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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주 교수의 홈페이지

이곳에 있는 글들은 제가 독일 통신원으로 2001~2년에 [즐거운 학교]의 해외 교육 리포트란에 썼던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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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무기력' 이해는 하지만…"

 
[독일] 고교·대학생의 교육문제 꼬집기…한국과 '닮은꼴'
 
강윤주 기자 kangy@uni-muenster.de
 
여기 두 명의 독일 김나지움 학생과, 얼마 전 아비투어(학력고사)를 마치고 대학에 들어간 독일 대학생 한 명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학교와 수업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 모였다. 이들의 대화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학교에 대해 생각하는 점과 신기할 정도로 닮아 있다. 독일의 우등생 그룹에 드는 3명의 학생이 나누는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자.

- 카트린, 막시와 얀 헬게, 너희들은 언제나 성적이 우수한 그룹에 끼어 있었던 셈인데, 그동안 받아 온 학교 수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카트린 폰 란도우 19살의 카트린은 함부르크의 김나지움에서 두번이나 월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 학년에서 가장 좋은 아비투어 성적을 받았다. 지금은 베를린에서 경제학과 여성학 방향의 정치학을 공부하고 있다. 나중에 무얼 할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한다. ⓒ Die Zeit

카트린: 저는 학교 수업이 늘 지루하다고 생각해 왔어요. 수업에서 다루는 내용은 대부분 단순 암기해야 하는 것 아니면 이미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죠.

제가 흥미를 가졌던 부분에 대해 학교 수업은 오히려 악영향을 미쳐 왔어요. 수업에서 그 내용을 다루면 갑자기 흥미가 없어지게 만들거든요. 예를 들어, 여름 방학 때 저는 카프카를 열심히 읽었어요.

그런데 마침 독일어 수업 시간에 카프카를 다룬 거예요. 하지만 독일어 선생님은 카프카의 작품을 카프카가 가진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라는 면에서만 해석하더군요.

그 선생님은 참고서에 나온 해석하는 법을 보시고 우리에게 가리킨 거죠. 의욕도 없이,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선생님들이 의외로 많아요. 어떤 교과서들은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기도 하죠.

얀 헬게: 교과서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 말이 없네요. 왜냐하면 제가 다니는 학교는 재정 상황이 안 좋아서 교과서를 구입할 수가 없거든요. 그거 말고는 카트린이 이야기한 부분에 대부분 동의해요. 수업 때에 전에 배운 내용을 반복하는 걸 자주 경험하죠. 사실 일년 동안에 배우는 내용은 분발하기만 한다면 두 달만에도 끝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의 11학년 일년은 시간 낭비였어요.

카트린: 그렇지만 어떤 학생들은 학교가 공부를 많이 시켜서 힘들다고 말하기도 하죠.

막시: 독일에서는 수업을 늘 중간 수준 학생들에게 맞추어 진행해요. 하지만 한 반에는 늘 잘하는 애들과 못하는 애들이 있는 거잖아요. 잘하는 애들은 수업을 지루해 하고 못하는 애들은 힘들어하죠. 왜 이런 부작용이 있는 수업 방식을 버리지 못하는지 모르겠어요.


"교과 과정보다 친구가 좋아서 학교 다녔을 뿐"

- 얀 헬게, 네게는 11학년이 시간 낭비였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왜 월반할 생각을 하지 않았니? (독일 김나지움에는 성적 우수생들이 한 학년을 뛰어넘을 수 있는 월반 제도가 있다: 필자 주)

얀 헬게: 반에 그대로 남고 싶었기 때문이죠. 수업이 따분하다는 것 말고는 반 아이들과 정말 잘 지냈거든요. 또 어차피 수업 마치고 나서 하는 일이 많아요. 아르바이트도 하고 피아노도 치고 친구들과 함께 멀티미디어 연구물이나 영화 등도 만들기 때문에 수업이 따분하다는 게 크게 문제될 건 없었죠.

- 그런 것들이 너에게는 수업보다 더 중요하니?

얀 헬게: 저한테 정말 흥미 있는 건 학교에서 할 수가 없어요. 친구들과 함께 어떤 성과물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저는 방학 중 3주를 꼬박 그 일에 매달려야 했지요. 우리는 하루에 열두 시간이나 열세 시간을 매일 좁은 방에서 함께 보내며 하나의 목표를 위해 일했어요. 그건 정말 멋진 공동체 경험이었어요!

- 그런 식의 공동 작업이 학교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하니, 아니면 그런 일은 오로지 친구들 사이에서만 가능한 걸까?

