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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주 교수의 홈페이지

이곳에 있는 글들은 KBS Worldnet 에 있는 제 영화 칼럼 "New German Cinema" 에 실린 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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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있는 영화, 실망스런 영화

 
[현장 리포트]여기는 베를린영화제 ⑤ - 영화소개 두번째
 
강윤주 기자 yunju_kang@hanmail.net
 
오늘 소개하려는 세 편의 영화 중 두 편은 수상 여부를 떠나서 필자가 보기에 독특한 개성을 지닌 영화들이며, 나머지 한 편은 항간의 떠들썩한 소문에 비해 실제로는 실망스러웠던 영화이다.

개성적이기도 하고 훌륭한 이야기 구성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적인 의미도 큰 영화 소개부터 시작한다.

 
▲ 금곰상을 공동수상한 하야오 미야자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베를린영화제 공식홈페이지



1. Spiritied Away (일본어 원제: Sen to Chihiro no Kamikakushi,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강윤주 기자는...  
 
 
 

강윤주 기자는 독일 뮌스터대학에서 7년째 영화사회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이 전 세계 소자본 영화 생산자들을 규합하여 삶의 진실을 반영하는 대안적 영화 만드는 일에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 그는 공부가 끝나면 직접 카메라를 들고 다큐멘터리 찍는 일에 나서볼까 고민 중이랍니다.

 
 

열 살짜리 소녀가 부모와 함께 도시에서 시골 마을로 이사를 간다. 새 집을 찾아가던 그들은 길을 잃게 되고 이른바 '테마 공원'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의 놀이 공원 같은 곳의 흔적이 남아 있는 지역에 들어간다.

소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은 그곳에 쌓여 있는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 마침내는 살찐 돼지로 변모하여 자신들이 인간이었음도 망각하고 돼지 우리에서 꿀꿀거린다.

소녀는 부모를 구해 원래 인간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영령의 세계에 있는 목욕탕에서 열심히 일하는데….

이미 2001년 우리나라에서 시사회를 가진 바 있는 이 영화의 감독 하야오 미야자키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 <붉은 돼지>, <이웃집 토토로>, <모노노케 공주> 등으로 너무나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라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겠다.

이 영화가 작년 일본에서 영화 타이타닉의 기록을 뒤엎었다는 얘기 또한 잘 알려져 있다.

필자는 미야자키가 4년 전에 만든 <모노노케 공주>가 '디즈니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성공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전혀 이런 결과에 실망하지 않는 당당함이 부러웠다.

실망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는 이번에 더욱 일본 전통색이 강한 영화를 만듦으로써 그의 꿋꿋한 자세를 보여줬다. 영령 세계의 첫 관문이랄 수 있는 놀이공원이 서양과 일본문화의 뒤섞인 양상을 보이는 게, 그리고 그 놀이공원이 이제 버림받아서 황폐한 장소가 되었다는 게 '서양 문화와 일본 문화의 천박한 뒤섞임의 결과'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려고 한 것이라고 해석한다면 오해가 될까?

"우리 현실 삶에서도 어떤 이들은 행복하고 어떤 이들은 불행하다. 모든 사람이 다 행복할 수는 없는 것이다"라는 것이, 만화 영화다운 전형적 '해피 엔딩'을 보이지 않는 자기 영화에 대한 감독의 변이다.

"나는 어린이들에게 거짓말하고 싶지 않다. 나는 현실을 보여주고 싶다"라는 그의 말이 보여주고 있듯이 이 영화는 아름답고 꿈 같은 만화 영화가 아니다. 그 점이 바로, 이 영화가 베를린 영화제의 또 다른 금곰상을 탈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닌가 한다.

 

▲ '프랑스식' 영화 <여덟명의 여인들> ⓒ 베를린영화제 공식홈페이지



2. 8 Femmes (여덟명의 여인들)

'뮤지컬과 스릴러의 결합'이라는 소개를 읽었을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독특한 영화일 줄은 몰랐다. 까뜨린느 드뇌브(Catherine Deneuve)야 이미 <쉘부르의 우산>에서 뮤지칼 가수로서의 재능을 보였긴 하지만 이제 나이가 들 만큼 든 그녀가 그렇게 '깜찍하게' 노래하고 춤 출 줄도 몰랐다.

한 저택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두고 여덟 명의 여자들이 서로를 의심하고 마침내 범인이 밝혀진다는 단순한 줄거리를 가진 이 영화는 그 살인 사건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여덟 명의 여자들이 가진 각각의 숨은 이야기가 문제다.

도무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사연(이 집 하녀와 시누이가 사실은 동성 연애 관계였다든가, 큰딸이 의붓아버지와 관계를 맺어 아이를 가졌다든가 등등)이 뮤지컬적 분위기에서 때로는 경쾌하게, 때로는 로맨틱하게 발설된다.

