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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주 교수의 홈페이지

이곳에 있는 글들은 제가 독일 통신원으로 2001~2년에 [즐거운 학교]의 해외 교육 리포트란에 썼던 것들입니다.
자료를 다른 곳에 사용할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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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간 '수업방식 교환 네트워크' 절실

 
[독일] "교사의 수업방법이 변해야 교육이 산다"
 
강윤주 기자 kangy@uni-muenster.de
 
지난 회에 이어 독일의 유명한 막스 플랑크 연구소 (Max-Planck-Institut) 소장인 위르겐 바우메르트(Juergen Baumert)와 함부르크 교육청 위원이면서 피사 연구 독일 담당 위원인 헤어만 랑에(Hermann Lange)가 피사 보고서를 두고 한 대담을 소개한다.

그들의 대담은 독일 교육 체계 전반에 관한 것으로, 이 기사를 읽어 보면 독일 교육 체계가 당면한 문제점들을 광범위하게 이해할 수 있다.

 
▲ 학습 지진아가 한 학년을 한번 더 다닐 수 있게 하는 제도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독일 학생들이 평균적으로 더 길게 학교에 남아있는 결과를 낳았고 이는 다시금 뒤늦은 대학 졸업을 유도해서 사회에 진출하는 시기를 늦춘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 Ullstein
































랑에: 노르웨이나 스웨덴에는 독일에 거주하는 외국인 아동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받을 수 있는 다양한 교육 과정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독일은 그렇질 못하지요. 독일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아이들을 맡아 돌보아 주는 데에만 치중하고 교육적인 면은 중시하질 않는 듯합니다. 바로 이런 점이 변해야 합니다. 또한 김나지움 저학년까지도 외국인 아동들을 위한 꾸준한 보충 수업 과정이 개설되어야 합니다.

진도를 미처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은 한 학년을 다시 한번 다닐 수 있지 않습니까?

바우메르트: 그런 방식으로는 학습 지진아들이 한 학급의 평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거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랑에: 한 학생이 특정 과목에서 학습 부진을 보여 한 학년을 반복하게 되면 그 학생은 다른 과목 수업 때에는 지루해 할 게 뻔하지요.

바우메르트: 한 학년을 반복해서 다닐 수 있게 하는 제도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피사 보고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독일의 15세 학생들은 김나지움 7학년에서 10학년까지 골고루 분포되어 있습니다. 다른 나라 학생들은 15세 학생들이 대부분 10학년에 속해 있지요. 반복 학년 과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랑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나라 학생들은 전체 평균으로 볼 때 독일보다 결코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바우메르트: 뉴질랜드의 15세 학생들 중에는 벌써 11학년을 다니고 있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15세 학생이 8학년을 다니느냐 10학년을 다니느냐 하는 것이 왜 그리 중요합니까?

바우메르트: 김나지움에 다니는 시간이 길어지면 결과적으로 대학 졸업도 늦어집니다. 어떤 나라에서는 24세에 벌써 대학을 졸업하는데 독일은 대부분 29세에 대학을 졸업합니다.

하우프트 슐레와 외국인 아동들을 위한 보충 수업, 유치원에서의 교육 과정, 주말수업, 이 모든 것들을 위한 재정적인 지원은 어디서 나오지요?

랑에: 독일의 교육예산 집행 총액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았을 때 독일은 중간 수준입니다. 하지만 별로 효과적으로 집행하지는 못한 듯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초등학교와 하우프트 슐레를 위해서는 너무 적은 예산을 짜고, 이미 대학 입학을 위한 준비 과정에 들어선 김나지움 고학년들을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합니다.

그 말씀은, 교육 예산은 충분하지만 다른 식으로 집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까?

랑에: 전체 교육과정을 들여다보면 그런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또 한가지, 오전 수업만 하는 것은 학생의 학습시간과 교사의 수업시간을 너무 짧은 시간에 국한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독일 김나지움은 고학년이라 해도 대부분 오후 1시 이전에 수업이 끝난다. –필자주)

오후까지 수업을 하는 종일 학교를 더 늘려야 한다는 뜻입니까?

랑에: 그게 개선안이 될 수 있지요. 하지만 이제까지의 수업 과정은 그대로 두고 시간만 늘린다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수업내용을 변화시키는 것이지요.

독일 교사들이 어떤 점에서 잘못하고 있는 건가요?

랑에: 우리는 다른 교육적 개념, 새로운 커리큘럼과 지도안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학습'의 개념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바우메르트: 세계의 교수법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게 있습니다. 제대로 된 수업이란, 어떤 개념을 '이해' 시키는 것이라는 점이죠. 각 과목들에서 중요한 중심 개념들을 올바르게 이해시켜야 합니다. 이 물리학적 개념은 왜 중요한가? 민주주의는 어떻게 시행되는가? 좋은 수업이란,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깨닫게 도와주는 것입니다.

