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강윤주 교수의 홈페이지

이곳에 있는 글들은 KBS Worldnet 에 있는 제 영화 칼럼 "New German Cinema" 에 실린 글들입니다.
자료를 다른 곳에 사용할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안녕하세요, 다시금 늦장 부리다 기사 올리는 칼럼지기입니다. 오늘은 기사 시작하기 전에 죄송하다는 말씀과 더불어, 제가 앞으로 이주 단위로 한번씩 기사를 올리겠다는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네요. 새 기사도 없는데 여기 오셨다가 실망하고 가시면 제가 정말 죄송하잖아요? 그러니까 이주에 한번씩 들러 보세요. 그럼 반드시 새 영화 소식이 있을 겁니다. 자 약속~ ^^

오늘 영화의 제목은 "쥴리에타 (Julietta)" 입니다. "로미오와 쥴리엣" 뭐 이런 영화가 생각나려고 하시죠? "쥴리에타"도 역시 남녀 관계 이야기이긴 하죠, 또 운명의 장난, 이라는 주제 면에서도 "로미오와 쥴리엣"과 유사한 면이 있긴 하지만, 로미오와 쥴리엣 사이의 운명적인 사랑으로 실컷 눈물 흘리다가 카타르시스를 맛보며 극장을 나서게 만드는, 그런 영화는 못 됩니다.

해마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열려온 "러브 퍼레이드" 아세요? (베를린 사람들이 하도 불평을 해대서 내년부터는 하노버에서 열린다는 말이 있더군요.) 이 영화의 중심 사건이 일어나는 곳은 바로 이 "러브 퍼레이드"의 현장입니다.

독일의 서남부 공업 도시 슈투트가르트에 사는 열여덟살의 고등학생 쥴리에타는 의대생인 이리(Jiri)가 사는 베를린에 가서 그와 함께 "러브 퍼레이드"에 참여하죠. TV 에서 잠깐이라도 보셨다면 알겠지만, "러브 퍼레이드" 때는 정말 난리도 아니죠. 가벼운 마약 정도 흡입하는 건 보통이고,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이 서로 살을 부벼대며, 거리에서 맥주 샤워를 해대며 세상이 사랑으로 가득차야 한다고 소리칩니다.

쥴리에타와 이리는 그 와중에 서로의 손을 놓치게 되고 사람들의 물결에 밀려 쥴리에타는 거의 정신을 잃은 상태로 어느 분수에 빠져 누워 있게 되죠. 그녀를 발견한 건 이리가 아니라 디제이로 일하는 막스예요. 쥴리에타는 그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막스가 자기를 "구해준" 기사임을 알고 감사하죠. 호감을 표시하는 막스에게 쥴리에타는 남자친구가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둘은 역에서 헤어집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쥴리에타, 몇주가 지난 뒤 임신한 사실을 알게 돼죠. 그녀는 당장 베를린의 이리에게 가서 그 사실을 말하는데, 뜻밖에도 그 몇주 사이에 막스가 이리와 친구 사이가 되었음을 알게 돼요. 이리는 쥴리에타의 임신 사실에 기뻐하지만, 막스가 쥴리에타와 이리에게 고백합니다. "그날 밤인지 새벽인지 구별할 수 없었던 그 때, 무의식 상태였던 너와 잠자리를 같이 했어...네가 너무 아름다워서..." 쥴리에타는 막스에게 강간당한 거죠. 하지만 막스는 쥴리에타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영화 포스터에는 이런 말이 써있습니다. "믿어줘,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랬던 게 아냐!" 이 말은 쥴리에타가 막스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것 때문에 절망한 이리에게 쥴리에타가 하고 싶은 말이겠지만, 결국에는 막스가 쥴리에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막스는 쥴리에타의 아름다움에 홀리다시피 했고 자기도 어쩔 수 없는 힘 때문에 무의식상태에 있는 쥴리에타와 잠자리를 같이 했거든요.

강간당한 여자가 자기를 강간한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 놀랍게도 이 영화의 설정은 이렇게 흘러갑니다. 거기서 끝나는 것만도 아니죠. 이 세 사람의 긴장 관계가 영화의 결말까지 계속되며 결말을 예측할 수 없게 하지요. 이 영화가 독일 젊은이들의 초상을 보여준다, 고 말하는 건 무리겠지만, 어느 일부의 모습은 볼 수 있습니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고이 자란 쥴리에타가 뜻밖의 임신 소식, 그것도 강간에 의한 임신을 어떻게 처리하려 하는지, 혼자서 돈많이 드는 의학 공부를 하며 힘들어 하다간 "러브 퍼레이드"와 같은 파티에서 자기 스트레스를 최대한 풀고 싶어하는 이리는 또 어떤 모습인지, 또 낡은 병원차를 집 삼아 살며 디제이로 연명하는, 그러나 음악을 무엇보다 사랑하는 막스의 모습이 영화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독일의 청춘은 어떻게 살며, 어떤 고민을 하는지 아시고 싶은 분들, 쥴리에타와 이리, 막스를 한번 만나보세요.

2001.09.18.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33 영화 [JSA 공동 경비 구역] 독일에서 상영 1 2005.02.13 4575
32 축구가 종교인 자들에게 - [축구는 나의 인생] 2005.02.13 4300
31 여기는 베를린영화제 ⑥ - 마지막 2005.02.13 4269
30 여기는 베를린영화제 ⑤ - 영화소개 두번째 2005.02.13 4251
29 여기는 베를린영화제 ④ - 영화 4편 2005.02.13 4518
28 여기는 베를린영화제 ③-포럼 두번째 2008.01.02 3814
27 여기는 베를린영화제 ② - 포럼 2008.01.02 4060
26 여기는 베를린 영화제 ① - 오마이뉴스 창간 2주년 특집 기획 2008.01.02 4071
25 영화 [진주만]에 대한 독일의 평가 2005.02.13 4590
24 토마스 만의 소설을 영화화한 [마의 산] 2005.02.13 4617
23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 수상작 [Halbe Treppe] 2005.02.13 4531
22 독일 통일 종합 선물 셋트 - [Berlin is in Germany] 2005.02.13 4825
21 독일의 마시마로 엽기 토끼? [어린 북극곰 라스] 2005.02.13 4774
20 요절복통 웨스턴 [마니투의 신발] 2005.02.13 4812
» 기묘한 사랑 이야기 [쥴리에타] 2005.02.13 4581
18 인간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 마리화나가 있어야쥐... 2005.02.13 4979
17 27번만 더 해줘! - [27 missing kisses] 2008.01.02 3980
16 지구 종말에 살아남은 여덟명의 아이들 2005.02.13 4693
15 운명적인 우연 - [전사와 황녀(Der Krieger und die Kaiserin)] 2005.02.13 4937
14 다시 달리기 시작한 롤라 - Franka Potente 2005.02.13 4617
Board Pagination Prev 1 2 Next
/ 2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