그런데 그 사연과 배우들의 노래하는 상황이 도무지 자연스럽게 이어지질 않는다. 다들 모여 앉아 김수현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서로를 맹렬하게 공격하는 대사를 쏘아대다간 갑자기 연극 무대처럼 조명이 바뀌고 그 아래서 춤추며 노래하는 배우들이란!

그들은 정말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과장되게 춤을 추어댄다. (하긴 이런 장면이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필자의 영화 보기가 할리우드 영화에 이미 길들여져 있다는 반증인지도 모른다.)

영화 <아멜리에>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프랑스 영화계에서는 '전적으로 우리 식으로!'(이미 그런 성향이 강하긴 했지만)라는 모토 아래 세게 치고 나가기로 작정했는지도 모르겠다. 누구나의 마음에 든다고 할 수는 없지만, 모던한 혹은 포스트모던한(?) '프랑스식' 영화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영화를 권한다.

 

▲어쩔 수 없는 할리우드영화 <뷰티풀 마인드>. ⓒ 베를린영화제 공식홈페이지

3. Beautiful Mind

베를린 영화제 후반부, 기자들이 드나드는 '텔레커뮤니케이션 센터' 벽에는 오스카상 수상 후보 명단이 나붙었다.

베를린 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들 중 몇 편이 오스카상 수상 후보에 오른 까닭에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의 천리안을 칭찬하는 기사가 실렸고, 후보 명단에 실린 영화들은 그 이후로는 '2002년 오스카상에 노미네이트된' 수식어를 붙인 채 소개되곤 했다.

그 중 한 편이 바로 이 <뷰티풀 마인드>(Beautiful Mind)이다. 영화 <글래디에이터>(Gladiator)로 유명해진 러셀 크로우(Russell Crowe)가 정신병에 걸려 환각 증세를 일으키는 천재 수학자 존 포브스 내쉬 주니어 (John Forbes Nash Jr.)로 나오는데 이 영화의 제목 <뷰티풀 마인드>에서 관객들에게 감동받으라고 강조되어 있는 점은 이 천재 수학자의 뛰어난 지성이 아니라, 천재 교수였던 남편이 정신병 환자로까지 몰락했는데도 그야말로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그를 지성으로 돌본 그 부인의 "뷰티풀 하트(beautiful heart)"이다.

오스카상 후보작으로 거명된 이 미국 영화가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않을 리 없으니 줄거리 소개는 이쯤으로 하고 필자의 개인적 소감을 이야기하자면, 필자는 이 영화가 천재 수학자의 2차 대전 당시 스파이 활동이 그 당시 정치 경제적 상황과 맞물려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가, 그래서 대사 하나라도 놓치면 안 된다는 심경으로 잔뜩 긴장하고 앉아있다가 그런 장면은 잠시뿐, 그저 스쳐 지나가듯이 나올 뿐이고 곧장 오스카상 심사 위원회가 좋아하는 단골 메뉴인 '위대한 인간 드라마'로 넘어가 버리기에 맥이 탁 풀려 버렸다.

인간 드라마도 나름일 터인데 막판의 장면은 러셀 크로우가 작년에 이어 2연패로 오스카상을 받게 되면 감동에 겨워 연단 위에서 연설할 것을 미리 연습이라도 한 듯 자기 부인에게 감사하고 신에게 감사하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오스카상 겨냥용 영화로 흘러간다.

그러하니, 지성적이고 정치적인 영화를 기대하셨다면 그 기대를 고스란히 거두시고 극장에 가시라. 그게 현명하다.


독립영화섹션 '영 포럼'

 

▲ 체르노빌 사람들의 소박한 삶을 그린 'alexei to Izmi' ⓒ 베를린영화제 공식홈페이지

우리가 신문이나 TV 보도를 통해 듣는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이니 “은곰상”말고도 베를린 영화제에서 수여되는 상은 많다. 영화제측에서 직접 수여하는 상은 아니지만 베를린 영화제 본상이 수상되는 기회를 빌어 각종 단체와 재단에서 자신들이 추구하는 목적에 부합된다고 생각하는 영화에 자신들 이름으로 상장과 상금을 수여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 자리에서 독립 영화 섹션인 <영 포럼>(정식 명칭은 'International forum of the new cinema'이나, 우리나라에서 흔히 '영 포럼'으로 줄여 말하는 것 같기에 그 관례를 따랐다.)

