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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토론장 지배하는 반미 분위기

 
[현장 리포트]여기는 베를린영화제③-포럼 두번째
 
강윤주 기자 yunju_kang@hanmail.net
 
▲프리드리히 에버르트 재단 건물에서 열린 베를린 영화산업 포럼.
ⓒ 강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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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베를린 영화산업 포럼

베를린 영화제 내내 여러 포럼들에 관객으로 참석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포럼에 토론자로 참석하는 사람들이나 관객들에게서 대단히 반미적인 분위기('반미'라는 말이 너무 과격하게 들릴지 몰라도)를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영화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포럼에서도 영화감독 테리 길리엄은 “할리우드의 영화가 세계를 전반적으로 지배한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인 것이 아니다. 문제는 미국 거대 영화산업에서 생산되는 영화들이 관객들을 바보로 만든다는 데에 있다”라며 미국 영화의 세계시장 지배를 비판했고 관객들로부터 열화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9월 11일 테러, 어떤 영향을 미쳤나?

 

▲ 중요한 포럼에는 반드시 집행위원장 코슬릭이 나타나 인사말을 하곤 했다. ⓒ 강윤주

12일 열렸던 포럼 '9월 11일 테러가 영화와 TV 산업에 미친 영향'(The Impact of September 11th on the Film and Television Industry)에서도 이런 반미적 분위기는 지속되었다.

베를린 영화제가 열리는 '포츠담 광장'(Potsdamer Platz) 가까운 곳에 있는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르트 재단(Friedrich-Ebert-Stiftung)의 1층 홀에서 진행된 이 포럼은, 독일 현 집권당인 사민당(SPD)과 결연 관계에 있는, 곧 상당히 정치적인 성격이 강한 재단의 홀을 빌린 것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국제 정치적 역학 관계까지 언급되는 대단히 진지한 분위기를 띠었다.

토론 참석자로는 앞 기사에서 이미 소개한 베를린 영화제 심사 위원장인 미라 나이르를 비롯해서 독일 공영방송 ARD 중동 특파원과 다큐멘터리 감독, 또한 미국의 쏘니 픽처스 사장인 켄 렘버거(Ken Lemberger)가 나왔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렘버거는 시종일관, 유럽에서 온 다른 참석자들의 비판에 자기 방어를 해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사회자가 “9월 11일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몇몇 사람들은 그날 느꼈던 공포와 자기의 상황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묘사했는데 그중 한 사람은 CNN과 BBC의 보도를 비교하면서 “비행기가 빌딩을 뚫고 지나가는 장면을 반복해서 묘사한 CNN과 달리 이런 테러가 왜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분석을 빨리 시작해서 심도있는 보도를 한 BBC의 보도가 훨씬 더 합리적으로 보였다”고 말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자신의 정신적 뿌리를 인도에 두고 있으면서 오래 전부터 뉴욕에 살고 있는 미라 나이르는 그 사건이 일어난 뒤 겪게 된 여러 가지 심경의 변화를 아래와 같이 말했다.

“이 일을 통해 나는 두 가지 흥미있는 요소를 발견했다. 첫째는, 알다시피 여러 인종이 모여 살고 있는 국제도시 뉴욕에서, 그런 만큼 한번도 나 자신을 외국인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이 도시에서, 테러 이후로 갑자기 오로지 테러리스트들과 비슷한 어두운 피부색을 지녔다는 이유만으로 외국인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나는 인도에 살면서 ‘안전하지 못하다’라는 느낌을 늘 받으며 살았는데, 늘 안전할 거라고 사람들이 믿고 있었던 미국인들이 내가 인도에서 가졌던 이 ‘안전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미국땅에서 갖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강윤주 기자는...  
 
 
 

강윤주 기자는 독일 뮌스터대학에서 7년째 영화사회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이 전 세계 소자본 영화 생산자들을 규합하여 삶의 진실을 반영하는 대안적 영화 만드는 일에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 그는 공부가 끝나면 직접 카메라를 들고 다큐멘터리 찍는 일에 나서볼까 고민 중이랍니다.