얀 헬게: 글쎄요, 학교에서는 여태까지 그런 걸 시도해 볼 수가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 너희들 모두 일방적인 지식 전달식 수업에 대해 불평했는데, 선생님들께 물어 보면, 그들은 대부분 오랫동안 머리를 짜내어 기획한 연구 수업을 하고 있다고 대답한단다. 혹시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가진 '좋은 수업'에 대한 생각이 너무나 달라서 그런 결과가 나타나는 게 아닐까?

얀 헬게: 1년 6개월 전에 학교에서 어떤 연구 활동에 참여했었어요. 그 프로젝트는 우리 학교에서는 하나의 혁신적인 움직임이어서 다들 중요하게 생각했죠. 프로젝트의 테마는 외국인들의 독일 이주 문제였어요. 하지만 전 그 당시에도, 그 프로젝트를 위해서 닷새 동안의 베를린 여행을 해야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죠. 제게 그 프로젝트는 그저 수학 여행의 일종이었어요.

- 네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러니까 그 프로젝트가 정규 수업과 큰 관련이 없었다는 거구나.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니?

카트린: 11학년 때 석 달에 걸쳐 여러 가지 과목에서 1945년 이후 독일의 재건에 대해 배웠죠. 그건 정식 과목간 제휴 학습(interdisciplinary)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정규 수업에 꽤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어 주었다고 생각해요.

막시: 함부르크에서 학교 다닐 때에 독일어 수업 시간에 TV 드라마 속의 언어를 연구 했어요. 그 연구를 위해 우리는 여러 개의 그룹으로 나뉘어졌죠. 문제는, 몇몇 학생들은 아주 자립적이고 적극적으로 그 연구에 몰두했지만, 나머지 학생들은 의욕이 없다는 거죠. 아쉬운 것은 그 연구가 끝나고 나서도 그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다음 연구 때에는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는 거예요. 대부분 좋은 성적을 받았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고 봐요.


'갑갑한' 학교 틀, '무감각한' 선생님

- 그러니까 선생님이 결국 잘못했다고 보는 거니?

막시: 학교 조직이라는 게 학생뿐 아니라 선생님들도 의욕을 상실하게 만든다고 봐요. 독일에서는 선생님들이 창조적으로 수업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너무 제한되어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카트린: 잘못된 것 중 하나는 경직된 수업 계획표예요. 선생님이나 학생들이나 그 짜여진 수업 계획표대로만 가르치고 배워야 해요. 예를 들어 저는 11학년에서야 처음으로 나치즘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죠. 여러 가지로 수를 짜내어서야 겨우 수업 중에 나치즘에 대해 더 배울 수 있었어요. 선생님들이 의욕 상실 상태에 빠져 있는 걸 전 잘 이해할 수 있어요. 그들에게 주어진 틀이 그들의 의욕 떨어트리는 거죠.

 

얀 헬게 마이어 18살의 얀 헬게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에 있는 한 김나지움의 12학년에 다니는데 그가 아비투어 시험 과목으로 고른 것은 물리와 프랑스어이다. 그가 원하는 장래 직업은 “어떤 식으로든 국제 경제와 관련된 일”이다. ⓒ Die Zeit

얀 헬게: 하지만 전 학생으로서 적어도, 선생님들이 수업 준비를 충실히 해야 한다고 요구할 수 있다고 봐요. 많은 선생님들이 25년간 해왔던 수업을 그대로 답습하죠.

그런 선생님들 밑에서는 1969년이라고 찍혀 있는 수업 자료에, 30년 전의 경제 수치를 가지고 배우게 되는 거예요. 그와 아주 반대의 경우로 한 여자 수학 선생님이 계신데, 이분은 두 시간 연강으로 되어 있는 수업의 경우 두 번 중 한번은 A4 용지 가득히 문제를 적어 오셔서는 끝까지 풀고 나가셨죠.

열심히 준비하시는 선생님이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런 선생님도 우리를 질리게 하기는 마찬가지예요.

- 몇 퍼센트 정도의 선생님들이 그런 경우에 해당하는지?

얀 헬게: 한번은 세어 본 적이 있어요. 여태까지 저는 50분의 선생님들 수업을 들었는데 그 중에 다섯 분 정도만이 훌륭했어요. 하지만 제 개인적인 경우가 독일 학교 전체의 경우로 해석되어서는 안 되겠죠. 제가 다닌 학교는 문제가 아주 많은 경우에 해당된다고 봐요.

막시: 제 생각에 교사라는 직업은 적성에만 맞는다면 사실 대단히 흥미 있는 거예요. 하지만 제가 받은 인상으로는 많은 교사들이 자기 적성에 대해 충분히 생각지 않고 직업을 택한 게 아닌가 해요. 물리를 공부해서 교사가 되어야지, 하고 시작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자신에게 맞는 건 물리였지 교사가 아니었다는 거죠.

- 막시는 네덜란드에 있는 학교로 간다고 들었는데, 그쪽이 더 마음에 드나?

