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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주 교수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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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으면 안 되는데, 먹고 싶은 이유는?
모건 스펄록 감독의 다큐멘터리 <슈퍼 사이즈 미>
 
강윤주(jedoch) 기자  
 


경악했다. '볏단을 이고 불로 뛰어드는 것도 유분수지 뭣하러 결과가 뻔한 저런 생체 실험을 하나'라는 생각에 감독의 '오버'가 대단히 상업적인 계산에서 나온 것이라 속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처럼 실험을 한다는 것 자체에 경악하는 게 아니라, 그 실험 결과에 경악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걸 보면, 이 영화가 의도했던 바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 듯하다.



▲ <슈퍼 사이즈 미>의 한 장면
ⓒ2004 튜브엔터테인먼트


영화 <슈퍼 사이즈 미>는 알려진 바와 같이, '맥도날드 음식만을 먹으면서 한 달을 살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풀기 위해 감독이 직접 30일 동안 진행한 실험을 기록한 영화다.

마술사가 모자 마술을 하기 전에 빈 모자를 거듭해서 보여주듯이 모건 스펄록은 영화 초반, 자신의 건강한 몸 상태를 관객들에게 재삼 재사 확인시킨다. 검사 결과, 그는 뚱뚱하지도 마르지도 않은 체력 좋은 미국 백인 남자로 판정 났다.

관객들은 그와 함께 토할 지경으로 맥도날드의 음식(미국에서는 이런 종류의 패스트푸드를 '정크 푸드', 곧 '쓰레기 음식'이라 한다)을 먹게 된다. 모건이 자신의 차 안에서 패스트푸드를 먹다가 구토하는 장면은 관객들이 구토감을 느낄 정도이다.

그러나 모건은 자신의 입장과는 다른 사람을 소개하며 맥도날드 음식에 대해 나름대로 공정한 평가를 보여주려 애쓴 흔적도 보인다. 패스트푸드를 먹으며 점점 '못 쓰게' 되어가는 그 자신에 비해 '자신의 자발적 선택에 의해' 거의 매일 맥도날드 음식을 먹고, 오로지 그 이유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고 믿는 한 남자를 소개하기도 한 것이다(그가 맥도날드사와 아무 연관이 없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그러나 감독이 궁극적으로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맥도날드 음식을 먹는 많은 사람들이 실은 거의 반강제적 '외압'에 떠밀려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 <슈퍼 사이즈 미>에 출연한 모건 스펄록 감독
ⓒ2004 튜브엔터테인먼트


모건은 맥도날드가 한해 쏟아 붓는 광고비와 마케팅비, 지원 혹은 투자라는 미명하에 돈을 주면서 대대손손 맥도날드 음식을 학교 급식으로 택하게 만드는 그들의 전략을 자세히 소개한다.

흔히 아이들의 소비 심리를 자극해 돈을 버는 것에 대해 "코 묻은 돈을 뺏는"이라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영화 속 맥도날드사는 "코 묻은 돈이 어때서? 돈이면 됐지"라는 심산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그러면서 맥도날드사는 사실 그 속내를 보면 처키 인형보다 더 공포스러운 맥도날드 광대를 유치원과 학교에 파견한다.

맥도날드사 이야기를 다룬 또 다른 다큐멘터리가 있다는 걸 혹시 아는가? 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된 <맥도날드, 망신당하다(McLibel)>(1997)가 바로 그것이다. 이 영화는 미국인이 아니라 영국인들이 만든 것으로, 영국의 유명 다큐멘터리 감독인 켄 로치 감독이 제작에 참여해 유명해졌다.

이 영화는 맥도날드사를 고소한 두 영국인 남녀가 어떤 지난한 과정을 거쳐 승소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몇 년간 시차가 있는 이 두 다큐멘터리를 비교해 보면서 나는 풀뿌리들의 대응 과정도 진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맥도날드, 망신당하다>가 맥도날드 햄버거에 대해 어머니가 구워준 호밀빵으로 대응한 것이라면, <슈퍼 사이즈 미>는 어머니표 호밀빵 군데군데 달콤한 초콜릿 칩과 해바라기 씨를 박아 내밀어 놓은 것 같다.

그러나 감독 본인이 직접 생체 실험에 나선 것에다, 실험 말기에는 거의 죽음의 위기를 맞는 모습 등을 빠른 편집으로 생생하게 담아낸 이 영화는 어찌 보면 대단히 상업적이고, 말초신경을 건드린다고 볼 수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가 보고 난 뒤 맥도날드 햄버거가 더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일까. 영화를 본 뒤 맥도날드에 가서 햄버거를 먹었다고 고백하는 관객들도 몇몇 있었다. 심지어 어떤 이는 우스갯소리로, 이런 의미에서 맥도날드사가 이 영화를 만들게 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26일 폐막한 제1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슈퍼 사이즈 미>를 상영한 바 있다. 수용 가능한 관객보다 더 많은 이들이 와서 결국 보지 못 하고 돌아간 이들도 있다. 그런 이들에게 대학로에 위치한 '하이퍼텍 나다'에서 이 영화가 개봉된다는 사실은 희소식이랄 수 있겠다.
 

11월 12일 개봉 예정

2004/11/04 오후 3:01
ⓒ 2004 OhmyNews
 
 
강윤주 기자:
독일 뮌스터 대학에서 영화 사회학을 공부했다. 현재 환경재단에서 주최하는 '서울국제환경영화제'를 준비하는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으며 영화제의 사회적, 정치적 기능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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