 
 

얘기는 본격적으로 영화 속에서의 폭력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로 넘어갔다. 렘버거는 “테러리스트들이 예를 들어 ‘다이 하드’ 같은 영화를 보고 그런 데서 모티브를 얻어 모방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어쨌거나 우리는 이번 테러 사건에서 문화적 갈등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배워야 한다”고 말했는데, 다큐멘터리 감독인 프라피어는 그 발언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왔다.

“세계 영화시장의 60퍼센트를 미국이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단 1퍼센트의 외국 영화도 상영되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당신은 어떻게 미국이 다른 나라 문화를 배우고 익힐 수 있다고 믿는가?” 그의 이 말에 많은 관객들이 다시금 박수로 호응했다.

렘버거는 그러나 이러한 비판에, 미국 시민들이 외국 영화를 많이 본다고 해서 국제 정치, 문화적 갈등이 해결되리라고 믿지는 않는다고 응수했다. 미라 나이르는 렘버거와는 달리 “영화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있는, 누구나 인간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인도인, 아랍인들을 그려내는 것이 결국 문화적 갈등을 해소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그런 영화 생산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라피어 또한 “재미 있으면서도 다른 문화의 실상을 잘 전달하는 영화를 많이 만들어서 세계인이 보게 하는 것이야말로 영화인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는데, 토론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9.11 테러와 영화가 직접적인 상관 관계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영화인들은 이 사건을 통해 영화가 져야 할 일정한 사회적인 책임에 대해 각성해야 한다는 데에 참석자들이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독일과 캐나다의 합작 영화 생산

혹 특정인들에게만 관심있는 분야가 아닐까 하고 잠시 망설였지만 이 테마가 '세계화'와 영화 산업의 관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세계문화 전반의 흐름을 읽게 해준다고 판단하여 간략하게 소개하기로 했다.

앞서 쓴, 9.11 테러가 영화와 TV산업에 미친 영향에 관한 포럼에 이어진 것은 캐나다와 독일의 합작 영화 생산을 예로 들어 살펴본, 합작 생산에 있어서의 법률적 조항과 장애 요소들에 대한 토론이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베를린 영화제에서 열린 합작 생산에 대한 논의는 이 포럼뿐 아니라 또 한번 있었다. 프랑스 영화 <아멜리에>가 독일과 프랑스의 합작 생산품이라는 걸 아시는 분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이 포럼에서도 많은 흥미있는 이야기들이 오갔는데, 간단하게 줄여 말하자면 한편으로는 <아멜리에>가 거둔 성과를 서로 축하하는 분위기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서로들 왜 우리나라에 더 많이 투자하지 않느냐, 우리가 더 투자하기에 꺼려지는 점은 이런 것들이 있다, 하는 식의 상호 비판적인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받은 느낌으로는 독일과 프랑스의 합작 생산의 맥은 끊어지지 않고 끈끈하게 지속될 것으로 보였다.)

캐나다가 어떤 합작 영화들에 세금면에서 혜택을 주고 어떻게 제작비를 지원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하기로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합작 생산을 하려고 할 때 큰 장애로 작용하는 것이 각 나라의 너무나 다른 법률 조항으로, 그를 조절해내는 일이 가장 어렵다는 점이다. 내수 시장이 작은 탓에, 제작 자금도 확보하고 동시에 상영 시장도 확장하기 위해 합작 생산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캐나다에서 독일을 비롯한 다른 영화 생산국들에 요구하는 것은 “상황에 따른 유연함을 보이는 법률적 지원”이다.

이밖에도 참석자들뿐 아니라 관객들이 입을 모아 불평하는 것은 정부가 영화 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말미암아 영화 산업을 마치 철강이나 자동차처럼 취급한다는 점이었다.(이 점에 있어서는 우리 정부도 과히 예외가 아니라고 봐야겠다.)

참석자 중 한 사람은 “곧 선거가 있으니 영화 정책이 어떻게 또 바뀔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비꼬아 웃음을 자아냈다.(이 부분 역시 필자가 무릎을 치며 공감할 수밖에 없는 얘기였다.)