막시: 제가 월반을 한 경우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독일에서는 한번도 제대로 내 능력을 최대한 발휘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그런데 네덜란드는 사 년 전에 대학 입학 준비를 더 잘할 수 있도록 김나지움 고학년 과정을 개선했거든요, 그게 제 마음에 듭니다.

- 어떻게 개선했는데?

막시: 아비투어를 치르게 되는 13학년 1년은 6주씩의 과정으로 나뉘어져요. 이 6주 과정이 끝나면 시험을 봐야 하죠. 그런데 이 6주 과정 동안 학생들은 자립적으로 많이 공부해야 하고 일방적으로 지식 전달하는 식의 수업은 매우 적죠. 그 과정을 시작할 때 학생들은 그 6주 동안 우리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해 자세히 적혀져 있는 계획표를 받게 돼요. 첫 주의 테마는 무엇, 둘째 주의 테마는 무엇 등등… 각자가 자기의 공부 속도에 맞춰 공부하는 거죠.

- 중심 되는 과제는 무언데?

막시: 각 과정마다 우리는 꽤 방대한 양의 보고서를 써내야 해요. 그걸 위해 선생님과 의논하죠.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어디서 정보를 얻을 수 있나? 여기서는 그 결과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연구해 나가는 과정도 중요해요. 잘 씌어진 보고서는 사실 인터넷에서 간단하게 다운 받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카트린: 근사하게 들리는데? 공부 중 어려움이 있다면 선생님과 언제나 의논 할 수 있는 거야?

막시: 그럼, 그건 매 수업 시간마다 당연한 거지. 어떻게 보면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동안 선생님은 느슨하고 게으르게 그저 교실에 앉아 계시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 왜냐하면 학생들이 늘 많은 질문을 해대니까. 실제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 없이 우리는 혼자서 신경계에 대해 전부 다 이해할 수가 없잖아. 이해하지 못한 학생은 언제나 선생님께 여쭈어 볼 수 있는 거지. 하지만 선생님이 먼저 그에 대해 강의를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물어 보면 대답해 주는 식인거야, 그리고 언제나 일대 일로.


"힘들어도 스스로 답을 찾아내고 싶다"

- 새로운 방식의 수업에 적응하는 게 힘들지는 않았니?

막시: 많은 노력과 자기 훈련이 필요했어요. 그냥 멍청히 앉아서 칠판에서 뭔가를 베껴 쓰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배운다는 게 처음에는 쉽지 않았거든요.

얀 헬게: 그런 수업은 내가 늘 꿈꾸던 거야. 중요한 것은 내가 스스로 무엇을 언제 어떤 속도로 공부하겠는지 결정할 수 있다는 거지. 독일의 학교에서는 그게 불가능하고 그래서 문제라고 봐.

 

막시 에케르트 17살로 네덜란드의 한 김나지움에 다니는 그녀는 올 봄에 아비투어를 치르고 네덜란드 안트베어펜에서 공부하고 싶어한다. 독일에서 학교를 여러 번 바꾸었으며 우수한 성적으로 월반까지 했으나 한해동안 네덜란드에서 교환 학생기를 보낸 뒤 곧바로 네덜란드의 학교로 바꾸었다. 그녀는 기자가 되고 싶어한다. ⓒ Die Zeit

막시: 스스로 노력해서 어떤 답을 얻어낸다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자기와는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문제를 선생님이 칠판에 쓰고 그에 대한 답변을 받아 적는 것보다 이런 방식으로 공부를 하면 저절로 '아아, 그래, 이제 이해할 수 있다' 하는 말이 나오죠.

- 하지만 이런 방식의 수업이 모든 학생들에게 적합할 수 있다고 보니?

얀 헬게: 어차피 학습 의욕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적합하지 않겠죠.

막시: 이런 방식은 김나지움 학생들에게는 적당할 거예요. 제 생각에 김나지움보다 낮은 수준의 학교, 곧 하우프트 슐레 학생들에게는 그리 적당치 못할 거라고 봐요.

카트린: 저는 다소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라도 선생님이 더 적극적으로 도와주신다면 가능할 거라고 보는데요.

- 성적이 나쁜 아이들 때문에 선생님이 같은 내용을 반복해야 할 때 그것 때문에 손해 본다고 느끼지는 않니?

얀 헬게: 전혀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그 반대죠: 잘 이해 못하는 친구들에게 제가 설명해 줄 수 있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그리고 거기서 제가 얻는 것도 많죠. 전 이런 기회가 수업 중에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교실 내의 정숙을 중시하는 선생님들 때문에 이런 기회는 적어지죠. '질문이 있으면 내게 해라'고 말씀하시는 선생님들이 많거든요.

- 선생님이 가장 잘 대답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안 하고?

