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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주 교수의 홈페이지

이곳에 있는 글들은 KBS Worldnet 에 있는 제 영화 칼럼 "New German Cinema" 에 실린 글들입니다.
자료를 다른 곳에 사용할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굳이 "세계화"라는 단어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미 유럽에서는 여러 나라에서 합작으로 만든 영화들이 많이 있었죠. "독일 영화 소개 칼럼"이라는, 어느 특정한 나라의 영화를 소개하겠다고 나선 칼럼의 필자로서 이런 영화들을 접할 때는 좀 당황스러울 때가 있어요. 가령 서너개 나라가 합작해서 만든 영화를 보면 이 영화에 독일이 끼어들어 있으니 이 칼럼에 소개해도 되는 건가, 아님 말아야 되는 건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되죠. 결론은! 그 영화가 좋은 영화라면 어쨌거나 독일이 한 다리 걸치고 있다는 "핑계"를 대서라도 소개하자, 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놓치기 아쉬워 소개하는 영화가 "27 missing kisses" 입니다. 제 번역 실력이 짧기도 하려니와 그냥 영어 단어의 감을 살려 이해하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제목은 굳이 번역 않겠습니다. 이 영화에서 독일인들이 한 일은, 한 마디로 돈 대는 일이었죠. 옌스 모이러 (Jens Meurer)와 올리버 다미안 (Oliver Damian) 이라는, 각자 영화 감독으로도 활동 중인 사람들이 제작자로 나섰거든요. 그들 말고 배우나 감독, 그리고 대부분의 스탭들이 그루지엔 (옛 소련 연방에 속했었던 동유럽의 한 국가) 사람들이라 그쪽 나라 영화라고 해야 옳을 것도 같은데, 제작자의 역할 역시 매우 중요하고, 또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한번 꼭 봐야 할 좋은 영화이기에 이곳에 소개합니다.

제 직감으로는 이 영화는 곧 한국에서 볼 수 있을 듯해요. 이미 "부산 영화제"에서도 상영되었고 "동숭 아트 홀" 같은 데에서도 회원들을 위한 시사회가 이루어졌나 보더라구요. (아님 혹시 일반 극장에도 걸렸었나요? 그렇담 제게 좀 알려주세요.) 그래서 줄거리 소개는 -언제나 그렇듯이 - 간략히만 하겠습니다.

지비야는 열넷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벌써 뭇 남성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을 만큼 매력적인 처녀죠. 그런 그녀가 여름 방학을 자기 숙모인 마타 옆에서 보내기 위해 마타가 사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을 때, 이 마을에 사는 미키라는 소년은 그녀에게 한 눈에 반해 버립니다.

지비야가 도착한 이 여름, 소련 연방에 속한 나라로서의 절망감을 나름대로 잘 이겨내온 이 이 아름다운 작은 마을에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앞서 말한 미키가 지비야에게 반한 것처럼, 지비야도 미키에게 반하면 좋으련만, 이럴 수가, 지비야는 미키보다도, 마흔한살의 미키 아버지에게 반해 끊임없는, 당돌한 애정 공세를 퍼붓기 시작하지요.

그것말고도 마을 카지노에서는 갑자기 철 지난 에로 영화 "엠마누엘" 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하고 이 영화는 마을 사람들에게 사랑의 호르몬을 주사한 듯 거의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사랑에 빠지죠. 상상해 보세요, 한 마을 전체가 사랑에 빠졌다!

제목인 "27 missing kisses"는 지비야가 미키에게 한 약속에 기인합니다. "올 여름 동안 네게 100번의 키스를 해줄께." 라는 지비야의 말을 믿는 미키에게 돌아온 결과는 딱 27번이 모자라는 백번의 키스.

이 영화는 엉망진창인 코믹함과 비극적 사건, 거기다가 소련 연방국으로서의 그루지엔이 겪어야 하는 정치적 역사적 고통 등을 전달해 줍니다. 그것말고도 사랑, 전쟁, 예술과 산업, 자연, 학문, 정치와 프랑스적 에로틱이 뒤섞여 관객들로 하여금 온갖 종류의 감정들 사이를 헤매고 다니게 만들죠.

에밀 쿠스트리차 아시죠? 이 영화의 감독인 나나 조르다체 (Nana Djordjadze) 는 쿠스트리차 감독을 제대로 공부한 듯, 여기저기서 쿠스트리차적 성향을 보여줍니다. 넘치는 맥주 거품처럼 정열적인 사람들, 오해에 오해가 겹치는 상황, 그래서 더욱 현실적으로 보이는 그런 장면들을 우리는 쿠스트리차 영화에서 많이 보지 않았어요?

이 유쾌한 영화는 심지어 오스카상 외국어 영화 부문 후보에도 올랐었대요. 이 영화, 꼭 한번 보고 싶지 않으세요?

 

 

2001.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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