영화 중에서 수상 대상에 든 영화들 중심으로 소개를 하려 한다.
“차별성 있는 베를린 영화제 기사”를 모토로 내세웠던 기자의 기사에서는 영화 소개를 할 때 경쟁 부문 영화가 아니라 영 포럼에 속한 영화들 중심으로 이루어졌어야 할지 모르나, 영 포럼에 속한 영화를 우리나라에서 보게 될 가능성이란 지극히 낮기 때문에 경쟁 부문 영화 중심으로 소개한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

이는 다시금, 기자가 앞선 기사에서 언급한 바 있는, “저예산 영화를 소개하려면 지면을 주는 매체가 없기 때문에 저예산 영화를 소개하는 비평가가 없는 현실”과 마찬가지인 얘기겠는데, 하루빨리 우리나라에 독립영화 전용 상영관인 미디어 센터가 전국 곳곳에 건립되어 이름난 세계 영화제에서 상영된 독립 영화들을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본다.

상영되는 영화 중 3분의 1이 이곳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들인, 올해로 32회를 맞는 영 포럼에서는 해마다 중심 테마가 되는 한 나라를 정하곤 했다. 작년에 베트남이 그 대상국이 되었던 반면 올해는 중국이 테마국으로 선정되어 영 포럼에서는 특별히 중국 영화를 많이 볼 수 있었다.(우리나라는 4년 전 테마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영 포럼의 영화 중 상을 받은 아홉편의 작품 중에는 의외로 중국 영화가 단 한편도 없었다. 그렇지만 영 포럼에서 상영된 전체 71편의 영화 중 홍콩과 대만, 일본, 중국, 한국에서 온 영화만 합쳐서 25편이었으니 동아시아 국가의 힘은 꽤 세다고 볼 수 있겠다.

그 25편 중 수상작에 든 일본 영화 'Alexei to Izumi (Alexei and the spring)'을 소개한다. 감독이 일본인이라 일본 영화라고 말은 했지만, 배경은 구 백러시아 시골 마을인 부디쉐(Budische)라는 곳이다.

이 곳은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가 있었을 때 직접적인 피해를 당한 마을로 대부분의 주민이 떠났다. 그러나 14년이 지난 뒤 일본인 세이치 모토하쉬(Seiichi Motohashi)가 카메라를 들고 찾아가 보았을 때 놀랍게도 56명의 주민이 아직 남아있었고 더 놀라운 것은 오염되지 않은 우물까지도 하나 있었다는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34세의 장애인 알렉세이와 그의 부모를 중심으로 얘기를 엮어나가는데 체르노빌 근처 마을이라면 응당 떠올릴 사고 직후의 피해 상황이나 비참한 삶 등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그런 사고에도 불구하고 소박하고 밝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 아르헨티나 구그리오타 감독의 영화 ''Un Dia de Suerte'. ⓒ 베를린영화제 공식홈페이지

남미 영화로는 처음 감독 데뷔를 하는 아르헨티나의 싼드라 구그리오타(Sandra Gugliotta)의 'Un Dia de Suerte (A Lucky Day)'가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결국 트로피 하나를 받았다.

심각한 실업률과 빈곤, 높은 범죄률로 신음하는 도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사는 25세의 엘자는 이 지긋지긋한 도시를 떠나 그녀와 아름다운 하룻밤을 보냈던 이태리 남자의 나라로 떠나고 싶어한다.

그것뿐 아니라 그녀의 친할아버지 역시 이태리인이었다. 시칠리아를 떠나 아르헨티나에서 더 나은 세상을 꿈꾸었던 무정부주의자. 하지만 엘자에게는 이태리까지 날아갈 돈이 없다. 어려움 끝에 막상 이태리로 날아간 엘자를 기다리는 건, 그곳 역시 그녀가 꿈꾸던 세상은 아니라는 실망감뿐.

부도 위기에 서 있는 아르헨티나의 이 막막한 상황과, 그 상황 속에서 갑자기 옛 혁명을 다시금 그리는 구세대들의 열정을 감독 구그리오타는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베를린 영화제 동안 필자가 묵었던 집은 우연히도 아르헨티나인과 결혼한 독일 여자 친구가 사는 곳이었다. 그녀는 경제 위기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탈출하다시피 독일로 날아오는 남편을 데리고 오기 위해 아르헨티나로 떠났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거리에 있는 집시 소매치기와 강도단에 대한 공포를 그녀는 감추지 못했다. 그녀와 결혼한 뒤에도 고국을 떠나지 못했던 그 아르헨티나 사람은 이제 독일에서 영화 속 엘자가 꿈꾸었던 다른 세상을 찾을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이 영화는 아르헨티나 작품으로는 유일하게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 상영되었는데 원래 상영 예정이었던 또 다른 아르헨티나 작품 하나는 경제적 이유로 베를린까지 도달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 많은 영화 소개를 하고 싶지만 지면이 허락질 않아 영 포럼 이야기는 이만 줄여야겠다. 소개한 위 두 편의 영화라도 머리 속에 담아 두었다가 상영되는 날이 오면 꼭 보러가시길 권한다.


2002/02/21 오전 11:29
2002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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