좀더 자유로운 수업, 혹은 학생들끼리 논의하게 하는 연구 수업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바우메르트: 하나의 방식으로 국한시킬 수는 없겠지요. 훌륭한 교사는 다양한 수업 형태에서 나름대로의 방식을 개발해냅니다. 한번은 고전적 방식의 수업, 한번은 집단 수업…. 처음에는 실험이다가 점점 그 방식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학생이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랑에: 학생만이 아니라 교사도 그런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얻게 됩니다. 독일에서 가장 많이 행해지는 교습 방식 –교사가 묻고 학생이 대답하는– 은 심리적으로 양쪽을 모두 긴장시키는 일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45분 수업을 다섯번하고 나면, 그 수업 동안 한 순간도 긴장을 풀고 앉아있을 수 없기에 기진맥진해지게 마련이죠.

바우메르트: 다른 어떤 나라도 독일만큼 교사를 심리적으로 혹사시키지 않습니다. 이것이 아마도 교사 조기 퇴직의 원인인지 모르죠. 교사들은 기운이 소진되지 않도록 수업하는 방식을 택해야 합니다.

랑에: 동시에 김나지움과 하우프트 슐레 학생들에게 좀더 수준높은 수업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독일에서는 수학 수업이 너무 계산 중심입니다. 학생은 문제를 받아서 맞는 답을 내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는 심오한 수학적 이해도를 끌어낼 수 없지요.

좀더 높은 수준의 수업과 좋은 성적을 끌어내려면 우열반식 수업을 하는 게 가장 좋지 않겠습니까?

랑에: 제 생각으로는 우열반으로 나뉘어지지 않은 한 반에서라도, 우수한 학생들에게는 더 수준 높은 과제를 주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또 다른 수준의 과제를 주는 식의 수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어떻게 새로운 방식의 수업이 실제로 학교에 도입될 수 있을까요?

랑에: 교사들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겠죠. 교사 개개인의 노하우가 교사 집단 전체적으로 교환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개개인의 노력보다는 집단적 노력이 더 효과적이니까요. 연수도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동시에 개개 학교들이 각자의 특수성을 잘 분석해내어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건 독일 학교에 일종의 '문화 혁명'을 요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네요.

바우메르트: 독일 교사들에게 부족한 것은 과목에 대한 전문 지식이 아닙니다. 그들이 젖어있는 고전적 수업 방식을 바꿀 수 있는 용기가 부족한 것이죠. 같은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자신의 수업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가 어떻게 수업하는지 견학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외과 의사들은 수술할 때 남들이 옆에서 볼 수 있도록 하지 않습니까? 새로운 방식의 시술법을 시도하게 되면 동료 의사들은 모니터를 통해 그걸 관찰합니다.

비디오를 통해 동료 교사들이 자기 수업을 볼 수 있게 한다구요?

바우메르트: 안될 것 없지요. 학생들에게 서너달 정도 자기 수업을 녹화하게 해서 그걸 가지고 동료 교사들과 토의해 보는 거죠. 또는 학생들에게 수업 중간 잠시 시간을 내어 그들이 이해한 걸 말해 보게 합니다. 왜 그 학생이 그 수업의 중점적인 사항을 귀기울여 듣지 않게 되었는가? 등을 연구하는 거죠. 이런 방식으로 수업을 하면 교사는 일종의 피드백을 얻게 되죠.

랑에: 이런 방식은 절대로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점검이며 상호 지원을 위한 겁니다.

 

▲ 좋은 교사가 되려면 다양한 수업 방식을 실험하고 그 안에서 자기만의 노하우가 담긴 새로운 방식을 개발해 내야 한다. ⓒ Der Spiegel

교사들이 이런 방식에 반대하는 소리가 벌써 들리는 듯합니다. "그들은 오로지 우리를 감시하고 점수를 매기려 한다!"

랑에: 누가 누구를 감시하고 점수를 매긴다는 겁니까? 학교는 교육청이나 교육학자들의 도움을 기다리지 말고 자율적으로 개선안을 찾아내야 합니다. 함부르크에는 만오천명의 교사가 있는 반면 삼사십명의 장학사밖에 없습니다. 그 장학사들은 만오천명 교사들의 수업을 일일이 들여다보고 감시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안을 평가할 누군가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랑에: 평가 역시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해야겠지요. 교장이 한 학교에서 맡게 되는 역할이 커진 요즘 교장이 교사들 수업에 내리는 평가도 중요하겠지만, 동시에 교장이 떠맡아야 하는 책임도 커졌습니다. 교장이 수학 교사가 아닐지라도 수학 수업에서 더 나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개선안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공개적으로 학교의 석차를 매기는 건 어떨까요? 그런 방식으로 각 학교의 자율적 개선 노력에 압력을 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랑에: 이미 게으른 학교라면 석차에서 나쁜 성적을 받았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학교는 솔직하게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객관적 평가를 해야겠지요. 그걸 위해서 피사 보고서를 만든 겁니다.

바우메르트: 학교는 정말 여러 분야의 가치들이 복합적으로 어울려 돌아가는 기관입니다. 학부모들의 지원도 매우 중요하고, 교사들이 사회적으로 어떤 지위를 가지고 있는가도 중요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직업에 자긍심을 가지고 학교에서 열정적으로 수업할 수 있는 교사들이 필요합니다.

랑에: 피사 보고서가 말해주는 희망적인 소식은 '학교는 개선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영국계 학교들은 이미 십년 전에 학교 개선을 위한 노력을 시작했었습니다. 그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번 피사 보고서에서 결과로 나타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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