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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주 교수의 홈페이지

이곳에 있는 글들은 KBS Worldnet 에 있는 제 영화 칼럼 "New German Cinema" 에 실린 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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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월드컵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도 월드컵 개막식을 보았는데요, 우와~ 개막식 마지막, 흰 천으로 온통 뒤덮힌 상암 경기장 위에 빛으로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란, 정말 장관이더군요! 바로 그 순간, 왠지 KBS 월드넷의 제 칼럼이 생각나면서, 그래, 이번에는 축구에 대한 영화 소개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Fussball ist unser Leben (축구는 우리의 인생)"이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아이러니칼하게도 축구가 자기의 인생이기는 커녕 평소에 축구에 대한 관심이 눈꼽만큼도 없었던 감독 토미 뷔간트 (Tomy Wigand)가 만들었습니다. 주로 TV 시리즈물을 만들었던 그는 이 영화로 처음 영화계에 명함을 내밀었다는데요, 나름대로 축구 공부를 열심히 하긴 한 모양입니다. 샬케 04(Schalke 04) 팀을 소재로 한 이 영화를 위해서 그는 날마다 집에 앉아 이 팀의 경기를 보았고 마라도나가 쓴 축구 서적도 숙독했다네요.

샬케는 독일의 너무나 작은 소도시 겔젠키르헨을 연고지로 하고 있는 축구팀이지만 이 팀의 팬은 그 소도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독일 전역에 퍼져 있을 만큼 광범위하고 또 팬들이 극성스럽기로 소문난 팀이기도 하지요. 그런 탓에 이런 제목의 영화에 소재로 채택되기도 했구요.

자, 줄거리부터 소개드릴까요? 실직자 한스와 그의 친구들인 마이크, 버니 그리고 테오는 샬케 팬클럽의 열성 멤버들입니다. 그들에게 샬케팀 열한명의 선수는 올림푸스 산의 신들과 다름이 없고, 그들은 그중 특히 공격수인 디오스를 좋아, 아니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게 옳겠네요. ^^ 그렇지만 그 사랑의 대상인 디오스는 이미 축구로 백만장자가 된 뒤 아무도 모르게 다른 팀 인터 마일란드로 이적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절대로 샬케팀을 떠나지 않을 겁니다. 제 어머니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요"라고 말해 놓고 말이죠.

이를 알게 된 같은 팀 트레이너 한스는 고의 반 실수 반으로 디오스를 납치하게 되는데, 기왕 납치한 거 샬케팀에 눌러 앉히기 위해서 설득 작전에 나섭니다. 그렇지만 이런 코미디물에서 그런 작전이 성공할 리가 있나요. 절대로 축구 선수는 되지 않겠다는 아들과 어머니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그는 결국엔 디오스를 놔주지요.

그렇지만 "해방"된 디오스에게도 불운이 겹치는데, 인터 마일란드팀으로 가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스폰서와의 계약도 깨어지고 맙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자친구는 자기 매니저와 바람이 나고...

사랑보다는 우정이 소중하다? 디오스는 다시 한스에게 돌아가 매달리고 한스는 디오스의 화려한 마지막 게임을 위해 그를 강훈련시킵니다... (오른쪽 사진의 왼쪽이 디오스, 오른쪽이 트레이너 한스죠.)

사실 내용 자체는 뭐 대단히 드라마틱하게 들리지 않죠? 하지만 이 영화의 재미는 줄거리가 아니라 축구를 운동이 아니라 종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엿보게 해주는 데에 있습니다. 유럽에서 가끔 훌리건들이 큰 운동 경기 때마다 난리 치는 걸 들으셨을 줄로 압니다. 한번 큰 경기가 열렸다 하면 그 경기가 열리는 도시로 가는 아우토반은 극심한 정체 현상에 시달리고, 우승팀 팬들이 탄 기차는 온통 맥주와 고성으로 가득찹니다. (그 다음날 그 기차칸에 오르면 정말 골치 아프죠.)

트레이너 한스로 나오는 우베 옥센크네히트 (Uwe Ochsenknecht)는 독일의 이름난 감독 볼프강 페터슨이 만든, 역시 유명한 영화인 "Das Boot"에서 선원 람브레히트로 출연하면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게 되었죠. 콧수염에 날카로운 눈빛이, "Das Boot" 같은 심각한 영화에 잘 어울리지만, 코미디물 속 연기도 잘해냅니다.

영국의 "The Full Monty" 가 세계적으로 힛트친 영화가 된 반면에 1999년 만들어진 이 영화는 독일 내 만족스런 흥행 성적 정도로 그쳐야 했지만, 루르 공업 지역 노동자 계급의 생활상과 그들의 행동 양식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The Full Monty"와 비교될 수도 있는 영화지요. 독일 루르 공업 지역의 축구 열풍은, 이 지역과 축구의 사회학적 상관 관계가 학문적 연구 대상이 될 만큼 흥미있는 소재거든요.

축구에 빠져 사는 남자친구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구요? 이 영화를 한번 보시면 조금 짐작이라도 되실지 모릅니다. 축구와 축구팬들에 대한 사회학적, 심리학적 보고서거든요! (왼쪽 사진에 보이는 인물들은 한스의 친구 세명과 아들입니다.)

2002.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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