우리나라에도 갈수록 많은 영화들이 외국의 자본을 끌어들여 만들어지고 있고 잊혀질 만하면 한번씩 한일 합작 영화들이 나온다. 하지만 필자가 알기로는 그러한 영화들이 대단한 성공을 거둔 적은 없다. 한일 합작에 있어서 어떤 제도적 요소들이 장애로 작용하고 있는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걸 제외하고라도 중요한 것은 합작 영화가 양국의 문화를 그저 '1 더하기 1은...' 이라는 식으로 보여주는 데에서 끝나서는 안될 것이라는 점이겠다.

“합작 생산(Coproduction)은 합작 투자(Cofinancing) 라는 말과 구별되어 이해되어져야 할 것”이라는 한 참석자의 말에 필자는 이런 의미에서 전적으로 동감한다.


'Framing Reality'
현실과 픽션 사이에서 - 슬라보예 지젝과 함께



 

▲참석자들과 토론을 나누고 있는 슬라보예 지젝(가운데). ⓒ 강윤주

라깡 전문가이자 문화 비평가인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알려져 있는지 모르겠다. 유럽에서 그의 명성은 같은 동유럽계 사람인 헝가리 감독 이스트반 자보에 못지 않은데, 2월 13일에 열린 이 포럼은 그를 볼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여러가지 면에서 유익한 자리였다.

관객들이 영화 때문에 현실 감각을 잃어버릴 수 있는가, 하는 게 이 포럼의 주제였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영화는 현실을 인지하는 여러 가지 방식 중 하나일 뿐”으로 영화 때문에 현실 감각을 잃는 상황에 이르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젝은 사람들이 영화 속 현실과 자기가 처한 현실을 구분하는 방식을 설명하면서 키에슬롭스키(Kieslowski)의 다큐멘터리 영화와 포르노 영화를 예로 들었다.(참고로 적자면, 그는 키에슬롭스키의 전문 비평가이다.)

“키에슬롭스키의 다큐멘터리가 흥미있는 이유는 보는 이들이 그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인물들과 쉽게 동일시할 수 있을 만큼 인물들이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인물들을 찍는다고 모두 동일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포르노 비디오를 보라. 포르노 비디오에 나오는 배우들은 모두 실제로 섹스를 하지만 아무도 그게 정말, 정말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필자는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했지만, 그리고 어느 정도 이해했지만 독자들에게 이 말이 어떤 뜻일 수 있다는 걸 자세히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이해하지는 못했다. 자신의 말로 다시 풀어내실 수 있는 분이 계시면 리플 달아주시길 요망한다.)

지젝은 또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보여줘야 할 부분과 보여주지 말아야 할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내가 가장 참을 수 없는 때는, 이를테면 히틀러를 다루면서 ‘그의 수많은 끔찍한 행각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그는 이렇게 인간적인 인물이었다’라고 하는 식의 다큐멘터리를 볼 때이다”라고 지적했다.(이번 베를린 영화제에는 개인으로서의 히틀러를 보여준 <히틀러의 비서>라는 영화가 상영되었었다.)

토론 참석자 중에는 독일의 68세대 때의 사건을 다룬 영화를 만든 두 명의 감독이 있었다. 'Blackbox BRD'라는, 독일의 도이취 방크 총수를 죽인 것으로 알려진 볼프강 그람스(Wolfgang Grams)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의 감독 안드레아스 파이엘(Andreas Veiel)과 독일 RAF(적군파)의 주동 인물이었던 안드레아스 바아더 (Andreas Baader)의 일대기를 영화화한 크리스토퍼 로트(Christopher Roth)가 그들인데 이 중 안드레아스 파이엘은 지젝의 위와 같은 발언에 반대하면서 “나는 개인적으로 히틀러가 나와 같은 종자인 인간이라는 게 참을 수 없지만 한편으로 매우 흥미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젝은 다시 한번 “그런 전범의 개인적인 면을 보여주는 게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은 왜 하지 않는가?”라며 그런 다큐멘터리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날 토론은 다큐멘터리 영화와 픽션 영화의 경계가 무엇이며 그런 구분이 과연 필요한지에 대한 관객과의 활발한 의견 교환으로 끝을 맺었다.


2002/02/18 오전 12:52
2002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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