나지움 8학년(13세) 학생들은 선생님의 이러한 질문에 스스럼없이 영어로 유창하게 대답한다.

 
▲ 그림은 한 김나지움의 외국어 수업 소개표다. 몇몇 과목 수업을 5학년 때에는 영어로 하고 7학년 때부터는 프랑스어로 하는 수업이 추가되며, 9학년 때에는 스페인어로 하는 수업이나 자연 과학 과목 중 하나를 택해서 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 fichte-gymnasium

영어 수업 시간이냐고? 아니다. 수업을 맡은 담당 교사인 클라우스 짐머만의 전공은 지리학으로, 그가 가르치는 것은 영어가 아니라 지리학이다. 물론 학생들이 기본적 영어 문법을 틀리면 짐머만 선생이 지적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그가 맡은 전공 과목이다.

이 학교의 8학년 학생들은 지리학 시간뿐 아니라 역사와 체육 시간에도 영어로 수업을 받는다. 9학년이 되면 정치학 시간도 영어 수업이 진행된다. 이들처럼 독일어와 영어 두 가지 언어로 수업을 받는 학생들은 이미 7학년부터 독·영 '아비투어'(우리나라 대입수능에 해당하는 시험)를 선택해서 준비한다.

주요 과목이나 기본 과목을 영어로 치름과 동시에, 역사과목의 구술시험 역시 영어로 본다. 영어로 시험을 치른다는 건 7학년 때부터 독일어로만 수업을 받는 다른 친구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해야 된다는 뜻이 된다. 영어로 시험을 본다고 해서 시험 내용이 쉬워진다거나 하는 등의 봐주기가 없기 때문이다.

이 학교에서 영어와 역사를 가르치는 만프레드 빌트하게 선생은 "이는 유로화가 상징하는 '유럽통합'과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수업 방식이며 몇 년 후에는 독일어로만 수업 받은 학생들과의 분명한 격차가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만프레드 선생은 또한 "언어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국제 감각을 키우게 되는 덕에 대학에 들어가서도, 또 졸업 후에 직장을 가지는 데에서도 더 나은 기회를 얻게 된다"라고 덧붙인다.

그가 학부모들과 학생들에게 외국어로 하는 수업의 이점을 설파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10년 전부터였다. 그의 노력은 1999년 드디어 결실을 맺어, 영어로 수업하는 반 두개를 만들 수 있었다. 이같은 2개 국어 병용 수업 시도는 90년 초에 유럽 공동체가 구체화되면서 독일에 활발하게 퍼지기 시작했지만, 이미 60년대부터 독일어와 프랑스어로 수업을 하는 학교들이 독일 몇몇 도시에 있었다.

독일에는 현재 400개가 넘는 2개 국어 병용 수업 학교가 있다. 이런 방식의 수업을 받기로 선택한 학생들은 대부분 성적이 좋고 외국어 수업에 흥미를 느끼는 아이들이다.

2개 국어 병용 수업을 하는 과목들은 대부분 지리, 역사, 정치 등이다. 왜냐하면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현상들을 자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배우면서 좀더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역사 시간에 교사들은 베를린 장벽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영국이나 미국의 신문보도 혹은 다큐멘터리들을 참고 자료로 쓸 수 있다.

이런 과목에 비해 외국어 수업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과목들은 생물, 체육, 미술, 음악 등이다. 외국어 수업에 가장 많이 선택되는 외국어는 역시 영어이며 학교들 중 2개 국어 병용 수업에 가장 활발하게 참여하는 학교는 김나지움이다. 그러나 직업학교나 기술학교 등도 점점 이런 추세에 동참하고 있다.

한번 2개 국어 병용 수업을 택하면 대부분 '아비투어'까지 2개 국어로 치른다. 일단 이런 수업을 택했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 어떤 학생들은 심지어 영어로 수업을 하는 게 훨씬 쉽다고까지 한다. "영어로 시험을 볼 때는 문법적으로 틀려도 상관없어요. 중요한 건 제가 그 문제를 잘 이해하고 제대로 된 답변을 하는가 하는 거죠."

많은 사람들이 외국어로 수업을 듣게 되면 아무래도 전달되는 지식의 양과 질이 떨어지지 않겠는가를 걱정한다. 하지만 결과는 그 반대라고 한다. "외국어로 수업을 하게 되면 학생들은 좀더 수업에 잘 집중합니다. 모국어 수업 때보다 더 강도 높은 집중력이 없으면 수업을 따라올 수가 없거든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학생들은 이런 수업을 통해 외국어로 자기를 표현하는 데 자신감을 갖게 된다. 학생들은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외국어로 학습하면서 자연스럽게 외국어 표현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2개 국어 병용 수업은 학생들에게만 장점이 되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2개 국어 병용 수업을 할 수 있는 교사들은 그것 때문에 더 좋은 자리를 얻게 되었다. 그래서 1996년 부퍼탈 대학에서는 2개 국어 병용 수업을 위한 교직 과정을 마련했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대학들이 같은 과정을 신설했다. 이제는 2개 국어 병용 수업을 위한 전문 교과서도 나오고 있다.

학생들이 더 많은 외국어를 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일을 큰 목표로 삼고 있는 독일에서는 이러한 수업 형태가 점점 더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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