얀 헬게: 아뇨, 같은 나이의, 같은 지적 수준에 있는 학생들끼리 오히려, 왜 쟤가 이걸 이해 못하는지, 어떻게 설명하면 이해를 잘 할지 잘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막시: 물리 시간에 제 옆에 앉은 여자 애가 가끔 수업을 잘 따라오질 못하더라구요. 근데 걔가 왜 그러는지 저는 너무나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저도 얼마 전에 바로 그 문제 때문에 고민했었거든요.

- 요즘 독일에서는 우수한 학생을 어떻게 더 잘 지원할 수 있는지에 대한 토론이 열띠지 않니? 우수 학생들끼리 따로 반 편성을 하여 공부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니?

얀 헬게: 전 그에 대해 별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 아니에요. 성적 차이가 나는 학생들끼리 같이 배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저는 우수 학생 지원 프로그램으로 반이 따로 만들어진다던가 엘리트 학교 같은 게 생긴다면, 보통 학생들과 이른바 엘리트 학생들 사이에 대립 관계 같은 게 형성되지 않을까 걱정이에요. 제가 보기엔 그런 우수 학생들을 따로 모아 놓지 않고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을 거예요.

카트린: 저도 그런 방식에는 반대해요. 경쟁을 부추기는 학교는 좋은 학교가 아니라고 보거든요. 제가 다른 반에서 수업을 받아야 하는 탓에 물리 시간에 제 옆에 앉은 여자 애를 더 이상 도울 수 없는 게 우수 학생 지원 프로그램이라면, 그런 방식은 정말 웃긴다고 봐요.

막시: 네덜란드 학교에서는 한 반 아이들이 공동 연구팀으로 만날 기회가 잦아요. 하나의 팀 안에서 어떻게 일하느냐를 배우는 거죠. 네덜란드에서는 대학에서도 이런 방식을 중요하게 여겨요.

- 카트린은 이미 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했는데, 김나지움에서 대학 공부를 위한 준비를 잘 해갔다고 느껴지니?

카트린: 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했을 때 저는 모든 게 너무 어렵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그건 정말 대단한 변화였죠. 우리 김나지움에는 도서관조차 없었거든요. 지금 저는 여러 단과 대학 도서관 사이를 전철로 돌아다녀야 해요. 모든 도서관들이 각각의 개관 시간을 가지고 있고 도서 대출 시스템도 다르고요. 전 제가 도무지 뭘 공부해야 하는지도 몰라서 생물, 화학, 여성학, 중국학과 정치학 사이에서 이리저리 헤매 다녔죠. 김나지움에서는 대학에 가려는 학생들에게 좀더 많은 준비를 시켜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아비투어를 보는 학생들에게 각 학과에 대한 좀더 전문적인 수업을 해야 한다는 뜻인가?

카트린: 아니오, 김나지움은 될 수 있으면 광범위한 교육을 지향해서 나중에 제가 다양한 분야 중 하나를 잘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뜻이죠.

얀 헬게: 저 역시 그에 찬성해요. 누구도 김나지움 고학년 때에 자기가 나중에 뭘 하고 싶은지를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잖아요.

막시: 네덜란드의 김나지움 고학년에는 열 다섯 개의 과목이 있어요. 제가 시험보려고 택한 과목은 물리, 화학과 수학이었는데 그 과목들 수업을 일주일에 열 시간 받았죠. 그 수업 말고도 오리엔테이션 수업이라는 게 있었는데, 그 수업에는 선생님도 없고 정해진 수업 시간도 없어요. 하지만 3년 안에 반드시 80시간을 채워야 하는 거죠. 예를 들어 하루는 어떤 대학생과 보내는 거예요. 혹은 대학들이 자기 대학을 소개하는 날에 가보기도 하구요. 때로는 강의에 참석하기도 해요. 그러고 나서는 짧은 보고서를 내는 거죠. 학교는 그걸 통해서 학생들의 적성을 생각해 보는 거예요. 개인적으로 그 경험은 참 도움이 되었죠.

- 독일과 비교해 볼 때 네덜란드 학교에 좋지 않은 점이 있다면?

막시: 수업 중 토론이 부족하다는 거죠. 발표에 대한 점수가 없어서 누구도 의무적으로 토론에 참여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어요. 토론은 아마 매우 독일적인 특성인가 봐요.

교육학자도, 교사도 아닌 이 학생들의 말 중에는 귀담아 들을 게 상당히 많다. 특히 경쟁을 부추기는 학교에 대한 이들의 생각이나 성적이 차이 나는 학생들끼리의 관계를 중시하는 태도 등은 상위권 학생들이 하는 발언치고는 꽤 의외의 것이 아닌가 싶다. 성적이 우수하기 위해서는 이기적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입시제도가 존재하는 나라에서 나고 자란 필자에게는 정말 의외의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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